법조계 "실손보험사 진료비 확인 요청, 법적 근거 없다"

발행날짜: 2022-02-26 14:56:18 수정: 2022-02-26 14:57:33
  • 이은교·허나은 변호사, 정책토론회 주장 "사보험 도덕적 해이 자초"
    보험사 채권자대위 소송, 의료행위 급여기준 적정성과 구분 필요

26일 이화여대 주최, 메디칼타임즈 주관으로 '의료현장 신뢰자본 회복을 위한 법률적 문제'를 주제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실손보험사가 의료기관을 상대로 진료비 확인 요청 및 비급여 진료 적정성에 대한 소명 요청 공문을 남발하며 환자 진료 정보를 요구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심지어 환자의 법적 지위를 대신해 부당이득금, 손해배상 소송을 무작위로 제기하고 있다.

이 같은 행태는 법률적 시각에서 "법적 근거가 전혀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의료 행위와 급여-비급여 행위의 법적 개념에는 차이가 있음에도 임의로 해석해 채권자대위권 소송을 남발하는 것에 대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화여대 생명의료법연구소는 26일 오후 2시 이화여대 법학관에서 '의료현장 신뢰자본 회복을 위한 법률적 문제' 고찰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메디칼타임즈가 주관하는 이번 토론회는 의료현장에서 환자와 의사의 신뢰 붕괴 원인 중 대표적인 게 '실손보험사'라는 점에서 출발했다.

일선 의료계는 실손보험사의 무작위 채권자대위권 소송을 비롯해 진료비 확인 요청 공문 등의 남발로 위협을 느낌과 동시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 의료계가 아닌 법조계는 법률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없을지 고민에 나섰다.

이온교 변호사는 '실손보험사의 의료정보 접근 및 탐지의 문제'를 주제로 발표했다.

■이온교 변호사 "의료기관, 보험사와 어떤 법률적 관계도 없다"

주제발표에 나선 이온교 변호사(법무법인 에이펙스)는 실손보험사가 의료기관에게 환자 진료 기록을 요구하는 것에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을 짚었다.

이 변호사는 "실손보험사는 보험가입자의 허위 청구 및 일부 의료기관의 과잉 진료가 손해율 증가의 주된 요인이라고 지목하며 이를 방지한다는 명목 아래 가입자 및 의료기관을 상대로 의료 정보를 요구하고 심지어 이를 이용해 각종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라며 "갈등의 근본적 원인에 대한 고찰은 사라지고 보험가입자 및 의료기관의 도덕적 해이만 탓하는 여론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현실을 진단했다.

이 변호사는 실손보험의 손해율 증가는 비단 도덕적 해이에만 기댈 문제가 아니라고 봤다. ▲실손보험 자체의 근본적인 문제점 ▲신의료기술 개발 등으로 인한 질병의 조기 발견 및 비급여 진료행위 확대 ▲국민건강보험의 낮은 보장률 ▲국민의 전반적인 의료기관 이용률 증가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원인이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실손보험 도입 초기부터 학계에서는 실손보상의 보장 범위 중 법정 본인부담금 부분은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의료수요 증가로 인한 국민건강보험 재정상 악영향 방지를 우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7년 실제 출시된 실손보험 상품의 보장 범위에는 '법정 본인부담금'이 포함됐다. 심지어 보험사는 환자가 의료기관에 지급해야 할 본인부담금의 거의 전액을 보장해 주는 상품을 출시했고 '병원비를 돌려주는 상품'이라는 마케팅을 펼치기까지 했다. 설계부터 도덕적 해이를 부르는 상황을 자초한 것.

이후 손해율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 보험사는 의료기관에게 보험가입자의 진료비 세부내역서, 진료기록 등의 각종 상세 정보를 요청하기 시작했다. 때로는 보험가입자에게 받은 '진료기록 열람 및 사본 발급 위임장과 동의서'도 첨부하지 않고 의료기관에 환자 개인정보 및 보험금 청구 기록을 제시하며 적정성 여부를 묻는 공문을 발송하기도 한다.

이 변호사는 "의료정보를 요구할 아무런 근거조차 제시하지 않은 채 보험사 요구에 따르지 않으면 소송 등을 제기할 수 있다는 뜻을 담은 경고도 하고 있다"라며 "거대 규모의 실손보험사 보다 비교적 영세한 의료기관으로서는 정확히 대응하기 어려워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의료법 19조에 따르면 의료인은 의료행위 등으로 취득한 다른 사람의 정보를 누설하거나 발표하지 못한다. 환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환자에 관한 기록을 열람하거나 사본을 내주는 등 내용을 확인할 수 있게 하면 안 된다는 내용도 의료법 21조에 있다. 단, 법률상 허용하는 범위에서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실손보험사가 보험가입자에게 진료기록 열람 및 사본 발급 위임장과 동의서를 받지 않았거나, 만약 받았더라도 이를 제시하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보험가입자의 정보 및 기록을 확인해 주면 안 된다"라고 선을 그었다.

또 "의무기록의 원칙적인 소유권을 따지자면 의료기관에게 있다고 보는 게 다수설"이라며 "환자에게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바탕으로 의사가 전문지식에 근거해 판단한 결과가 들어있고 의료기관이 보관 관리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그렇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실손보험사가 의료기관에 환자 의무기록 등을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게 이 변호사의 주장이다.

그는 "실손보험 계약과 보험금 지급 과정에서 의료기관은 제3자이기 때문에 실손보험사와 의료기관은 개별적으로 어떤 법률적 관계도 가지지 않는다"라며 "실손보험사가 의료기관을 상대로 의무기록 제공을 요구하기 위해서는 이를 허용하는 명백한 법률 규정이 있지 않는 한 불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서는 보험사가 의료기관을 상대로 직접 관계 진료기록의 열람을 청구할 수 있는 규정이 있다.

이 변호사는 "환자 정보를 요구할 수 있는 의료법 조항(21조 제3항 제2호)은 실손보험사가 보험사고 발생 여부에 대한 조사를 하는데 편의성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된 게 아니다"라며 "해당 조항을 근거로 삼는 것은 다소 정당성이 부족하고 옳은 것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허나은 변호사는 의료행위와 요양급여의 구별 및 관련 법적 쟁점을 주제로 발표했다.

■허나은 변호사 "의료행위-급여·비급여 행위 개념 같지않다"

허나은 변호사(법무법인 율촌)는 실손보험사가 의료행위의 적정성에 '급여 비급여 행위' 개념을 적용해 채권자대위권 소송을 남발하는 현실을 정리할 수 있도록 의료행위에 대한 법률적 개념을 정리했다.

의료법은 의료행위를 의료인이 하는 의료기술의 시행이라고 폭넓게 정의하고 있다. 대법원(2017도19422)은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 진찰, 검안, 처방, 투약 또는 외과적 시술을 시행해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 및 그밖에 의료인이 행하지 않으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고 했다.

보건복지부의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 및 사례집에도 의료행위의 정의가 나와 있다. ▲의학적 전문지식이 필요한 행위 ▲진단 처방 처치가 수반되는 행위 ▲보건위생상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행위인지에 따라 판단하며 이들 조건 중 한 개라도 충족하면 의료행위에 해당한다.

문제는 실손보험사가 의료기관을 상대로 임의비급여를 해놓고 진료비를 받은 것은 위법하다며 환자를 대신해 채권자대위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는 데 있다.

허 변호사는 급여·비급여 행위의 판단 기준은 '국민건강보험법'이며 요양급여를 지급하기 위한 기준을 따지기 위함이지 의료법 등에서 정의하는 '의료행위'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아니라는 주장을 펼쳤다.

허 변호사는 의료행위와 관련된 법적 쟁점은 의료인이 한 행위인지 아닌지를 다투는 '의료법 제27조 제1항(무면허 의료행위 등 금지)'의 위반 문제 의료기관에서 한 것인지 아닌지를 따지는 '의료법 제33조 제1항(개설 등)' 위반의 문제라고 봤다.

반면, 실손보험사가 채권자대위 소송으로 문제 삼고 있는 부분의 영역은 급여와 비급여 행위와 관련한 법적 쟁점이라고 했다.

그는 "급여도 아니고, 비급여도 아닌 행위를 한 후 진료비를 받는 것은 국민건강보험법, 의료급여법을 따르고 있다"라며 "건보법에 따른 요양급여기준은 국민건강보험제도 운용을 목적으로 요양급여를 지급하기 위한 기준으로 임의비급여 행위 문제는 의료행위 개념과 관련한 법적 쟁점과 구분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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