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관련 규정 미비에 따른 정책 지원 한계 지적
"통계청 11차 개정 준비 맞춰 발 빠르게 움직여야"
국내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이 외국계 CRO의 매출액을 추월하며 저력을 보이면서 이러한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제약바이오산업의 육성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신약 개발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는 CRO 산업에 대해서도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
2일 제약산업계에 따르면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KONECT)이 실시한 지난해 하반기 국내 임상시험 산업 실태조사 결과에서 사상 최초로 국내 CRO의 매출액이 외국계 기업을 앞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CRO의 연간 매출은 1023억원으로 전체 외국계 CRO 1917억원의 53.3% 수준이었으나, 2020년 연간 매출 2844억원을 기록(연평균 성장률 15.7%)하며 외자 CRO(2698억원)를 따라 잡은 것이다.
당시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은 이 같은 성장배경을 글로벌 의약품 시장규모 및 아웃소싱 규모 확대, 신규 CRO 설립 확대 및 CRO 인증제도 등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의 결과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아직까지 국내 CRO 시장은 지난 9년여의 정부지원에도 불구하고 전문인력, 인프라 등 여전히 성장의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
특히, CRO 산업과 관련된 제도가 미비한 부분도 CRO 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주요 요인으로 언급되고 있다.
이를 반증하듯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임상 CRO 기업들이 꼽은 우리나라 임상시험 산업의 약점으로는 '임상 관련 법규 및 제도적 지원'이 22.6%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가장 시급한 제도적 변화로 꼽히는 요소는 한국표준산업분류다. 현재 CRO 산업은 한국표준산업분류 상 별도의 산업군으로 분류되지 않아 CRO 기업 및 종사자 수 등 실질적인 통계자료에 기반한 현황 파악이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 CRO 업계 A관계자는 "표준산업 분류 코드가 없어 CRO 산업군에 대한 통계가 집계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나 법적 지원이 이러한 통계가 기본이 되는 만큼 표준산업 분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즉, CRO 산업이 현 상황에서 표준산업 분류 없이 실효성 있는 지원정책을 수립하기 힘들다는 의미.
통계청이 공개한 한국표준산업분류의 개념을 살펴보면 통계법 제22조에 의거 통계작성기관이 동일한 기준에 따라 작성한 통계목적의 분류로 통계목적 이외에도 일반 행정 및 산업정책 관련 법령에서 산업영역을 결정하는 기준으로 준용되고 있다.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 배병준 이사장은 "CRO 기업들은 척박한 제도적 기반에서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며 "하지만 CRO 기업의 노력 뒤에 국가의 체계적인 관리와 지원이 뒤따르지 못한다면 성장은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배 이사장은 "이를 위해서는 통계청의 한국표준산업분류에 CRO 산업분류를 제정해 산업 현황을 면밀히 파악하고 정책 수립의 기반을 마련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현재 통계청이 한국표준산업분류(KSIC)를 지난 2017년 10차 개정한 뒤 7년이 경과됨에 따라 신성장산업 등을 포함한 11차 개정을 예고해 의견수렴을 하고 있는 만큼 CRO 산업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노력이 동반돼야한다는 설명이다.
국내 CRO 업계 B 관계자는 "현재 CRO 산업보다 규모가 작은 업종에 대해서도 이미 분류가 돼있는 경우도 있어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한번 개정되면 시일이 또 걸리는 만큼 현 시점에서 업계가 한 목소리를 내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신약개발 증가 제약산업 관련법 개정 언급
다른 한편으로는 국내 CRO의 성장을 위해서는 제약산업 관련법 개정 노력도 필요하다는 시선도 존재했다.
실제 지난 2020년 한국무역협회 신성장연구실 이진형 수석연구원이 발표한 '임상시험수탁기관(CRO)관련 서비스 시장 현황 및 해외진출 방안'을 통해 CRO 기업의 제약산업 지원대상 명문화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이 수석연구원은 "제약산업 특별법에는 제약기업, 혁신형 제약기업만 있을 뿐 CRO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부재해 지원대상으로 삼기 어렵다"며 제약기업 뿐만 아니라 국내 CRO 기업도 제약산업의 지원대상임을 명문화하고 산업육성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신약 개발에 임상이 필수적이고 국내 CRO가 성장한 만큼 산업 육성에 대한 고민도 있을 것"이라며 "정부가 제약바이오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시점에서 시각을 확장시킬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