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학술팀 문성호 기자
코로나 대유행을 거치며 치료제와 백신 개발을 외쳤던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포기'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다.
제넥신이 지난 3월 코로나 백신 GX-19N 임상2·3상을 자진 철회한데 이어 HK이노엔도 공식적으로 개발에 '백기'를 들었다.
HK이노엔은 최근 전자공시를 통해 자체 개발 중이던 코로나 백신 'IN-B009'의 국내 임상1상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회사가 제시한 직접적인 임상 포기 이유는 백신 개발의 필요성이 낮아졌다는 이유에서다.
구체적으로 HK이노엔은 "국민 다수 인원이 코로나에 감염됐거나, 여러 차례의 백신 추가 접종으로 인해 면역력이 확보됐고 대규모 유행 발생 가능성이 낮아지는 등 코로나 상황이 급변했다"며 "코로나와 더불어 사는 엔데믹화, 풍토병화로 사회적 분위기가 반전되면서, 후기 임상 진입에 대한 목적이 불분명한 상황"이라고 포기 이유를 설명했다.
화이자, 모더나, 노바백스 등 글로벌 제약사 백신이 공급되는 데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늦어도 올해 하반기 자체 개발한 국산 코로나 백신 'GBP510'을 식약처 허가를 거쳐 정식 출시가 예정된 상황에서 개발의 필요성은 더 낮아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코로나 치료제도 마찬가지다. GC녹십자, 대웅제약, 부광약품 등 주요 제약·바이오사들이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가 돌연 포기하는 사례가 이미 존재한다.
여기에 더해 추가로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백기'를 드는 제약·바이오사 나타날지도 모를 일이다.
제약·바이오사가 임상에 나섰다 '포기'하는 일은 개발 과정에서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포기했다고 해서 심각한 비판 받을 일 또한 아니다.
다만, 코로나 대유행 터널을 지나 일상회복 기대감이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필요성을 떨어졌다는 이유로 '백기'를 드는 것이 과연 바람직할까라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하반기 코로나가 다시 유행할지 모른다며 의사 대상 오프라인 '제품설명회'를 할 수 있을 때 최대한 해야 한다고 하면서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은 풍토병화 되며 필요성이 떨어졌다고 포기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더구나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하라고 정부로부터 일정 수준의 예산도 지원 받았으면서도 말이다. 주가 부양용으로 개발에 뛰어든 것 아니냐는 의심을 피할 수 없다.
제약·바이오사들도 기업이기에 이익을 당연히 추구해야 한다.
하지만 코로나 대유행 시기 떠들썩하게 백신, 치료제 개발을 하겠다고 했다가 '포기'하는 과정을 볼 때면 개운치만은 않다.
결국 비판을 지우기 위해선 정직한 연구개발이 필수적이다. 이를 통해 국민들에게 제약·바이오사가 백신, 치료제 임상에 '진심'이었다는 것을 보여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