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 특별 좌담회]디지털의료기기 전문가 3인방에 묻다
"수가·보험 인정 여부·데이터 활용 범위가 상업적 성공 선결 과제"
약과 주사로 대표되는 기존의 치료제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다는 점에서 '디지털치료기기(DTx, Digital Therapeutics)'를 바라보는 시선은 양극단을 달린다.
상업적인 논리 및 정부의 시장 조성 의지가 앞설 경우 과거 성급했던 바이오의약품의 부실 허가 사태를 맞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반면 신중론만 펼칠 경우 생태계 주도권이 글로벌 제품에 잠식될 수 있다는 견해가 교차한다.
다만 경험해 보지 못했던 개념이기 때문에 DTx의 상용화 및 상업적 성공 가능성은 무엇보다 실제적인 결과물이 나와 시장에서 엄정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데는 대체로 동의하는 편.
1호 기기 출시 이후 임상의뿐 아니라 환자들로부터 적절한 피드백을 받고 개선이 이뤄지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 이후에야 시장 안착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뜻이다.
디지털치료제, 디지털치료기기까지 명칭마저 혼재된 상황에서 관건은 검증을 거친 국내 1호 DTx의 시장 출시로 집중되고 있다. DTx의 출시와 안착을 위한 선결 과제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이번 좌담회는 메디칼타임즈 이인복 의약학술팀장이 진행을 맡고 3명의 전문가가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DTx 1호 타이틀에 대한 관심이 크다. 진행중인 임상 중 어떤 기준으로 허가 순위가 결정되는가?
한영민 주무관(이하 한)= 현재 1호는 허가 기준을 맞춘 제품에 부여될 것이다. 10개 제품이 임상 승인을 받은 가운데 순서대로 갈 것 같다. 이는 허가 기준으로 제1호가 되는 것이다. 정부에서 의료기기로서 쓸 수 있도록 첫 허가한 것이 1호 기준이다. 허가에 있어서 목표한 임상 디자인을 충족할 경우 허가된다.
강성지 대표(이하 강)= 각각 IND 승인받은 게 당연히 순서의 기준이긴 한데 출발을 빨리 했으니까 뉴냅스는 500m를 뛰는 느낌이고 저희 웰트는 후발주자로 100m를 전력질주하는 느낌이다. 임상시험의 난이도나 소요되는 기간은 수용해야 하는 부분이다. 뉴냅스가 오래 임상한 것을 먼저 허가받으면 또 그만큼의 보상이 있을 것이고 우리는 좀 늦게 출발했지만 빠른 임상으로 디자인해 들어갔지만 1호 타이틀에 너무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 기술과 성능이 우선돼야 한다.
이헌정 부회장(이하 이)= 허가받은 치료 기기가 원활히 처방되기 위해선 보험에서 커버 가능한지, 그리고 비급여가 되는지 등 식약처 허가와는 다른 프로세스가 존재한다. 1호 타이틀이 전부는 아니다.
결국 급여나 수가체계의 변화는 물론 가이드라인 신설과 규제 개선 등의 작업이 동반돼야 한다는 의미인가.
이= 인식을 바꾸는 부분들은 학회의 역할이다. 일반 학회는 아니더라도 디지털치료기기에 대한 관심들은 있다. 치료 결과들을 회원 혹은 비회원에게 잘 전달하는 부분이 중요할 것 같다. 전제는 비급여라도 처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 여부다. 제도적 장치 안에 들어간다면 임상의들은 더 나은 치료 결과를 위해 시도하게 될 것이다. 여러 제약사들이 약에 대해 마케팅을 하지만 DTx는 사용자의 경험에 의한 판단이 시장성을 좌우할 것 같다. 많은 약이 나와도 좋은 약은 계속 쓴다. 새로운 약도 써보긴 하지만 그 약이 아주 훌륭하지 않으면 이전 약으로 간다. 결국 환자가 좋아져야하기 때문에 DTx가 편리하고 유저로서 임상의와 환자들이 만족한다면 시장이 형성될 것이다.
강= 디지털치료제를 써봤다가 안 좋다는 피드백이 있다면 개선을 할 수 있다. 임상의나 환자가 직접 써봐야 피드백이 있을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개선을 하는데 아직 그런 게 없다. 오히려 어떤 적응증을 어떻게 받는지가 상업적 성공에 더 중요할 것으로 본다. 이런 부분이 숙제인 것 같다.
이= 불면증의 경우 마땅한 선택지가 없다. 치료 옵션은 대부분 약인데 부작용 우려도 있어 디지털치료기기가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약이 있다면 다른 것을 하겠지만 약이 마땅치 않다면 기업들은 개발을 시도해 볼 수 있다. 약은 바로 효과가 있어 약과 비교하는 것은 또 다른 영역이다. 신의료기술 인정 여부, 보험 적용에서 가능성과 위험이 혼재한다고 본다.
한= 학회에서 식약처를 불러서 규제 당국의 지침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관심이 크다. 제품이 살아남으려면 처방을 해야한다. 결국 정부에서 좋은 제품을 허가해야 한다고 말을 한다. 아직은 의견이 반반이다. 기대감이 있지만 관심 없는 경우도 있다. 홍보를 위해서 그런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7월 수면학회를 가서 디지털치료기기 이야기를 하는데 좋은 기기를 내놓을 테니 써봐달라고 한다. 보험이 적용돼도 의료진이 처방하지 않으면 끝이다. 의사들의 선택, 그리고 처방이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확립돼야 성공할 것이다. 나라의 환경과 국민성도 작용한다. 일례로 일본은 진짜 치료기기에 관심이 없다. 왜냐하면 일본은 아날로그적인 마인드가 강해서 아직도 대학교에서 종이 게시판을 붙일 정도로 디지털적인 생태계나 마인드 조성이 안 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첨단 기기에 쓰는 거에 대한 장벽이 없다 보니 우리나라에서 더 관심이 많고 임상이 활성화된 것 같다.
디지털치료기기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 활용 논의도 난제다. 현재도 의료기관의 빅데이터 활용이 법적 문제로 쉽지 않은 것 같은데 이에 대한 의견은?
이= 완전히 막힐 수도 있다. 데이터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의무기록을 병원이 가지고 있었지만 최근 환자들은 그것을 본인의 데이터라는 개념으로 접근한다. 데이터를 통해서 환자의 건강을 보호하는 쪽으로 해석해야 하는데 지적 자산 및 돈벌이로 해석하면 활용성이 차단될 수 있다. 데이터는 개인 소유가 될 수 있지만 개인이 만든 데이터는 아니다. 많은 사람이 투자해서 환자의 건강을 위해서 만든 데이터다. 공공성이 있는 부분이니 반드시 활용 방안이 제도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개인정보보호법에 가로 막혀서 활용할 길이 완전히 차단되는 선례를 반복해선 안 된다.
기업 입장에서 급여 이전에 어떤 수익 모델이 있을까. 소프트웨어를 구독 개념으로 접근하면 위법의 소지도 있을 것 같다.
한= 업체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두 가지로 가져간다. 의료기기 영역으로 간 제품과 건강 유지를 위한 웰리스(wellness) 제품이다. 일부 업체는 의료기기 수준의 강도높은 규제, 허가 허들을 피하기 위해 웰리스로 전략적인 선택을 한 곳도 있다. 웰리스 영역에 있는 제품들은 의료기기가 아니기 때문에 위해성 정도만 피해서 만들면 판매할 수 있지만 의료기기는 임상시험 및 허가 이후에도 규제당국의 지속적인 관리감독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업체가 먼저 어떤 비즈니스 모델로 접근할지 결정하는게 우선돼야 할 것 같다.
강= 삼성전자에 근무했을 때 역할 중 하나가 의료기기를 의료기기로 부르지 않도록 하는 것이였다. 피트니스용 컨슈머 기기라고 풀어내려고 했는데 그로 인해 결국은 시장 진입 시점을 놓친 것 같다. 애플이 의료기기 카테고리 안에서 꾸준히 개발한 것처럼 삼성도 접근했으면 비슷한 시기에 제품이 나왔을 것이다. 자꾸 규제를 피하려고 하다 보니까 오히려 진입 시기를 늦었다. 애플이 스마트워치 심전도를 내놓는 순간 아차 싶었던 것이다. 애플이 스마트워치를 일반인에 제공하면서 막대한 데이터를 모을 수 있는 기반을 형성했다. 다시 말해 웰리스 기기가 기존에도 존재했는데 활성화가 안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시도하지 않은 건 오히려 디지털치료기기다. 이 부분에 더 집중하면 충분히 기회가 있다.
한= 웰리스 제품이 있고 이제 의료기기 제품이 있는데 만일 기능이 똑같은데 웰리스로 표방해 규제를 회피하겠다는 건 안 된다. 웰리스와 DTx는 기능적으로 달라야 한다.
산업계에서는 안정성이 확보되는 만큼 규제기관이 유연성을 넓혀 놀이터를 만들어 달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한= 그냥 두기는 어렵다. 기능이 똑같은 제품을 웰리스를 표방했다는 이유로 당국이 관리를 안 하게 되면 사실상 무허가 의료기기가 되는 것이다. 시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선 기준 적용의 형평성 및 통일성이 있어야 한다. 업체가 헷갈릴 수도 있다. 그래서 식약처는 기기 개발과 관련해 해당 제품이 의료기기에 해당하는지 해석을 먼저 받으라고 권유한다. 실제로 불면증 치료기기가 많은데 웰리스 제품부터 AI 제품, 시중에 나와 있는 앱까지 다양하다. 불만도 있을 수도 있지만 규제 범위를 설정을 해야지 규제에 집중할 것 아닌 것들을 구분할 수 있다.
이= 충분히 이해한다. 없던 게 생긴 개념이기 때문에 소프트웨어가 치료용이 되는 거는 진짜 최근에 등장했기 때문에 관리자 입장에서 규제는 당연하겠지만 외국 같은 경우에는 비처방 DTx라는 출구가 있다. 그 부분도 막혀있다는 게 가장 아쉽다.
한= 일단 제품들이 나오고 그 이후에 비처방의 개념을 접근하는 제품들이 생겨나면 그때 고민해 볼 부분이다. 임상이 끝나면 허가가 이뤄진다. 그 이후가 더 중요하다. 베너핏이 너무 없으면 초반에 어려운 시장 상황에서 익숙치 않은 기기를 굳이 사용하는 일이 적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임상에서 밝힌 유효성이 그대로 나오는지 여부 및 보험도 중요하다. 업체도 계속 계속 업그레이드를 해서 사용자가 쓸 수 있게 개선해야 한다.
강= 미국 FDA는 기기의 유지 보수를 중요한 요소로 보는데 그걸 어떻게 모니터링 하는지는 모르겠다. 개별 업체들이 수시로 업데이트를 하는데 무엇을 기준으로 모니터링과 평가를 하는지 모르겠다. 마이너한 변경은 괜찮다고 하는데 그 마이너한 변경의 기준도 애매하다. 마이너한 업데이트를 10번 하면 메이저한 변경이 이뤄질 수도 있다. 이 부분을 명확히 해줘야 한다.
한= 지금도 업그레이드나 업데이트가 자주 일어난다. 지금 정책과에서 법 적용 여부를 고려하긴 하는데 중대한 변경만 저희한테 고지하고 나머지는 자율 관리할 수 있도록 그런 것들을 규제 완화 측면에서도 생각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하는 업체들이 편할 수 있도록 자율성 측면이 중요한 곳은 허용할 수 있는지 검토하겠다.
디지털치료기기가 허가 시 제네릭처럼 비열등성만 입증하면 카피품도 허가될 수 있나?
한= 현재 의료기기는 동등성 개념이 있어서 기존에 허가받은 제품과 성능 및 작용에서 동등하다고 하면 첫 번째 제품이 임상시험을 통해서 허가를 받았으면 두 번째 제품은 면제되는 제도다. 반면 DTx에는 적용하지 않고 있다. 첫 번째든 두 번째든 세 번째는 똑같은 불면증에 대한 부분들을 표방을 해도 개별 임상을 해야 한다. 1호 제품을 카피하면 후발주자들이 너무 쉽게 허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첫 번째 제품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 그래서 현재는 다 똑같이 임상을 하라고 하는 것인데 변경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허가된 제품들이 쌓이게 되면 이 방식을 유지할지는 고민이 필요하다.
강= 껍데기는 카피가 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알고리즘 데이터를 바탕으로 알고리즘 개발해서 특별한 서비스들을 논문 기반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제품들은 어렵다. 어떤 알고리즘으로 소비자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줄 수 있는지 검증하고 학회에서 발표를 통해 확신을 심어주는 것을 통해 차별화가 이뤄질 것이다.
이= 디지털치료기기의 한계는 기존에 있는 아날로그를 그냥 디지털로 전환할 때 발생한다. 이건 디지털치료기기의 핵심이 아니라 카피에 불과하다. 그렇게 하지 않아야 한다. 디지털 각종 센서를 이용해 실시간 24시간 365일 계속 데이터를 축적하고 그 속에서 이전에 찾지 못한 건강상의 시그널을 밝혀낼 때 진짜 핵심적인 DTx 프로세스가 완성된다. 이것이 바로 디지털치료기기다. 이런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성공적인 DTx 생태계 조성을 위한 마무리 조언을 한번 부탁한다.
강= 혁신 수가, 마이 데이터를 항상 강조한다. 처음에 전기차도 인센티브를 줘서 사람들의 망설임을 줄여줬다. 옳은 방향이라고 하면 인센티브를 줘서 마중물을 부어줘야한다. 제품을 개발하는 입장에서 DTx는 대량 양산 체계가 아니기 때문에 비싸고 낯설다는 인식이 박힐까봐 그 부분이 가장 두렵다. 정책적으로 의지를 가지고 예산을 반영해주는 것이 우선이다. 또한 데이터 활용은 환자 상태를 이해하고 더 나은 결과값을 도출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인프라라고 본다.데이터가 활용될 수 있는 규약을 정립해야 한다.
한= 공무원은 국민의 안녕을 위해 일한다. 업계의 수요와 국민들의 수요 사이를 동시에 충족시키려는 의지가 중요하다. 식약처는 충분히 적극적으로 DTx를 바라보고 있으며 장애물을 해결하려는 의지가 강한 만큼 업계의 어려운 부분을 경청하하면서 좋은 방향으로 결과물을 이끌어 내겠다.
이= 디지털치료기기는 약도 아니고 기계도 아니다. 잠재된 가능성을 통해 의료의 영역을 넓히고 국민의 건강을 증진할 수 있는 새로운 무기라고 표현하고 싶다. 다들 기대한 바대로 성공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 고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