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 시술 후 흉터, 130회 걸친 다양한 치료에도 회복 안돼
법원 "업무집행 과정서 발생한 사고, 사용자로서 배상 책임 있다"
봉직의가 낸 의료사고로 환자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대표원장은 소송 중 사망했고 의료사고에 대한 책임은 아내와 자녀에게 돌아갔다.
2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방법원 제2민사부(재판장 오천석)는 최근 코에 잡힌 물집 제거 시술 후 흉터가 남은 환자가 레이저 시술 의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눈길을 끄는 점은 의료사고를 당한 환자 A씨의 소송 상대가 의사가 아닌 일반인이었던 것. A씨에게 레이저 치료를 했던 의사 B원장이 소송 과정에서 사망했고, 소송은 B원장의 아내와 아들에게 그대로 상속됐다. 거기다 환자 A씨의 얼굴에 흉터가 남게 된 결정적 시술을 한 의사는 해당 의원에 근무하는 봉직의였다.
남겨진 가족이 환자에게 배상해야 할 금액은 696만원 수준이었다. 그래도 1심에서 나온 998만원 보다 줄어든 금액이다.
이 복잡한 관계는 10년이나 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2년, 환자 A씨는 서울 중랑구 한 피부과에서 의사 C씨에게 '코 주변 혈관 확장증' 진단을 받고 약 2개월 동안 네 번에 걸쳐 클라리아 레이저(혈관치료에 사용되는 레이저) 시술을 받았다.
그러자 A씨 콧날 부위에 물집이 생겼고 이후 해당 부위에 약 4mm 크기의 파인 흉터가 생겼다.
흉터 치료를 위해 B원장과 C의사는 약 4년에 걸쳐 A씨에게 주기적으로 IPL(Intense Pulsed Light, 홍조와 색소를 치료하기 위한 레이저), 에코 프락셀(Eco Fraxel), 인피니(Infini) 레이저, PRP 주사(Platelet Rich Plasma, 혈소판풍부혈장 주사) 치료를 했다. 모두 흉터의 질감, 패임을 치료하기 위한 치료였다. 치료 횟수만도 130회에 달했다.
C의사는 레이저 치료를 시작하면서 "저번보다는 약간 강하게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다양한 시술을 했음에도 A씨의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B원장과 C의사는 레이저 시술의 부작용에 대한 설명의무도 이행하지 않았다.
남편과 아버지의 소송을 이어받은 가족은 "B원장은 이미 발생한 흉터 치료를 위해 필요한 적절한 시술을 했을 뿐"이라며 "B원장이 한 시술 때문에 흉터가 발생하거나 악화된 바 없기 때문에 과실이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호소하며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우선 환자에게 발생한 코 부위 흉터는 C의사가 한 클라리아 레이저 시술로 인한 부작용 때문이라고 봤다. 의료과실이 맞다는 것.
재판부는 진료기록 감정 결과 등을 인용해 "C의사는 레이저 시술 부작용이 생기지 않도록 환자의 피부 상태나 체질 등에 맞춰 레이저 강도 등을 적절히 조절해 시술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한 과실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B원장은 C의사를 고용한 사용자로서 C의사의 불법행위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도 했다. B원장은 사업자등록상 사업자였고 대표원장이라는 직함을 사용했다. C의사는 매월 급여를 받았다.
재판부는 "설령 사업자 명의만 B원장이고 소속 의사들이 병원을 공동으로 운영하는 동업자 관계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업무집행과정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 사용자로서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라며 "B원장은 C의사의 사용자로서 그의 과실로 인한 환자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