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년 앞둔 분당서울대병원, 괴물은 되지 말자

발행날짜: 2022-07-08 05:30:00
  • 이창진 의료경제팀 기자

분당서울대병원이 내년 10월 개원 20주년을 맞는다.

지난 2003년 서울대병원 첫 분원으로 개원한 분당서울대병원은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 병원으로 성장했다.

분당서울대병원 개원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국립대병원 맏형인 서울대병원의 분원 설립을 놓고 기대보다 우려가 많았다.

당시 서울대병원은 고령사회 대비한 노인병 특화 병원을 내세우며 국회와 정부를 설득했다.

현재 분당서울대병원 모습은 어떤가.

개원 초기 대표주자인 노인병센터는 노인의료센터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 암센터, 심뇌혈관센터, 척추센터, 소화기센터 등 사립 대학병원과 유사한 형태로 변모했다.

건강보험 요양급여비 기준, 전국 6위를 견인하며 빅5 병원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경영진은 5위 병원과 연 매출 격차가 500억원 내외로 순위 변동은 시간문제라는 시각이다.

한 가지 의문이 든다. 분당서울대병원이 빅5 병원에 진입하면 무엇이 달라질까. 현재보다 병원 위상과 높아지고, 교직원 처우가 좋아질까.

다시 시계를 20년 전으로 돌려보자.

연건동 서울대병원 전임교수의 꿈을 지닌 전임의와 진료교수, 기금교수 등 30~40대 젊은 의사 수 십 명이 분당서울대병원 발령으로 척박한 생활을 시작했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분당서울대병원과 강남세브란스병원 등 분원 발령을 '귀양'으로 받아들여 진료과별 의국은 적잖은 홍역을 앓았다.

분당서울대병원 진료과장으로 발령된 일부 전임교수들조차 쓴 소주를 마시며 신세를 한탄했다는 후문이다.

분당서울대병원이 빠르게 성장한 이면에는 젊은 의사들의 패기와 독 오른 열정에 기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젠가 서울대병원 본원을 뛰어 넘겠다, 실력을 키워 진검 승부를 하겠다는 이들의 각오가 전국 6위 병원을 일군 셈이다.

무엇보다 서울대병원 본원 교수들의 권위적인, 폐쇄적인 모습과 다른 삶을 살겠다는 젊은 교수들도 적지 않았다.

성년을 앞둔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들의 초심은 그대로일까.

병원장 10명을 거치면서 젊은 교수들은 이제 50~60대 중년 교수가 됐다.

보직 교수들은 기재부와 교육부, 복지부, 경기도, 국회 그리고 서울대 관악 등과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오늘도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젊은 시절 비판했던 서울대병원과 현 분당서울대병원 모습이 오버랩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분당서울대병원은 내년도 개원 20주년을 기념해 심포지엄과 좌담회, 20년사 발간 등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20년 전 분당 지역 산 중턱에 세워진 분당서울대병원의 역사는 젊은 의사들과 직원들의 "할 수 있다"는 함께하는 어울림 속에서 시작됐다.

성년을 앞둔 분당서울대병원이 꼰대와 괴물이 아닌 서울대병원보다 성숙한 국립대병원 리더가 되기를 희망한다.

분당서울대병원 미션은 '세계 최고의 교육과 연구, 진료를 통해 인류가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한다'이다.

2022년 현재, 경영수익을 위해 진료를 우선하고 교육과 연구가 후순위로 밀린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때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전공의와 전임의, 계약직 진료교수 그리고 행정직원 모두 과거 연건동과 닮아가는 교수들을 바라는 이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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