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과열 치닫는 플랫폼…의·치·변 "전문직 공공성 위협한다"

발행날짜: 2022-08-10 19:25:57
  • 의협·치협·변협, 공동 심포지엄 열고 플랫폼 공공화 방안 논의
    "비대면진료 플랫폼 우려 언급…의협 통한 제도화 창구 마련해야"

플랫폼의 급속한 확장으로 이들의 서비스가 경제 권력화하면서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역의 종속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리기업이 전문직 광고·소개·알선 등에 개입하면서 이들 업무의 공공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0일 대한의사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변호사협회 등 전문직단체와 더불어민주당 김병기·김승원 의원 등은 공동으로 '전문직 플랫폼 공공화에 대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전문직 플랫폼 공공화에 대한 심포지엄 현장

주제발표를 맡은 성신여대 권오성 법대 교수는 전문가 광고와 소개 플랫폼에 대한 법적 규율 방안을 전했다.

권 교수는 플랫폼 규율에 대한 원칙을 정하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오프라인에서 금지되는 광고·소개·알선 등의 행위가 온라인에서 허용돼선 안 되며, 반대로 오프라인에서 허용되는 행위라고 해서 온라인에서 금지돼서도 안 된다는 설명이다.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이 같은 행위는 플랫폼이 일방적으로 설계한 알고리즘으로 통제력과 편향성을 띈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고려했을 때 플랫폼의 행위에 대한 규제는 거래의 형식이 아닌 실질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관점이다.

알고리즘은 컴퓨터가 읽어 들이는 데이터의 종류에 따라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학습이 진행될 우려가 있다는 것.

특히 컴퓨터가 편견·차별 등 부정적인 데이터를 계속해서 학습하면 독선적이고 배타적인 판단·예측을 도출할 수 있고, 그 과정을 인간의 언어로 설명할 수 없어 인공지능 내부 구조와 작동원리를 해명할 수 없는 상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알고리즘이 적용될 수준이면 해당 이용자의 플랫폼 종속성이 높은 상황인 만큼, 알고리즘 광고 등으로 소비자의 선택이 조종 당할 수 있다는 우려다.

권 교수는 의사·변호사 등의 전문직은 국민 건강 및 인권 옹호 등 공공성을 가진 직업이라고 강조했다. 또 해당 직업에 대한 광고·소개·알선에 대한 규제가 따로 마련된 것 역시 이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만약 이런 규율을 따르지 않는 사람이 이익을 위해 그 과정에 개입한다면 당사자 및 이해관계자의 건강과 이익을 해하고 질서를 교란할 우려가 있다는 것.

그는 이 같은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영리 광고 플랫폼의 광고수수료에 대한 적정한 통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알고리즘에 의해 선택된 광고와 소개·알선 등의 행위를 구분하기 위해, 각 직역의 법안이 정하는 규정을 토대로 광고와 소개·알선의 중간 영역인 추천에 대한 정의를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이와 함께 플랫폼 기업이 알고리즘을 공개해 전문직단체를 통한 검증·자문 등으로 알고리즘 분류 및 설계 표준을 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권 교수는 관련 직종 종사자가 모인 공공조합 주도로 플랫폼을 마련해 운영하는 것이 유효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직단체는 공공조합으로 분류되는데 관련 법률에 따라 일정한 자치권이 보장돼 회원의 총의에 따라 비영리 플랫폼을 마련해 운영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잠재적인 소비자가 전문자격사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용이하게 얻을 수 있도록 해 후생에 기여하면서 비자격자의 개입을 막을 수 있다는 것.

이를 의료계에 대입하자면 의협 차원에서 비대면진료 플랫폼을 마련해 운영하는 것이 영리기업의 개입을 막을 방안이 된다는 뜻이다.

권 교수는 "영리기업이 전문자격사의 선임과 관련된 플랫폼을 운영하고 영리를 위해 자신들이 설계한 알고리즘에 따라 이들을 추천하는 것은 관련 업법 위반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며 "전문직단체 비영리 플랫폼을 통한다면 소비자의 정보비대칭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비자격자의 시장개입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의협 김이연 홍보이사는 코로나19로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진료 플랫폼으로 인한 부작용을 꼬집었다.

전문의약품을 광고하거나 환자가 직접 선택하도록 유도해 결과적으로 의료서비스 및 의약품 오남용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비대면진료 플랫폼이 당초 취지인 환자의 감염병 예방과 의료접근성 고취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

실제 한 의약단체 설문조사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 앱 사용자의 90% 이상이 20~40대였으며 이중 대부분이 수도권과 광역시 거주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비대면진료 플랫폼이 발기부전, 향정신성 비만약, 탈모약, 여드름 치료 호르몬제 등을 공격적으로 광고해 환자의 약물 부작용 위험수위를 높이고 있음에도 별다른 규제가 없다고 우려했다.

김 홍보이사는 비대면진료는 법적으로 정해진 특수한 상황에서 대면진료의 보조적 수단으로 최소한의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비대면진료 플랫폼 서비스의 시스템과 기준이 대면진료와 동일한 효용을 보장하지 못한다면, 의료진의 의무와 환자의 건강권을 확보한다고 판단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만큼 보다 관련 논의가 보다 신중히 이뤄져야 하며 안정적인 제도 마련을 위해 의협과의 사전 협의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또 정부와 국회에 이를 시스템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기존 비대면진료 플랫폼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 부작용 사례 확인 및 대안 마련, 코로나 확진자, 자가격리자 등 '꼭 필요한 경우' 허용되는 구체적 범위가 마련돼야 하다는 설명이다.

김 홍보이사는 "환자가 특정 전문의약품을 선택하거나, 무분별한 대체조제를 허용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다"라며 "본 협회도 보건의료전문가단체로서의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비대면진료 플랫폼과 의료정보 시스템 팽창에 대비하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강조했다.

치협 현종오 대외이사는 민간 플랫폼의 개입으로 병·의원 간의 과도한 경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간 플랫폼의 목적은 이익추구며 전문직은 높은 윤리적 책임이 요구돼 양립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결국 플랫폼에 의한 가격비교 및 환자유인 등으로 양심보다 이익을 택하는 의사가 늘어나고 과도한 경쟁으로 과잉진료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또 최근 치과계에서 플랫폼이 치아우식 상세지수 등을 알려주는 등 진료 영역을 침범하는 사례가 나오는 상황을 꼬집었다.

현 대외이사는 "이 같은 문제의 대안으로 진료의 영역을 제한하고 비진료적 경영요소만 허용하는 구분이 필요하다. 플랫폼이 협회와 협의를 거치거나 허가를 얻도록 하는 방안도 유효할 것"이라며 "국회는 전문직의 영역별 허용 범위에 대한 공론화 및 합의, 조속한 가이드라인 제시 및 입법, 합법적 허용 분야에 대한 적극적 지원 등으로 올바른 4차 산업 발달을 유도해 국민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국회입법조사처 김광현 입법조사관은 올바른 공공 전문직 플랫폼의 방향은 정확하고 가치있는 정보 제공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는 민간 플랫폼들이 고민하는 편리한 인터페이스, 접근성, 직관적 디자인 등의 이용 편의성 등과 궤를 달리하는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공공 플랫폼은 보다 적극적으로 전문직 종사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제공할 수 있고 관련 정보를 자체적으로 검토·게재함으로써 '신뢰할 수 있는 정보원', '인증된 정보를 다양하게 제공하는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것.

김 입법조사관은 "공공 플랫폼 운영자인 직능단체는 위와 같은 측면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일정한 비교우위를 고려할 때 적법한 테두리 내에 있는 민간 플랫폼 대한 감시하고 경쟁 대상으로 삼을 필요가 있을 것"이라며 "민간 플랫폼에 대해 제기되는 자본종속 우려를 막고, 공공성을 만들면서 소비자 후생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직능단체들이 공공 플랫폼을 통해 공익의 감시자이자 경쟁자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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