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수 집행부 구성, 개원의 임원 비중 27%…교수는 38%
중소병원장이 요직 차지…"개원가 현안 거대담론에 밀려"
대한의사협회가 집행부 구성에서 대학병원, 중소병원 등 병원계 인사 비중을 높이면서 개원가 현안이 다른 거대담론에 밀리는 게 아닌가하는 우려가 새어 나오고 있다.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개원가에서 대한의사협회 회무에서 개원의의 목소리가 소외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집행부에 들어서 개원의 임원 비중이 줄어든 데다가, 대외활동이 활발한 임원이 중소병원장이어서 병원계 관련 정책에 입김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다.
이 같은 변화는 의협을 개원의 단체로 보던 기존 시각 때문이다. 지금까지 개원의 회원이 많고 집행부 역시 이를 중심으로 구성돼 전공의·봉직의·교수들이 소외돼 왔다는 지적이 거셌다.
이 같은 시선을 인식한 이필수 회장은 지난해 선거 당시 집행부 구성에서 개원의·봉직의·교수 등의 비율을 적정화해 전체 의사들의 의견을 대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임원 구성을 다각화하는데 성공했지만 이익단체로서 일선 개원가에선 민초 의사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역할에 소홀해지는 것은 아닌가 불안감이 작용하는 것이다.
실제 의협 회장단 구성을 보면 전임 집행부에선 개원의가 과반수를 차지했지만, 이번 집행부 들어선 절반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전체 임원으로 봐도 개원의 비중이 전체의 27%로 줄었다. 대신 교수 임원 비중이 38%로 두드러졌다. 중소병원장 임원은 11%로 이중 가장 적지만 요직에 있어 더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게 일부 개원의들의 우려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 19일 한수철 국무총리와의 면담에서 의협이 코로나19 재유행 대응, 커뮤니티케어, 필수의료 문제 등을 주요 과제로 꼽으면서 개원가의 어려움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와 관련 한 개원의는 "최근 의협 회무를 보면 개원가 현안이 다른 거대담론에 밀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여러 종별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의 의견을 듣겠다는 의협의 방향성은 이해하지만, 자칫 개원가 목소리가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는 한다"고 말했다.
의협은 집행부 구성 초기부터 이 같은 우려가 나오는 상황을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그동안의 주요 회무를 보면 개원가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진 사안이 많다고 강조했다.
특히 의협은 코로나19 대유행세 당시 기존 2·3차 의료기관 주도로 이뤄지던 감염병 대응에 1차 의료기관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지자체를 설득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개원가 반발이 심한 분석심사·비대면진료 역시 관련 논의가 1차 의료기관 주도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제한적인 참여가 결정된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의협 박수현 대변인은 "현 집행부 구성은 종별·성별에 구분을 두지 않고 다양한 입장을 균일하게 가져가기 위함"이라며 "그동안의 행보를 봐도 본회는 개원가를 대변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고 여러 구성에서 개원가를 항상 포함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본회의 모든 현안은 지역의사회나 대한개원의협의회 등 여러 산하 단체들과의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정된다. 향후 회무에서도 여러 의견을 수용하기 위해 이 같은 원칙을 지킬 것"이라며 "특정 종별만 대변하거나 이득이 편중되지 않도록 계속 노력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