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예산 1705억 중 0.1%만 집행…개원가 관심도 적어
회차 거듭할수록 줄어드는 참여자…장애인 만족도도 낮아
장애인 건강 주치의 제도가 5년이 지나도록 실효성 있는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예산은 당초 예상의 0.1%만 소진됐으며 사업에 참여한 장애인 수도 저조한 실정이다.
13일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실은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장애인 주치의 시범사업 결과에서 집행된 예산이 2020~2021년 2억 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장애인 건강주치의 제도를 보장성 강화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해 2018년 시범사업 이후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할 것을 계획했다.
이에 문 정부는 2018년 73억 원, 2019년 544억 원, 2020년 544억 원, 2021년 544억 원의 지출을 전망하며 관련 계획을 마련한 바 있다. 5년 간 총 1705억 원 예산이 소모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실제 지출액은 2억 원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이 의원실은 예산집행이 저조한 이유로 관련 제도가 본사업이 아닌 시범사업으로만 운영된 것을 꼽았다. 실제 2018년 5월부터 지난 6월까지 3차례에 걸친 사업이 모두 시범사업으로만 이뤄졌다.
시범사업 실적이 저조한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주치의사업 참여를 위해 교육을 이수한 의사는 1306명이지만 실제 참여자는 1차 50명, 2차 79명, 3차 84명에 그쳤다.
지금에 와선 해당 사업에 대한 개원가 관심도 떠난 상황이다.
의료계는 장애인 주치의 제도의 적용 범위와 그 실효성을 먼저 검증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병의원 방문이 어렵지 않은 경증 장애인에게도 이를 적용하는 것은 오히려 진료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이와 관련 한 가정의학과 원장은 "개원가 참여가 적고 관심도 적어 관련 사업이 잘 안되고 있다는 것 외엔 아는 것이 없다"며 "다만 이 사업 뿐만 아니라 방문을 수반하는 사업은 원래 성공하기가 어렵다. 인구가 많은 서울에서도 활성화가 안 된 구가 있는데 정주 인구가 적은 지역에선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 장애인은 1차 488명, 2차 1524명, 3차 1341명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1회 1574명이었던 참여 장애인이 2회 331명, 3회 이상 345명으로 감소해 만족도가 떨어지는 양상을 보였다.
이 의원실은 이런 상황에서 시범사업 결과보고서에 1·2차 모두 만족도가 높았다고 명시된 것을 들어 정부에 개선의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2차 결과보고서엔 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510명과 참여자 사업 참여자 59명을 합쳐 사업 만족도 조사를 실시했다. 또 1차 참여 장애인을 대상으로 2차 변경 사항을 알리고 도움이 되었는지, 추가로 개선할 점이 없는지 등을 확인하는 조치도 없었다.
이와 관련 이 의원은 "이전 정부에서 추진한 장애인 주치의제도 도입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으나 사업추진 의지가 있었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3차 시범사업이 마무리 된 만큼, 부족한 부분과 개선점 등 결과를 사업 참여자 중심으로 도출하고 이를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향후 계획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 박수현 대변인은 "주치의 제도를 경증 장애인까지 확대하는 의료급여제도처럼 오히려 환자의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다"며 "아직 해당 제도에 대한 실효성이 검증되지 않아 신중한 접근과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