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가 블루오션 기대 속 진단‧처방 연계 대웅제약 선점
학회‧의사회 교육 강좌 봇물…검진용 상품도 출시 예고
웨어러블 심전도(Wearable ECG) 검사에 대한 의료행위 수가가 신설된 지 6개월.
일선 대학병원 심장‧순환기내과와 의원급 의료기관 중심으로 도입 필요성이 인정되며 수가 신설 반년 만에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관련 학회와 의사회 등 의료단체들은 주말마다 개최하는 연수강좌를 활용, 웨어러블 심전도 검사기 교육 강좌를 열기 분주하다.
동시에 웨어러블 심전도 검사기 시장의 경쟁력을 알아본 국내 대형 제약사들은 앞다퉈 관련 업체와 손잡고 해당 시장 선점을 위해 적극적인 영업‧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이 같은 의료기관과 제약사의 호응 때문일까. 당장 내년부터는 요양급여 시장뿐만 아니라 새로운 비급여 시장도 형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건강검진 기관에서도 웨어러블 심전도 검사기 활용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개원가 '블루오션' 속 국내사 전쟁터 된 심전도 시장
17일 의료계와 제약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지난 2월 선별급여 형태로 웨어러블 심전도 검사기 활용 관련 수가를 새롭게 신설하면서 의료현장에서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간단히 정리하면 심전도 검사를 위한 홀터기록(Holter Monitoring) 항목을 기존 ▲48시간 이내 외에 ▲48시간 초과 7일 이내 ▲7일 초과 14일 이내를 신설해 세분화했다. 기존 홀터기록 행위수가가 24시간 단일 기준으로 한정됐었지만, 고시 개정으로 최대 14일까지 확대되면서 수가도 기존 5만원에서 약 4배 이상 증가한 20만원까지 확대됐다.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부정맥(심방세동) 환자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기존 대형병원에만 국한됐던 심전도 시장이 의원급 의료기관까지 확대될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수가 신설에 순환기내과 관련 학회와 의사회들은 주말마다 개최하는 연수강좌 혹은 학술대회를 활용, 심전도 검사 교육을 펼치고 있다.
이에 따라 한 해 약 35만건으로 예상되는 의료기관 심전도 검사 건수도 수사 신설에 따라 50만건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고대안암병원 주형준 순환기내과 교수는 "그동안 부정맥이 의심되는 환자에게 심전도 검사를 위한 홀터기록 행위 수가를 1일만 인정됐지만, 14일까지 확대됐다"며 "동시에 관련 기기가 발전하면서 환자 입장에서 착용감도 훨씬 편해졌다. 사실 대학병원에서는 이미 다 갖춰져 있기에 수가가 신설되면서 중소 병‧의원까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의료계의 호응도가 높아지면서 제약사들도 웨어러블 심전도 검사기 업체들과 손을 잡으며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가장 먼저 시장에 뛰어든 대웅제약(씨어스테크놀로지)을 필두로 ▲유한양행-휴이노 ▲삼진제약-웰리시스 ▲종근당-스카이랩스 ▲동아에스티-메쥬에 더해 한미약품이 최근 얼라이브코어와 에이티센스와 동시에 손잡으며 시장 참전을 선언했다.
한미약품은 얼라이브코어와 에이티센스의 제품을 상호보완적 성격으로 도입, 의원급 의료기관 판매를 대행하게 된다. 참고로 에이티센스의 '에이패치'의 병원 판매는 CSO인 '도체오'가 맡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과 바늘' NOAC 시장 확대 기대
제약업계에서는 이 같은 웨어러블 심전도 검사 확대에 더불어 경구용 항응고제(NOAC) 시장도 덩달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웨어러블 심전도 검사와 NOAC이 '실과 바늘'과 같은 관계가 형성될 것이란 분석.
이로 인해 제약업계에서는 웨어러블 심전도 검사를 가장 먼저 도입하고, NOAC 처방액 1위 품목인 다이이찌산쿄의 릭시아나(에독사반) 판매를 담당하는 대웅제약이 시장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대웅제약에 따르면, 현재 요양기관 400여 곳에 웨어러블 심전도 검사기 '모비케어'를 공급 중인 상황. 이 같은 성과 탓인지 릭시아나는 올해 상반기에만 약 432억원에 달하는 처방액을 기록하면서 전년 상반기(402억원) 대비 7.7% 성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관계사인 대웅바이오는 최근 본격 제네릭 시장이 형성된 자렐토(리바록사반) 후발약을 출시하며 NOAC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영향력을 발휘 중이다.
마찬가지로 경쟁사인 유한양행과 동아에스티, 종근당, 한미약품, 삼진제약 등도 NOAC 후발약 품목을 보유하거나 진입을 추진 중이다.
즉 이 같은 NOAC 시장에서의 성공에 더해 심전도 검사기 시장까지 연계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제약업계는 바라보고 있다. 심전도 검사기 도입 활성화에 따른 환자 검출률 향상으로 인해 NOAC 처방률도 늘어났다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
기자와 만난 대웅제약 이문희 PM은 "심전도 검사기와 NOAC은 실과 바늘과 같다"며 "수가 신설로 검사가 활성화되면서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부터 적극적인 환자 진료가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함께 자리한 대웅제약 서지홍 PM은 "홀터 모니터링은 심전도 분석 인력과 고가의 장비가 필요하고, 또 행위수가가 크지 않아 검사 제한성이 컸다"며 "최근 사용하기 편리한 웨어러블 심전도 검사기 도입과 홀터 장기 수가 마련으로 병원, 의원급 의료기관까지 활용기관이 점점 확대되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이어 서지홍 PM은 "심방세동을 진단하는 모비케어와 이를 치료하는 릭시아나는 진단과 치료라는 연계성을 가지고, 동반성장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조합"이라고 말했다.
심전도기 진화 속 검진 '비급여' 시장 확대
이 가운데 당장 내년부터는 부정맥(심방세동) 예방 목적 비급여 시장으로 심전도 검사기 시장이 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수가신설에 따른 급여 시장에 더해 건강검진 목적으로도 쓰일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대웅제약의 경우 올해 내 기존 품목 외에 추가로 검진용 '일회용'(disposable) 제품 출시를 준비 중이다. 기존 경쟁 제품들의 경우 의사가 처방하면 환자가 해당 기기를 대여해주는 방식이었다면, 건강검진 기관용 일회용 제품을 새롭게 도입하는 방식이다.
제약사 간 경쟁이 낳은 진화로 풀이된다. 예방적 성격에 따른 비급여 시장 확대인 것.
대웅제약 서지홍 PM은 "기존 기기에 더해 요양병원과 검진용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라며 "특히 검진용 품목을 기획한 이유는 검진 의료기관에서는 일회용이 편리하기 때문인데, 기존의 모비케어 장점을 특화 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기 관리를 검진센터에서 할 여력이 없다. 기존 제품들은 재사용(reusable)이 특징이었다면 일회용이 필요한 검진센터에 맞는 제품을 추가로 출시해서 차별화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내년 급여 외 비급여 시장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같은 제약사들의 비급여 시장 확대 기대감에 의료현장에서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한국건강검진학회 박근태 이사장(박근태내과)은 "비급여 항목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대형 검진기관을 비롯해 기존 의료기관에서 별도 기기가 있는데 일회용을 추가로 사서 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궁금증이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