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웅한 교수, 국회 토론회서 심장수술 지원자 없는 현실 지적
"소아심장은 멸종 단계" 토로…정책의 디테일 중요성 강조
"필수의료의 중요성, 흉부외과에서 얘기한지 10년이 넘었는데 아무도 관심 없었다. 흉부외과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 됐다."
김웅한 서울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이 28일 오후 '필수의료,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를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 현실을 지적했다.
흉부외과는 젊은 의사가 찾지 않는 기피과의 대명사가 된 지 오래. 김 교수에 따르면 전국 흉부외과 개설 병원은 100개 정도. 그 중 흉부외과 전공의 1~4년차 모두 있는 곳은 5개에 불과하다. 올해 서울대병원에는 5명의 레지던트가 들어왔지만 벌써 2명이 그만뒀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이렇게 더 이상 못 살겠다는 이유로 그만둔다. 세상이 바뀐 것이다"라며 "2년 전에도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출석해 흉부외과의 현실을 토로했지만 아무도 관심 없었다"고 토로했다.
2년 전 국감장에서 공개한 통계 내용에서도 흉부외과의 현실을 열악했다. 흉부외과 의사는 한 달에 당직을 5.1일 서고, 온콜이 10.8일이었다. 한 달 중 15일은 당직을 서거나 온콜인 상황이다. 병원급에서 일하는 흉부외과 의사 절반 이상인 51.7%가 번아웃을 호소했고 93.7%가 환자에 위해가 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정치인들은 국민과 전공의 복지를 위한 법을 만들고 있는데 중환자를 누군가는 봐야 하는 상황에서 교수, 봉직의가 하고 있다"라며 특히 소아심장을 수술할 의사가 없는 상황의 심각성도 짚었다.
그는 "선천성 심장병은 98%가 임신했을 때 진단이 다 돼 산모들이 카운슬링을 많이 한다"라며 "기형이 심한 애들은 유산을 해도 불법이 아니다 보니 많은 아이들이 엄마 뱃속에서부터 죽고 있다. 선천성 기형 중에서 심장병이 가장 많이 죽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카운슬링을 하면 치료비가 얼마나 드냐고 물어보는데 의사가 돈은 국가에서 다 낸다, 걱정하지 말라고 말할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면 한다"라며 "국가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13조, 14조를 썼다는데 도대체 그 돈은 다 어디에 갔나"라고 반문했다.
김 교수는 외국의 사례를 이야기했다. 일본은 현마다 어린이 병원이 있는데 환자가 따로 비용을 내지 않는다. 한 마디로 '공짜'다. 네팔은 세계 최빈국 중 하나임에도 15세 미만 의료비는 공짜다. 이란도 국립순환기센터에서는 모두 공짜다.
그는 "흉부외과에서 이런 얘기를 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아무도 관심이 없다"라며 "교수회에서라도 현실을 이야기하면 누가 흉부외과를 하라고 했냐는 말이 돌아온다"고 토로했다.
김 교수는 전문과목 중에서도 '세부 전문과목'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흉부외과에서도 폐 수술로 다 몰리고 심장수술은 아무도 지원을 하지 않는다. 심장도 어른으로 몰리고 소아심장은 전국에 열댓 명밖에 없다"라며 "소수를 위해 학회는 움직일 수가 없다 보니 소아심장 분야는 특히나 멸종 단계가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심장병은 죽든지 살든지 둘 중 하나인데 죽으면 무조건 소송에 걸린다"라며 "소아는 무조건 10억원, 20억원대의 소송 위험이 있으니 병원장들이 수술을 못 하게 한다. 정부가 의료인을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가정책의 부족한 부분도 짚었다.
김 교수는 "현재 하고 있는 수술의 50%는 수술 수가가 없다. 수술명에 대한 수가가 없다는 소리"라며 "심장수술 방법이 계속 발전하고 있는데 수가가 없어 차용하고 있다. 수가에 대해 정부가 인색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10가지 새로운 수술이 있다고 하면 한 개가 인정이 될까 말까 하다"라며 "저출산에 13조~14조원씩 쓰는데 디테일에 신경을 써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