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C 부분 배제 플랫폼 전시에 방점…병원급 중심 탈바꿈
스마트병원 등 솔루션 전면 배치…기업들 '기대반 우려반'
국내 최대 규모의 의료산업 전시회인 국제 병원 의료산업 박람회(K-HOSPITAL FAIR 2022)가 병원 산업 차별화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지며 3일간의 대장정에 막을 내렸다.
소비자 대상 의료기기 즉 B2C 부분을 상당 부분 걷어내고 병원급 이상의 토탈 솔루션 등 플랫폼을 전면에 내세우며 이른바 '병원 산업' 중심으로 체질 개선을 도모한 것.
이에 맞춰 병원과 기업간 대규모 계약이 성사되는 등 실속을 챙겼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일부 기업들은 전시회의 고유 목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는 점에서 과연 이러한 전략이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차별화 도모한 K-HOSPITAL 2022…병원 중심으로 체질 개선
대한병원협회가 주최하고 메쎄이상이 주관한 국제 병원 의료산업 박람회(K-HOSPITAL FAIR 2022)가 내년 행사를 기약하며 29일부터 진행된 일정을 정리했다.
2020년부터 장기간 이어진 코로나 대유행의 여파에서 벗어나 엔데믹 기조속에서 열리는 대규모 박람회라는 점에서 이번 행사는 개막 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았던 것이 사실.
결과적으로도 참여 기업이 크게 늘며 과거 박람회의 규모를 되찾았고 다양한 병원 관계자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윤동섭 대한병원협회장은 "코로나 대유행으로 인해 병원계에도 비대면 문화가 만들어지고 디지털 전환도 가속화되고 있다"며 "이러한 가운데 박람회를 통해 패러다임 변화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박람회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역시 체질 개선이다. 과거 박람회가 수평적 구조속에서 참여 기업들이 개별적으로 전시를 진행했다면 올해는 철저하게 병원 중심으로의 재편 움직임이 보여진 것.
일단 병협이 주관하는 병원산업 박람회라는 취지에 맞춰 소비자 대상 의료기기 기업들의 참여를 최대한 자제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이로 인해 과거 박람회에서 찾아볼 수 있었던 기업들이 올해 전시회에서는 많이 배제되는 모습을 보였다. 여타 전시회와 차별화를 도모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기업단위 전시가 '특별관' 형식으로 재편된 것도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이번 박람회에서는 '스마트병원'과 '디지털헬스케어' 특별관이 가장 큰 공간을 차지했다.
이 자리에는 실제로 대학병원 등에 구축된 시스템을 선보이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기업이 시스템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병원에 구축된 모델을 직접 보여주는 방식으로 전환된 것.
스마트병원 특별전에는 삼성서울병원 등이 직접 참여해 원격 중환자실이나 병원내 자원 관리 프로그램, 지능형 업무 지원 등 스마트 병원 모델을 선보였다.
병원 관계자와 기업 관계자가 한 공간에 위치해 구축 방법과 이로 인한 효용성 등을 함께 홍보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실제로 스마트병원에 대형 부스를 세운 삼성서울병원은 디지털전환의 대표적 서비스인 스마트 물류 혁신 프로젝트를 통해 물류를 이송하는 스마트 기능을 탑재한 카트과 이를 이송하는 AGV 로봇의 실제 구동 모습을 선보였다.
또한 로봇 기반의 야간 자동 배송으로 각 진료현장에서 필요한 진료 재료를 매일 자동 공급하는 시스템이 구동되는 모습과 이를 모니터링하는 관제센터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디지털헬스케어 특별관도 마찬가지로 각 병원 시스템에 이식된 의료 인공지능 모델(AI) 등이 실제로 구동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초점을 맞췄다.
뷰노와 루닛, 메디컬아이피 등 국내 주요 AI 기업들의 솔루션이 병원에서 어떻게 구동되는지를 병원과 기업이 함께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기업들도 토탈 솔루션에 방점…새로운 가능성 확인
이러한 체질 개선에 맞춰 참여 기업들도 병원 단위의 토탈 솔루션을 소개하는데 초점을 뒀다. 과거 제품 단위의 전시가 주를 이뤘다면 이른바 플랫폼 단위로 홍보 방식을 전환한 셈이다.
GE헬스케어가 대표적인 경우다. GE헬스케어는 이번 박람회에서 주력 토탈 솔루션인 AI 플랫폼 에디슨을 중심으로 최근 신의료기술에 등재된 지방간 정량분석 유갭(UGAP) 기능이 적용된 초음파를 비롯해 A)기술 기반 솔루션을 대거 선보였다.
일단 GE헬스케어 MR 시그나 Creator AIR 등에 탑재된 딥러닝 기반 영상 재구성 소프트웨어 기술인 에어 리콘 디엘(AIR Recon DL)을 전면에 내세웠다.
또한 AI 기술 기반 자동 측정 툴 등 디지털 기술이 탑재된 초음파 진단 장비로 최근 신의료기술로 판정된 비침습적 지방간 정량분석 기능 유갭 (UGAP) 솔루션을 탑재한 로직 포티스 (LOGIQ Fortis)도 주요 공간을 차지했다.
아울러 GE헬스케어 주관의 '병원 경영 리더쉽 포럼'을 별도로 마련해 지속가능한 디지털헬스케어 생태계 구성을 윈한 '에디슨'프로젝트를 알리는데도 집중했다.
비트컴퓨터도 통합 의료 정보 시스템을 강조하며 플랫폼 중심의 전시를 이어갔다.
이 자리에서 비트컴퓨터는 병원급 의료기관을 위한 클라우드 기반 통합의료정보서비스 클레머를 비롯 요양병원을 위한 클라우드 통합의료정보서비스 비트닉스 클라우드와 중대형병원과 중소 전문병원을 위한 구축형 통합의료정보시스템을 모두 들고 나왔다.
특히 고도화된 구축형 제품과 클라우드 기반 구독형 서비스를 한자리에서 시연하는 자리도 마련했으며 디지털헬스케어 특별관에도 참여해 클라우드기반의 의원용 클라우드EMR 비트플러스와 전남대와 함께 개발중인 닥터앤서2.0 EMR 연계 제품인 비트U차트도 전면에 내세웠다.
GE헬스케어 김은미 대표이사는 "현대 의학 기술은 점점 더 정밀의학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디지털 전환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이라며 "특히 병원에서 생산되는 데이터에 대한 효율적 활용 방안이 초점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GE헬스케어 또한 의료진과 스타트업간 협업을 통해 이러한 플랫폼을 갖추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세대 의료기기 내세운 기업들…워크플로우 효율화에 초점
이같은 체질 개선을 통해 병원 관계자들의 참여를 도모한 자리인 만큼 각 기업들도 차세대 기기들을 총 동원하는 모습이 관측됐다.
참여자 특성에 맞춰 병원 시스템의 효율화와 워크플로우 개선 등에 초점을 맞춘 기기들을 전면에 내세운 것.
DK메디칼솔루션은 새롭게 선보이는 프리미엄 디지털 엑스레이 이노비전(INOVISION)과 전신 촬영용 디텍터에 무게를 뒀다.
이노비전 엘린-T7은 한번의 터치를 통해 원하는 위치로 이동시킬 수 있는 풀 오토 포지션이 탑재된 프리미엄 기기로 장비를 자동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료진의 부담을 줄이고 워크플로우를 대폭 개선한 제품이다.
부스에 전진 배치한 롱본 디텍터(Long Bone Detector)도 전시회에서 많은 관심을 받은 제품이다.
지금까지 엑스레이 전신 촬영의 경우 여러 장의 사진을 연속으로 찍은 후 각각 사진을 소프트웨어로 이어 붙이는 스티칭 작업을 진행한 것이 사실.
하지만 DK메디칼이 개발한 DSLB는 단 한 번의 촬영으로 전신 촬영 이미지를 획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료진의 시간과 업무 효율성을 크게 높이는 동시에 환자 편의성도 개선했다.
에이아이트릭스는 이번 박람회에서 병원 내 응급상황 조기 예측 솔루션인 AITRICS-VC(바이탈케어)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바이탈케어는 일반병동 및 중환자실 입원 환자의 전자의무기록(EMR, Electronic Medical Record)에서 수집한 수치를 바탕으로 병동에서의 급성 이벤트 발생 위험도를 예측하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국내 최초로 6가지 생체신호와 11가지 혈액학적 검사 및 기타 환자 정보를 기반으로 중환자실에서의 6시간이내 급성 상태 악화, 일반 병동에서의 급성 중증 이벤트 및 4시간 이내 패혈증 발생 위험도를 예측한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인허가과 요양급여, 신의료기술평가를 동시에 진행 중에 있다는 점에서 이르면 올해 하반기 시장 진출이 예상되는 제품이라는 점에서 참관객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처럼 엔데믹 기조를 타고 많은 병원 관계자들이 모여들며 박람회가 호황을 이뤘지만 일각에서는 아쉬움을 내비치는 목소리도 있었다.
박람회 자체가 지나치게 병원 중심으로 변화하다보니 그외 솔루션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적어진데다 특별전의 증가로 기업 부스의 주목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는 하소연이다.
박람회에 참가한 A기업 임원은 "스마트병원 등 특별관 규모가 점점 더 커지다 보니 이제는 박람회장의 절반이 특별전으로 채워지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참여 기업의 부스가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행사의 주최와 성격을 생각할때 병원산업 중심의 재편은 이해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보다 다양한 고객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며 "매년 박람회에서 경쟁하던 기업들이 하나둘씩 빠져나가고 있는 이유도 생각해 봐야할 듯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