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 신체만큼 정신도 고통…상담 등 관리 ‘구멍’

발행날짜: 2022-11-24 05:30:00
  • 종양내과학회·항암요법연구회, 항암 관련 미디어 키워드 분석
    내적 관리 9% 그쳐…"심리케어 등 정신의학과 협진 필요성"

23일 대한종양내과학회·대한항암요법연구회는 소셜 리스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암 환자의 정서관리 및 심리케어 지원을 촉구했다.

암 환자가 치료 과정에서 신체적 어려움만큼 정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걱정, 불안, 두려움 등 정서적 어려움 크지만 의료적 상담 등 내적 관리 비중은 매우 낮다는 점에서 정서적 측면에서의 관리 및 치료 필요성이 제기된다.

23일 대한종양내과학회와 대한항암요법연구회는 제5회 항암치료의 날을 맞아 소셜 리스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및 '암 환자가 기억해야 할 6가지 수칙'을 발표했다.

소셜 리스닝이란 이용자가 온라인, 미디어 등에서 언급한 날것의 정보들을 광범위하게 감지해 그에 대한 적절한 반응을 하거나 적절한 메시지로 대응하기 위해 하는 활동이다. 진료 상담 과정에서 의료진에게 터놓지 않은 환자들의 실제 궁금증이나 걱정, 암에 대한 인식 등을 파악할 수 있다.

학회는 네이버 블로그, 까페, 지식인 및 다음 까페, 유튜브 댓글과 같은 온라인 미디어 상에서 2021년 10월 1일부터 2022년 9월 30일까지 '암', '항암', '환자관리'로 설정된 키워드를 검색, 16만 9575건의 언급량을 수집, 분석했다.

먼저 암 환자들이 암 진단 후 치료 과정에서 겪게 되는 어려움에 대한 언급한 2만 899건을 분석한 결과 '정서적 어려움'이 42%를 차지해, 52%를 나타낸 '신체/질병적 어려움'만큼 주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서적 어려움은 초기부터 치료 과정 전반에 걸쳐 다른 양상으로 나타났지만 공통적으로 두려움, 불안과 같은 고통스러운 감정이 꾸준히 언급됐다. 치료 후 극복 단계에서도 재발 걱정, 악화 시 죽음에 대한 두려움 등도 지속 언급됐다.

안중배 대한종양내과학회 이사장

연자로 나선 임주한 인하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생사에 기로에 놓인 환우들의 정서적인 어려움은 임상 현장에서 잘 인지하고, 앞으로 계속 주의 깊게 케어해야 할 부분"이라며, "환자들의 정신 건강은 실제 치료 효과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신의학과 협진 등 다학제적인 관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정서적 어려움의 중요성에 반해, 환자 관리 관련 1만 6743건의 언급 중 정서적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내적 관리'를 한다는 언급은 9%에 그쳤다. 특히 정신과 상담, 항우울제 복용 등 전문가의 도움을 통해 적극적으로 정서적 어려움을 관리하는 비율은 매우 낮았다.

또 암 환자들의 암 관련 정보 습득 경로에 대한 1661건을 분석한 결과 전문가, 의사는 44%, 환자 24%, 온라인 커뮤니티 18%, 유튜브는 1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 의사 못지 않게 온라인 및 다른 환자를 통해 암 정보를 얻는 것으로 분석된 결과와 관련해 환자와 의료진과의 소통 강화는 물론, '국가암정보센터' 등 공식 암 정보 사이트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점이 논의됐다.

한편 온라인 미디어에서 최다 언급된 암종 1~3위는 유방암, 폐암, 대장암 순으로 실제 국내 발병률 순위(갑상선암, 폐암, 위암)와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폐암의 경우 암종 중 가장 높은 사망률을 보이고 있어 관심이 높은 것으로 보이며, 대장암 및 유방암은 최근 젊은 층에서 호발하고 있어 소셜 리스닝이라는 방법 특성상 높게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항암제 임상시험 관련, 기존 치료에 불응할 때 대안책으로 치료 효과나 치료비 부담 측면에서 긍정적이나, 안전성에 대한 부분을 우려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항암제의 치료 접근성 부분에 대해 대다수의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는 보험 적용이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주로 언급됐다.

안중배 대한종양내과학회 이사장은 "소셜 리스닝을 통해 이전의 설문조사로 확인하기 어려웠던 항암치료에 대한 실제 환자들의 인식과 고민 등을 엿볼 수 있었다"며 "지속적인 암 치료 및 연구 외에 투병 과정에서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항암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학회는 미디어 키워드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현명한 암 환자가 기억해야 할 6가지'를 발표했다.

6가지 항목은 ▲본인에 맞는 치료법, 전문의와 논의 ▲마음 건강 살피기 ▲부작용 적극 알리기 ▲행복하고 건강한 일상 유지 ▲의학적으로 입증된 치료 중시 ▲항암 치료 키워드는 희망이다.

김인호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암 환자들이 알고 있는 항암 치료 내용에서 사실과 다른 부분도 존재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항암 치료의 모든 과정에 대해 주치의와 적극적으로 상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주치의를 음식, 운동까지 일상생활 전반을 상의할 수 있는 항암의 동반자로 생각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환자들이 정서적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는 부족하다"며 "임상 현장에서 해결하기에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 및 사회적인 차원에서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정서관리나 심리케어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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