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 넘어 FDA 도전까지 올스톱…버티기 나선 기업들

발행날짜: 2022-12-30 05:30:00 수정: 2022-12-30 08:42:19
  • 지속되는 투자 한파 분위기에 예산 투입 로드맵 줄줄이 연기
    투자자들이 경영진 말리는 진풍경도…"살아남는 것이 우선"

금리인상 파장으로 투자 시장이 완전히 얼어붙으면서 임상시험은 물론 FDA 승인 절차까지 포기하는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다.

당장 자금을 수혈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적게는 수억원, 많게는 수십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수 있는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이들은 모든 로드맵을 잠정 중단한채 생존 방안을 고심하는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FDA 승인과 글로벌 임상 등 굵직한 사업을 보류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30일 의료산업계에 따르면 지속되는 금리 인상으로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의료기기 기업들이 모든 계획을 수정하며 버티기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내년 초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절차에 돌입할 계획이었던 A기업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A기업 대표이사는 "올해 모든 준비를 끝낸 뒤 내년 초부터 FDA 승인을 위한 총력전을 펼칠 예정이었지만 모든 계획을 전면 보류한 상태"라며 "승인을 위해 계약했던 에이전시와도 그나마 잘 얘기가 돼서 일단 홀딩(유보)하는 방향으로 정리를 마쳤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FDA 승인을 위한 절차에 생각보다 많은 금액이 필요하고 이에 따른 인력과 시간도 만만치가 않다"며 "내년 초 마지막 라운드 투자를 진행해 동력을 삼을 계획이었는데 지금 분위기를 알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이는 비단 A기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발 금리인상으로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의 로드맵도 상당한 차질을 빚고 있다.

당장 벤쳐캐피털 등이 극도로 보수적으로 자금을 통제하면서 당장 수혈할 수 있는 자금이 바닥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국내 의료기기·바이오산업에 대한 투자금은 지난해 1조 6천억원에서 올해 9천억원대로 거의 반토막이 난 상태다.

특히 내년에는 더욱 상황이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 기업들 입장에서 당장 목돈을 투자하는 사업을 이어가기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디지털헬스케어 기업인 B기업도 마찬가지 이유로 올해 말로 예정했던 글로벌 임상시험을 전면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예상보다 투자 상황이 더욱 급격히 안좋아지고 있는 상태에서 글로벌 단위의 사업을 진행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투자 한파로 이후 수혈을 기대할 수 없게 되자 각 기업들이 버티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B기업 대표이사는 "일단 시작할 수 있는 자금은 충분한 상태지만 이후 투자를 장담할 수가 없다는데 모두 동의했다"며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무리가 있더라도 올해 초에 추가 라운드를 진행해 자금을 확보할 것을 그랬나 후회가 많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특히 지금이야 그나마 달러 환율이 안정되고 있지만 추진 타당성을 검토할 때만 해도 이건 도저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며 "글로벌 임상의 경우 비용이 환율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당시에는 더 생각할 문제가 아니었다"고 전했다.

더욱이 이러한 비관론이 산업계 전체에 퍼져나가면서 오히려 투자자들이 로드맵 수정을 요구하는 역설적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당장 엑시트(투자금 회수)가 급한 투자사들과 투자 주관사 등이 오히려 경영진을 설득해 계획을 보류하는 상황까지 나오고 있는 셈이다.

의료 인공지능 기업인 C사의 경우다. C사는 오랜 고민 끝에 경영진들의 뜻을 모아 내년 상반기 IPO(기업공개)를 추진하는 방향을 잡았지만 주관사와 투자사들의 반대로 일단 이를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C사 임원은 "일단 올해 굵직한 판매망을 뚫는데 성공했고 그 외 계획들도 차질없이 진행된 만큼 IPO를 진행하면 어떻겠느냐는 것이 경영진의 판단이었는데 주관사와 투자사들의 반대로 일단 보류하기로 결정했다"며 "올해 대어들이 줄줄히 흥행에 실패한 것이 영향을 준 것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나도 여러 기업에 몸담았었지만 주관사랑 투자사가 IPO를 종용하는 경우는 많이 봤어도 이를 뜯어 말리는 경우는 처음 보는 듯 하다"며 "코로나 사태와 같이 경제 시장에도 정말 유례없는 한파가 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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