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바른의료연구소 성명 통해 공개 재판연구관 관여 언급
5개 직역단체 규탄 행렬 동참…"직역 간 갈등 우려"
신년에도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판결을 둘러싼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관련 논란이 사법부·한의계에 대한 소송전으로 비화했으며 다른 직역단체도 규탄 행렬에 동참한 상황이다.
2일 바른의료연구소는 성명서를 내고 관련 판결에서 모 재판연구관과 전 대한한의사협회 회장 최 모씨의 공무상비밀누설죄 혐의가 짙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22일 대법원이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불법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린 이후, 전 대한한의사협회 회장인 최 모 씨는 '오르비'라는 인터넷 사이트에 '한의사 초음파 대법원 판례 해석'이라는 글을 게시했다.
하지만 그 내용에 최 모 씨 해당 사건 담당 재판연구관 간의 비밀 누설이 의심되는 정황이 담겼다는 의혹이다.
사건에서 담당 재판연구관의 검토 의견은 대법관의 심증 형성에 주요하게 작용해 관련 인적사항을 비공개로 하는 것이 원칙이다. 또 대법원 사건에서 대법관들의 합의내용이나 문제의식을 외부에 누설하는 것은 공무상비밀누설죄에 해당한다.
그러나 게시글의 내용은 담당 재판연구관을 통하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심도 깊은 내용이라는 주장이다. 담당 재판연구관이 최 모 씨에게 그 내용을 자세히 공개했다는 것.
이에 바른의료연구소는 12월 29일 이들을 공무상비밀누설죄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는데, 이후 최 모 씨가 내놓은 입장문이 관련 혐의를 더 짙게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 모 씨는 입장문을 통해 대법원 판결문의 모호한 부분을 알아보기 위해 보도자료에 적힌 공식 문의처로 전화했고 담당자로부터 대답을 얻었을 뿐이라고 밝혔다.
바른의료연구소는 관련 게시글에서 최 모 씨는 재판연구관과 직접 통화했다고 밝혔다고 반박했다. 입장문과 게시글, 둘 중 하나는 거짓이라는 지적이다. 또 대법원 측이 해당 판결 보도자료와 관련해 언론만 응대하고 있는 것을 들어 최 모 씨가 기자를 사칭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특히 게시글에 ▲판결이 담고 있는 함의 ▲대법관들의 문제의식 ▲이후 판결 예측 등 일반 공보담당자로부터 얻을 수 없는 자세한 내용이 포함된 것을 들어, 최 모 씨의 해명은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강조했다.
대법관에 대한 소송도 제기됐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지난해 12월 26일 노정희 대법관을 사법무에 대한 업무방해죄와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그는 한의사를 배우자로 두고 있어 이번 재판에 참여하는 것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다.
간호조무사·방사선사·보건의료정보관리사·임상병리사·응급구조사 등 다른 보건의료직역들도 반발하고 있다.
이번 판결은 초음파 진단기기의 특수성을 간과하고 의료법상 의료인 면허제도의 존재 의미를 부정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로 인한 보건의료체계 혼란으로 국민 건강권에 심각한 위해가 생길 것이라는 우려다.
특히 대한간호조무사협회·대한방사선사협회·대한보건의료정보관리사협회·대한임상병리사협회·대한응급구조사협회는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와 연대 성명을 내고, 이번 판결에서 있었던 잘못된 판단기준이 계속해서 의료계에 적용된다면 직역 간 갈등이 극심해질 것이라고 규탄했다.
의료법 제27조에 따라 의료인은 면허 범위 내에서만 의료행위를 할 수 있음에도, 대법원은 그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관련 규정이 없다고 판단했다는 지적이다. 관련 내용이 너무 방대해 의료법이 일일이 구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 뿐, 여러 하위 법령을 통해 규정이 마련된 상황인데도 이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
이들 단체는 "이번 판결은 대법원이 의과의 전문영역인 초음파 진단을 확인도 증명도 되지 않는 방식의 보조적 사용도 괜찮다고 폄훼한 것"이라며 "이는 초음파 진단기기에 의한 오진의 위해성을 간과한 잘못된 판단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해당 대법원의 판결로 무자격자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으로 인한 막대한 국민 피해가 우려된다"며 "대법원에서 말한 보건위생상 위해의 기준을 우리 보건의료 종사자들은 결코 동의하기 어렵고 책임질 수 없음을 명백히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밖에도 의협 릴레이 성명 이후 대한가정의학회·충청남도의사회·부산시의사회·경상북도의사회·경상남도의사회·강원도의사회 등이 성명서를 내는 등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