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경제팀 김승직 기자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언론 매체 등에서 양적완화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양적완화는 시중 통화량을 늘리기 위해 중앙은행이 비교적 안정성이 높은 자산을 매입하는 행위다.
이는 금융위기로 시장의 노력만으론 경기 부양이 어려울 때, 중앙이 개입해 자산의 양을 조절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자산 거품 ▲실물경기 회복 후 인플레이션 ▲위험자산 매입에 따른 중앙은행 손실 등의 부작용으로 극약처방이 필요할 때나 사용된다.
이를 통해 금융위기가 해결된 경우도 손에 꼽는다. 경제는 복잡계와 재귀성 때문에 ‘A를 하면 무조건 B가 된다’는 논리가 통하지 않는다. 정책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뜻이다.
2020년 2월, 코로나19 여파로 한국은행이 무제한 유동성 공급을 선언하자 부동산·유가증권·암호화폐 등이 일제히 급등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의료계에서도 비슷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정치권이 필수의료 해법으로 의대 증원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의사 수를 늘리고 정원을 조정하면 자연적으로 기피과로 인력이 유입될 것이라는 구상이다.
반면 의료계는 저수가,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에 대한 배상 책임 등의 문제가 해결되면 저절로 기피과로 인력이 유입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지원책만 늘리면 기존 인력으로도 필수의료를 보강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양쪽 주장 모두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부작용 측면에서 보면 양적완화 성격을 띤 의사 증원이 더 위험하게 느껴진다.
의료계 역시 의사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의료비 급증을 우려하고 있다. 정책적으로 일시적인 유입이 있을 수 있지만, 기피과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결국 필수의료과 이탈이 반복될 것이라는 게 의료계 중론이다.
실제 통계청이 발표한 대한민국 인구전망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는 2022년 5200만 명에서 2070년 3800만 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보건복지부 보건복지통계연보를 보면 우리나라 의사 1인당 국민 수는 2009년 641명에서 2020년 480명으로 감소세다.
펀드 등 금융 상품에 가입할 때, 수익률이 높다고 해도 리스크 관리가 없다면 선뜻 손이 가지 않는 게 인지상정이다. 하물며 필수의료가 그 대상이라면 의사 증원을 주장하기에 앞서 의사 과잉 대책을 먼저 제시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싶다.
경제정책에선 후순위로 밀리는 양적완화가 의료에서는 선순위로 놓이는 상황이 적합한지도 의문이다. 통화량 확대에 앞서 부실을 메울 방법을 찾는 것이 먼저고 이는 의료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오는 26일 열릴 의료현안협의체 회의를 계기로 필수의료 문제를 해결할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