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초대석]대한내과학회 박중원 이사장, 정책 한계 지적
"비수도권 의료 활성화 단순히 전공의 보내서 해결 안돼"
"필수 의료 대책도 중요하고 지역간 인력 양극화 해결도 중요하지만 전공의 수련은 다르게 생각해야 하는 문제에요. 미래 전문의를 키워내는 일을 막연히 인력으로만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정부가 필수 의료 대책의 일환으로 지역간 인력 양극화 해결을 위해 비수도권 수련병원에 전공의를 추가 배정하는 안을 추진하자 의학계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역에 의료 인력이 부족하고 이에 대한 배려가 필요한 것도 맞지만 그 공백을 전공의로 메우겠다는 시도는 미래를 위해 옳지 않다는 지적이다.
가장 많은 전문의를 배출하는 대한내과학회도 같은 입장이다. 기계적인 전공의 정원 조정은 되돌릴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입장.
대한내과학회를 이끌고 있는 박중원 이사장(연세의대)도 가장 큰 난제로 이 부분을 꼽았다. 실제로 이 안이 추진된다면 어떻게 문제를 풀어내야 할지 고민이 많다는 것이 그의 토로다.
박중원 이사장은 "현재 내과학회는 603명의 전공의 정원을 수도권에 361명, 비수도권에 242명 배정하고 있다"며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안 대로라면 수도권 수련병원에서 전공의 60명을 잘라내서 비수도권에 강제 배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실제로 정부는 필수 의료 대책 중 '지역·과목간 인력 격차 최소화 방안'의 일환으로 비수도권에 전공의 배정을 강제로 확대하고 나아가 과목간 전공의 정원도 조정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상황이다.
수도권에 전공의를 포함한 의료 인력이 몰리고 있는 만큼 현재 6대 4로 배정돼 있는 기준을 5대 5로 강제 조정해 비수도권에 전공의를 보내겠다는 의도다.
박 이사장은 "지역간, 과목간에 의료 인력 불균형 문제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하며 또한 필수 의료 대책의 필요성도 인정한다"며 "하지만 이 문제를 장기적 관점이 아닌 전공의를 강제 배정해 풀겠다는데는 동의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지역에 전공의를 더 보내면 지역간 의료 인력 불균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하고 근시안적인 방편이라는 것이다.
그는 "직장과 인프라 등으로 젊은 인구 대다수가 수도권에 터전을 잡고 있고 이로 인해 부모님이 편찮으시면 간병하기 쉬운 수도권 대학병원에 입원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수도권 집중 현상은 단순히 의료 체계만으로 생각할 수 없는 사회적 문제로 전공의를 더 보낸다고 해결될 부분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이러한 수도권 집중 현상으로 관련 수련병원들은 입원전담전문의까지 뽑아도 환자를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 전공의를 강제로 지역에 배치한다면 전국적으로 겉잡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박중원 이사장은 전공의의 신분과 제도의 목적을 다시 한번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공의를 단순히 의료 인력으로만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박중원 이사장은 "전공의 제도의 목적은 값싼 의료 인력을 보충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 의료를 책임질 실력있는 전문의를 키우기 위한 것"이라며 "의료 인력의 구멍을 메우겠다고 기계적으로 배정을 해서는 안되는 가장 큰 이유"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전공의들이 어느 곳에서 수련을 받을때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며 "이 문제에 있어 최고의 전문단체는 학회인데 학회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박 이사장은 전문과목간 전공의 정원을 강제로 조정하는 방안도 근시안적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이 또한 전공의 제도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도 대한의학회와 각 전문과목 학회들과 긴밀한 논의를 진행하며 중장기적으로 결정해야 할 문제라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박 이사장은 "26개 전문과목 전공의 수가 3186명이라는 점에서 특정 과에 전공의를 늘리기 위해서는 다른 과목 전공의 수를 줄여야 한다"며 "이는 미래의 전문의 수요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분석 아래 중장기적으로 이뤄져야 할 부분으로 단순하게 결정해서는 안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이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에서 전문과목별 의사인력 수급 추계연구 등의 보고를 내고 있고 각 학회별로 수련병원 평가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분석과 조사에 맞춰 질 높은 전문의를 양성할 수 있는 수련병원에 적정한 전공의를 배정하기 위한 큰 그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