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등급 이하 전체 80%, 양극화 심화 "별도 평가지표·재원 확충 시급"
선택진료 폐지 보상책 고수 비판 고조…복지부 "제도개선 방안 검토"
중소병원 입장에서 '그림의 떡'에 불과한 의료질평가지원금 7천억원을 언제까지 지켜만 볼 것인가.
상급종합병원만의 잔치에 중소병원계가 현장에 입각한 평가기준 개선에 시동을 걸었다.
메디칼타임즈 취재결과, 중소병원협회(회장 이성규)는 최근 보건복지부에 의료기관 규모와 종별에 부합하는 의료질 평가지표 개선을 요구했다.
의료질평가지원금은 박근혜정부 시절 선택진료비 폐지에 따른 손실 보상 방안으로 신설된 제도이다.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전문병원을 대상으로 매년 등급(1~5등급) 평가를 통해 지원금을 지급된다.
제도 설계가 선택진료비 주요 대상인 상급종합병원 보상에 초점을 맞추면서 평가지표 역시 대학병원 중심 인력과 장비, 시설 등으로 이뤄졌다.
의료질 평가지표는 환자안전과 의료질, 공공성, 전달체계 및 지원 활동, 연구개발 및 교육수련 등 6개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문제는 세부 평가지표.
세부적으로 신생아중환자실과 음압공조 격리병상 설치 여부, 관상동맥우회술, 연명의료 자기결정 존중 비율, 중환자실 운영 비율, 소아중증질환 환자 수, 희귀난치질환 구성비 등 평가 가중치를 부여했다.
■선택진료 폐지 보상책…중환자실과 임상센터 등 상급병원 중심 평가지표
또한 입원 전문진료질병군 비율과 진료협력체계 운영 및 회송률, 외래 경증질환 비율, 의료관련감염감시체계 참여 그리고 전공의 확보율과 지도전문의 수 대비 진료실적, 임상시험심사위원회(IRB) 주관 연구책임자 수, 이사 당 지식재산권 수, 임상시험센터 설치 여부 등도 포함되어 있다.
사실상 상급종합병원 평가 지정기준과 유사한 셈이다.
중소병원계 내부에서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어렵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복지부와 심평원이 실시한 의료질평가 결과에서 더욱 선명해진다.
2017년 의료질평가 등급 결과, 상급종합병원 43곳 중 1등급 30곳, 2등급 13곳을 차지했다.
반면, 종합병원 284곳 중 1등급 3곳, 2등급 23곳, 3등급 29곳에 그쳤다. 4등급과 5등급이 67곳과 116곳이며 등급제외가 46곳 등으로 종합병원 67%에 달했다.
2021년 등급 결과에서 격차가 더 벌어졌다.
상급종합병원 45곳 중 1등급과 2등급 각 30곳과 13곳 및 3등급 2곳으로 나타났다.
이와 달리 종합병원 305곳 중 1등급 5곳, 2등급 22곳, 3등급 37곳 등에 불과했다. 4등급 66곳과 5등급 171곳, 등급제외 4곳 등이 종합병원 전체 79%를 차지했다.
불과 4년 사이 종합병원 4등급 이하 비율이 10% 이상 높아진 것이다.
결국, 상급종합병원 45곳이 의료질평가지원금 7000억원을 독식하는 형국이다.
수도권 종합병원 병원장은 "아무리 노력해도 의료질 평가 4등급을 벗어날 수 없다. 신생아중환자실과 중증환자군, 임상시험센터 설치 등 대학병원 중심 평가지표를 충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중소병원 "의료질 개선 노력해도 4등급…1명 인건비도 안 되는 지원금"
그는 "환자 실적별 가산하는 의료질평가지원금은 상급종합병원을 위한 성과금에 불과하다. 4등급으로 받은 연간 지원금은 몇 천 만원으로 한 사람 인건비에도 못 미친다. 언제까지 선택진료비 폐지를 명분으로 상급종합병원 중심 보상을 지속할 셈인가"라고 꼬집었다.
중소병원협회는 별도의 평가지표와 재정 확충 등을 주문했다.
협회 임원은 "민간 종합병원을 위한 새로운 의료질 평가지표와 상대평가 중심에서 절대평가 전환 그리고 의료질평가지원금 확대가 시급하다"며 "지원금 파이를 그대로 둔 채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면 병원계 내부의 치킨게임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의료질평가지원금 편중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 종합병원 별도 평가지표에 공감하고 있다는 의미다.
보건의료정책과 공무원은 "의료질 평가지표를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투 트랙으로 가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심평원과 함께 실행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재원 확보와 관련 "건강보험 재정 문제로 의료질평가지원금 확충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중소병원협회는 의료질평가지원금 제도개선을 핵심 아젠다로 설정한 상황이다.
이성규 회장은 "복지부가 검토만 할 뿐 구체적 논의를 제안해도 묵묵부답이다. 상급종합병원 중심 평가지표만으로 중소병원 지원금은 요원하다"면서 "의료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중소병원을 위한 합당한 보상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