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집회는 국회를 막을 수 있을까

발행날짜: 2023-03-20 05:00:00
  • 의료경제팀 이지현 기자

대한의사협회 비대위는 보건복지위원회가 본회의 직회부 요청한 법안을 막을 수 있을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안타깝지만 쉽지 않아보인다. 애초에 의협 비대위 결성 당시부터 국회 본회의로 직회부 한 간호법, 의사면허취소법 등을 막기는 쉽지 않다는 것은 비대위는 물론 의료계도 인지하고 있었다. 비대위원장 선거에 나섰던 강청희 후보조차 '이미 떠나간 버스'라고 표현했을 정도이니 말이다.

이 시점에선 본회의 직회부된 법안에 수정안을 마련하는 것이 최선의 전략일 수 있을까. 실제로 의사면허취소법은 살인·강간 등 중범죄에 한해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정부는 물론 국회 내부에서도 일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어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국회 본회의 일정은 오는 23일로 성큼 다가왔고, 여전히 법안 수정안 논의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의료계 내부에서 수정안에 대해 거부감을 피력한 것도 이유겠지만, 당초 국회 본회의 직회부 당시만 해도 수정안 가능성을 언급했던 국회와 정부는 조용하기만 하다.

의협 비대위가 밝힌, 22대 총선에서 보건의료계의 표심으로 거대야당의 폭거를 막겠다는 압력(?)이 통했다면 긴장한 국회가 움찔하는 시늉이라도 해야하는데 그런 기미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400만명의 표심을 보여주겠다며 '민주당 아웃' 투표 퍼포먼스까지 준비한 의협 비대위의 전략은 과연 먹혀들고 있는 것일까.

잠시 복지위가 간호법안을 통과시킨 지난 22년으로 돌아가보면, 당시에도 의료계와 간호계 갈등이 첨예했다. 양측이 합의점에 도달할 수 있는 시간을 좀더 줬을 수도 있지만 복지위가 강행한 배경에는 보건의료단체들의 파격적인 반대시위가 있었다. 복지위 의원들의 지역구 사무실에서 자극적인 내용의 피켓시위를 벌이고 자택 앞을 찾아가는 등 전방위로 압박을 가했던 것. 당시 복지위 김민석 위원장은 이같은 행보에 대해 강력 대응하겠다며 사자후를 던지고 간호법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다시 돌아와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정권은 바뀌었지만 야당이 본회의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 상황에서 현재 보건의료계 행보는 고민이 필요해보인다.

이번주는 복지위 법안소위에 국회 본회의 일정까지…의료계 입장에선 '마의 한주'가 될 전망이다. 국회를 움직일 수 있는 전략은 협박보다는 명분을 바탕으로 한 설득에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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