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2022년 자보 진료비 통계 공개…역전 현상 여전
한의원 86%, 자보 진료비 청구 "자보 진료비 더 늘어날 것"
의과와 한의과의 자동차보험 진료비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의과 진료비는 2021년 처음으로 의과 진료비를 넘어서더니 지난해는 그 격차가 더 커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12일 지난해 자동차보험 진료비 통계 결과를 공개했다. 그 결과 자동차 보험 진료비를 청구하는 전체 기관 숫자와 진료비는 늘었다.
지난해 자동차 보험 청구기관은 2만998곳으로 전체 의료기관의 38.9% 수준이다. 한의원과 의원만 따로 떼서 보면 한의원은 전체 1만4549곳 중 85.5%가 자동차 보험 진료를 하고 있었다. 반면 의원은 3만4958곳 중 16.6%만이 교통사고 환자를 진료했다.
진료비는 2조5142억원으로 전년 2조3916억원보다 5.13% 늘었다. 자동차 보험 진료비는 건강보험을 포함한 전체 진료비에서 2.4%를 차지하고 있다.
진료비의 절반 이상인 1조4635억원은 한의과 몫이었다. 이 금액은 전년 보다도 12% 늘어난 금액이다. 반면 의과 진료비는 1조439억원으로 전년 보다 오히려 3.2% 감소했다. 의과 진료비는 줄고, 한의과 진료비는 늘다보니 그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2021년 한의과와 의과 진료비 격차는 2279억원으로 벌어졌고, 지난해는 4197억원 차이가 났다.
시·도별 진료비를 보면 경기도가 6746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 4507억원, 부산 1514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진료비 증가율만 놓고 봤을 때는 제주도가 가장 많이 증가했는데 215억원에서 217억원으로 9.7% 늘었다. 광주, 전라북도, 전라남도는 진료비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사고 환자가 가장 많이 치료받는 내용은 의과와 한의과 모두 목 부위 관절 및 인대의 탈구, 염좌 및 긴장(S13)과 허리 및 골반의 관절 및 인대의 탈구, 염좌 및 긴장(S33)치료였다. 이들 항목의 의과 진료비는 2917억원인 반면, 한의과 진료비는 1조1587억원으로 약 4배나 더 많았다.
심평원은 한의과 자보 진료비 급증 움직임에 지난해 교통사고 입원 심사를 강화하는 등의 규제책을 실시했지만 단기적으로는 그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모습이다.
상급병실료 기준 신설 등 규제책 안 통했다
심평원은 지난 4월 상급병실료 인정기준을 신설, 공개했다. 치료상 부득이하게 상급병실을 사용할 때는 ▲정신질환으로 자신 또는 타인을 해할 우려가 높아 꼭 격리가 필요한 경우 ▲심전도, 산소포화도 등 24시간 상시 모니터링이 필요한 경우 등으로 압축했다. 경상환자(상해 12~14등급)가 4주를 초과해 치료를 받을 때 진단서를 의무화하는 규정도 만들었다.
하지만 지난해 한의과 입원료 진료비 변화를 봤을 때 눈에 띄는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다. 한의과 월별 심사실적 중 입원비만 보면 4월 361억원에서 4월 461억원으로 오히려 늘었다. 다만 10월까지는 400억원대에 머물면서 입원비가 좀처럼 늘지 않았지만 11월에는 다시 633억원으로 훌쩍 뛰었다.
의료계는 비급여 수익 창출에 대한 별다른 활로가 없는 한의계의 상황을 반영했을 때 진료비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 의사단체 보험이사는 "의과는 교통사고 환자에게 하는 의료 행위가 대부분 급여화되면서 현재는 자보 영역에서 비급여로 수익을 꾀할 수 있는 요소가 없다"라며 "반면 한의과는 어려웠던 환경을 구제해준 게 자보 영역이다. 심평원이 다양한 방법으로 노력을 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자보 환자 중 경증 환자 숫자는 그대로 있으니까 이들에 대한 진료비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증 환자의 진료비 상한선을 정하고 책임 보험을 하듯이 치료 후 위로금처럼 돌려주는 방식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