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치열해진 독감 백신 패권 전쟁…민간 부분 2라운드 돌입

발행날짜: 2023-07-31 05:35:00
  • SK바이오 NIP 복귀로 녹십자 상당수 물량 민간시장 풀려
    글로벌 제약사 가세에 전체 생산량 2500만 도즈까지 증가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생산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패권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코로나19 백신 공급을 위해 독감 백신 생산을 멈췄던 SK바이오사이언스가 국가예방접종(NIP) 시장에 복귀하면서 이름값을 증명했다.

지난해 NIP 입찰에서 탈락했던 일양약품도 뜻밖의 최저 입찰 가격으로 자격을 확보했다. 코로나19 기간 시장을 주도한 GC녹십자 독주에 제동이 걸린 순간이다.

NIP 독감 백신 입찰이 1라운드였다면, 이제는 2라운드인 민간 병‧의원 독감 백신 경쟁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 한 여름 독감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상황에서 제약사의 물량 공세가 예상되고 있다. 특히 올해 민간시장에는 기존 제약사에 더해 글로벌 제약사가 추가로 가세하면서 독감 시장을 향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독감 '대장' 백신 복귀에 시장 소용돌이

2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질병관리청이 '2023~2024년 독감 NIP 사업'을 위해 계약한 백신은 약 1200억원 규모 총 1121만회분(도즈)이다. 전년도 1067만 도즈였던 계약 물량보다 더 늘었다.

이러한 흐름에서 국내 백신 명가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녹십자와 SK바이오사이언스의 희비가 엇갈렸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올해 다시 독감 백신 생산을 재개하면서 전체 NIP 물량 5분의 1에 달하는 258억원 규모 242만 도즈를 담당, 단숨에 주도권을 다시 찾아 왔다.

질병관리청 2023~2024년 독감 백신 조달 현황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독감 백신을 다시 생산하면서 공급 물량 5분의 1을 차지했다.

그 사이 녹십자는 입찰 단가를 높이 써내면서 NIP 물량 공급이 지난 2년과 비교해 크게 줄어들었다. 애초 430만 도즈를 공급하겠다고 제시했지만 입찰가를 높게 써내면서 186억원 규모인 174만 도즈만을 확보하는데 그치게 됐다.

이제 관심은 하반기 본격화될 일반 성인을 대상으로 한 민간 백신 시장 경쟁.

녹십자가 NIP 공급하기로 했던 256만 도즈가 민간 시장에 풀릴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관심이 덩달아 높아진 것이다. 더구나 민간 시장의 경우 치료제와 마찬가지로 제약사의 영업‧마케팅 능력이 중요하기에 녹십자에 적극적인 공세가 예상되고 있다.

문제는 하반기 도래할 민간 백신 시장도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해보다 더 많은 제약사가 국내 독감 백신 민간 시장 참전하게 되면서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글로벌 백신 기업 CSL 시퀴러스코리아가 독감 백신 '플루아드 쿼드' 공급을 위해 일성신약과 전략적 판매 제휴 협약을 체결했다. 플루아드 쿼드는 시퀴러스의 면역증강제 MF59를 포함한 4가 독감 백신이다. 65세 이상 고령층 독감 예방에 사용한다.

지난해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 허가를 받은데 이어 하반기 본격적인 시장 참전을 예고했다. 일단 고령 환자를 겨냥으로 적극적인 영업 공세를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CSL 시퀴러스 아시아·태평양 총괄 다니엘 도웰 대표와 일성신약 윤석근 회장이 협약식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여기에 GSK는 지난해부터 광동제약과 손잡고 독감백신 '플루아릭스 테트라(Fluarix tetra)'를 공급하고 있다. 독감백신 유통을 위해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내과, 가정의학과, 정형외과 등 모든 병의원을 대상으로 하며 공급 물량을 확대하는 등 독감 백신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을 다하고 있다.

플루아릭스 테트라의 경우 임상현장에서는 독감 '프리미엄' 백신으로 불린다. 상대적으로 공급가가 고가로 생성, 그대로 접종가로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접종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실제로 대한내과의사회 곽경근 총무부회장(서울내과)은 "지역 차이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직까지 특정 제약사 백신을 선택해서 접종을 원하는 환자는 드물다"면서도 "다만, 지난해부터 강남 위주로는 공급가가 고가인 백신은 프리미엄 백신이라고 이름이 붙여서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분기점' 2000만 도즈 생산 넘을까

이 가운데 임상현장에서는 지난해보다 독감 백신 수요는 더 높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한 여름인 벌써부터 독감이 유행을 타면서 하반기에도 지속적으로 접종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서다.

실제로 질병관리청이 운영하는 전국 의원급 독감 표본감시기관 196곳 감시 결과 올해 28주차(7월 9~15일) 독감 의심 환자가 외래환자 1000명 당 16.9명으로 3주 연속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창원파티마병원 마상혁 소아청소년과장은 "독감 환자만 하루에 10명 이상을 진단하고 있다. 근처 초등학교에서는 한 반에서 절반이 독감에 걸렸다고 한다"라며 "어느 지역에 독감 환자가 많고, 코로나19 환자가 많은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환자가 오니까 알게 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임상현장에서는 하반기에도 독감 유행이 지속될 것이라 예상하면서 전년도보다 많은 백신 물량이 공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자료사진. 최근 독감 환자 발생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민간 백신 시장에 공급물량이 전년도보다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임상현장과 주요 도매사를 취재한 결과, 전체 제약사 생산 물량이 총 2500만 도즈에 달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일반적으로 2000만 도즈 생산이 일반적이지만 올해 SK바이오사이언스에 글로벌 제약사들의 추가 진입이 불러온 효과다. 지난해 7개 제약사가 경쟁을 벌였다면 하반기 9개 국내외 제약사 간 경쟁이 불가피하다.

결국 임상현장의 예상대로 2500만 도즈 생산이 현실화된다면 일반 병‧의원 민간 시장을 향한 제약사 간의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수밖에 없게 되는 셈이다. 이는 녹십자를 필두로 NIP에 공급하지 못한 물량까지 더해 추가로 진입하는 제약사 물량이 더해지면서다.

익명을 요구한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임원은 A 원장은 "전체 독감 백신 생산 물량이 2000만 도즈를 넘는다면 공급량에 큰 문제가 없는 수준"이라며 "올해는 2500만 도즈까지 생산 물량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올해는 녹십자 NIP 물량 상당수가 민간 시장에 넘어올 것이란 전망을 임상현장에서 하고 있다"며 "백신 물량은 부족하지는 않을 것 같다. 제약사 간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 밖에 없는 환경이 벌어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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