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부인종양학회 부인암예방위원회 이신화 위원장
"PARP 억제제 급여 2년 저항성 가진 환자 전략 고민"
"전체적인 난소암 치료 패러다임에 있어서 PARP 억제제는 확실히 패러다임 변화를 가져왔다. HRD 양성에 급여가 적용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앞으로의 역할이 기대된다."
신규 표적 항암제의 진입이 더딘 난소암 분야에는 최근 PARP 억제제를 활용한 치료 패러다임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처방권 진입 초창기 바이오마커로 잡혔던 BRCA 유전자 변이 환자들로 시작해, 이제는 보다 상위 개념인 HRD 변이에 이르기까지 처방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가는 분위기.
지난 2월에는 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 HRD 양성환자에 대한 제줄라(성분명 니라파립)의 1차 유지요법 급여기준 확대안이 통과되면서 치료 환경 개선이 기대되고 있다.
PAPR 억제제가 최종적으로 급여권에 들어올 경우 의미가 크다는 게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이신화 교수(대한부인종양학회 부인암예방위원회 위원장)의 평가. 이외에도 PARP 억제제 급여기준 이후 1년 반이 지난 시점에서 후속 치료에 대한 고민도 필요성을 강조했다.
PARP 억제제 등장 전 난소암은 타 암종 대비 개발이 매우 더딘 질환으로 옵션이 적다는 점에서 임상현장에서는 치료에 장벽이 있었다.
이러한 분위기는 바꾼 것이 새롭게 등장한 PARP억제제. 손상된 DNA를 복구하는 PARP 효소를 막아 암세포의 사멸을 유도하는 기전을 바탕으로 난소암 치료 패러다임 변화를 가져왔다.
이 교수는 "폐암이나 유방암 등에서는 여러 표적치료제나 면역억제제가 성공적으로 도입된 데에 비해 난소암에서는 그런 치료 옵션의 도입이 거의 없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PARP억제제가 난소암 임상연구 및 현장에서 유의한 치료 효과를 보였고 난소암 치료 패러다임에 있어 큰 변화였다"고 말했다.
또 그는 "더 나아가 PARP 억제제가 BRCA 변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그와 유사한 유전자 돌연변이인 HRD 양성 환자까지도 치료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 보였기에 기존 항암화학요법에서 크게 한발 더 나아가는 치료 패러다임의 전환이었다고 평가된다"고 밝혔다.
PARP억제제와 관련해 국내에서 최근 큰 변화 중 하나는 지난 2021년 10월부터 적용된 1차 유지요법에서의 급여 적용.
이 교수는 "난소암은 치료가 잘 된 것 같아도 재발이 잦은 암으로 이를 고려했을 때 1차 유지요법은 환자의 예후 개선에 매우 중요한 치료법이다"며 "현재 국내 및 해외 난소암 가이드라인에서도 표준 치료에서 반응이 좋았던 환자들에게 1차 유지요법을 우선 권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여기에 PARP 억제제가 또 한 번의 급여 확장이 예고되는 상황. 올해 2월 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 HRD 양성 환자에 대한 제줄라의 1차 유지요법 급여기준 확대안이 통과된 상태다.
보험급여 기준이 확대된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환자가 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이 교수의 평가.
이 교수에 따르면 국내에 HRD 검사가 보편화된 지 오래되지 않아 HRD 양성 환자 비율을 정확히 알기는 어렵지만 해외 통계를 봤을 때 50%가 조금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다만, 여기에는 BRCA 변이 환자를 포함한 수치로, 국내 난소암 유병연구에서 BRCA 변이를 가진 환자 비율이 25~26%라고 보고된 것으로 고려했을 때 BRCA 변이가 없으면서 HR 양성인 환자는 전체 환자의 25% 정도로 예상해 볼 수 있다.
이 교수는 "PAPR 억제제라는 치료제의 약물 기전과 제줄라 임상 연구에서 HRD 양성 환자를 대상으로 한 데이터를 따져봤을 때, HRD 양성 환자에게도 분명한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다만 임상적 효능과 별개로 비용 측면에서 경제적 부담이 있기에 전문의 입장에서 고민이 있었던 만큼 좋은 소식이 들려오길 기다리는 중이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HRD 검사법이 잘 정립된 만큼 HRD 양성 환자에 대한 급여가 이뤄진다면 빠르게 적용이 가능하다는 게 이 교수의 시각. 하지만 HRD 검사 결과 기준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HRD 양성이라는 기준 외에도 여러 요소들이 있어서 같이 논의돼야 한다고 보는데, 최대한 많은 환자에게 치료 혜택이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이다"고 말했다.
"제줄라 PRIME 연구 개별 맞춤 용량 투여법 주목"
이와 별개로 최근 제줄라는 주요 학술대회에서 임상데이터를 발표하며 적응증 및 임상현장의 역할 확장이 기대되고 있는 상황.
최근 중국에서 진행된 PRIME 연구는 개별 맞춤 용량 투여법 (ISD, individualized starting dose) 이 적용돼 임상현장에서 주목하고 있다.
이 교수는 "ISD는 치료적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으로 글로벌 연구에서는 인종 간 차이를 일일이 고려하기 어렵지만 PRIME 연구는 아시아권 난소암 환자를 중심으로 진행된 연구"라며 "PRIMA 연구 대비 투여하는 약물 용량이 줄어들었음에도 유의미한 치료 효과가 확인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투여 용량에 따라 약제 효과도 차이가 날 것으로 생각해 300mg 대비 200mg는 효능이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며 "또 약제 효능 측면 뿐만 아니라 실제 임상 현장에서 약물에 대한 독성, 즉 이상반응 관리 측면에서 굉장히 주목할 만한 데이터였다"고 평가했다.
특히, 기존에 제줄라가 임상연구 구조상 고위험 환자군에 더 효과가 좋다는 시각도 존재했지만, PRIME 연구의 경우 저위험군 환자가 비교적 많이 포함돼 제줄라가 고위험군과 저위험군 환자에 대한 데이터를 가졌다는 점도 이 교수가 바라본 시사점 중 하나다.
그는 "지금도 워낙에 잘 설계된 임상 연구이기 때문에 충분히 현장에서 반영할 수 있을 만한 데이터라고 본다"며 "현재는 확실히 수술 후 잔존암이 있고 진단 시부터 고위험에 속했던 환자들에 대한 1차 유지요법으로 제줄라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PRIME 연구를 기반으로 조금 더 처방 대상을 넓혀서 고려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현재 난소암 치료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이 교수가 고민하는 부분은 PARP 억제제에 대한 후속치료다.
PARP 억제제에 대한 급여기준이 마련되고 2년이 다가오는 시점에서 PARP 억제제에 저항성을 보이는 환자도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이후 치료에 대해 학계에서도 가장 큰 이슈라는 설명.
이 교수는 "PARP 억제제 치료 이후에 약제 효과가 떨어지거나 질병 진행 속도가 더 빨라진다는 연구 보고도 공개되고 있어서 조기에 암의 성질을 바꿀 수 있을지, 또는 PARP 억제제가 아닌 다른 계열의 치료제와 병용함으로써 저항성을 극복할 수 있는지 등 아직까지 시도되지 않은 치료법에 관한 연구나 비임상 시험도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좋은 치료 옵션이 소개됐고 좋은 임상 연구들도 활발히 진행 중이지만 더 많은 환자에게 더 좋은 기회를 제공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워 아쉬움이 남을 때가 많다"며 "새로운 약제에 대한 허가나 보험급여도 물론 중요하지만 기존 약제에 대한 새로운 임상데이터를 비롯한 임상 연구에도 더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