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료포럼, 2022년 건보 총진료비 분석 자료 공개
의사 1인당 진료비 증가세…의원 환자는 35% 줄어
의사 1인당 진료비가 증가하고 있는 반면, 개원가 환자는 급격히 감소하고 있어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대한 의료계 우려는 점점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0일 미래의료포럼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건강보험 총진료비가 102조9770억 원을 기록해 처음으로 100조 원을 돌파했다. 특히 의과 의사 1인당 건강보험 진료비는 6억6000만 원으로 전년대비 8%가 증가했다.
이를 종별로 보면 병원이 9억2286만 원으로 최고를 기록했고 종합병원이 7억8928만 원으로 뒤를 이었다. 상급종합병원은 7억6274만 원, 의원은 4억7587만 원을 기록했다.
반면 외래환자 수는 지난 20년간 지속적인 하락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엔 신속항원검사 등 코로나19 관련 진료에 힘입어 환자가 6826명으로 14.4% 증가하긴 했지만, 일시적인 효과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의료포럼은 이는 환자 증가 폭보다 의사 증가 폭이 훨씬 크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더욱이 저출산·고령화로 환자 수가 더욱 가파르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 반면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의사당 환자 수는 우상향하고 있다.
전체적인 파이가 줄어드는데도 환자들은 대형병원만 찾아가고 있으며, 중증환자를 중심으로 봐야 할 대형환자들이 경증환자까지 모두 받아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동네의원의 경영환경이 악화하고 있다. 실제 2003년 건강보험 진료비의 44.8%를 차지했던 의사들의 비중은 지난해 31.6%로 감소했다.
의원의 의사당 외래환자 수 역시 2003년 1만5587명에서 2021년 1만127명으로 35%가 감소했다. 2022년엔 1만1363명으로 증가했지만, 이 역시 코로나19의 여파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의사 수가 부족하다며 의대를 증원하려고 하니 의료계가 반발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동네의원은 경영난을, 대형병원 의료진은 과부하를 호소하는 상황이라는 것.
이와 관련 미래의료포럼 주수호 대표는 "대형병원은 몰려드는 환자 때문에 과부하가 걸리지만 환자의 경중을 가리지 않고 오는 환자는 무조건 다 봐야만 유지할 수 있다. 그렇게 설계한 것은 정부였지 의사들이 아니다"며 "가장 많은 전문의가 포진해 있는 동네의원은 진료과 구분 없이 거의 모든 과가 해마다 환자 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형병원에서 벌어지는 일은 의사 수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경중을 가리지 않고 몰려드는 환자 때문에 과부하가 생겨서 발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형병원 의료진의 개원가 유입이 의사 부족 문제의 원인이라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김윤 교수의 주장에 대한 반박도 있었다. 관련 통계를 찾아본 결과, 대형병원 의사들이 대거 동네 병의원으로 빠져나갔다는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것. 개원의 수입이 다른 근로자의 6.8배 수준이라는 언론 보도 역시 황당하긴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현재 분류체계는 30병상 미만 의료기관을 모두 동네의원으로 분류하고 있고, 의원급 내에서도 규모 차이가 커 실제 현실을 반영하진 못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상위 30%가 전체 진료비의 70%를 가져가는 개원가 특성을 고려하면, 동네의원 간에도 부익부 빈익빈이 더 심해졌을 것이라는 우려다.
이와 관련 주 대표는 "필수 의료를 살리고 싶으면 대형병원이 중증환자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의료전달체계를 확실히 해 하부조직에서 경증환자를 거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대형병원은 중증환자만으로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도록 하고 의사들이 과도한 사법 판결의 위험성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통계를 쥐고 있는 쪽에서 자기들에게 유리한 통계만 내보이며 현실을 왜곡하면 의사들에게도 불행이고 국민에게도 불행이다"라며 "의사들은 해마다 환자가 줄어드는 것을 체감하고 있는데 의사 부족이라고 하니 아무도 믿지 않는 것이다. 이제라도 책상머리 공론은 던져버리고 현장을 지키는 의사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