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안암병원 박용 센터장, 1년 6개월 설립 준비 과정 설명
인재영입도 박차 "예스카타 등 글로벌 치료제 도입 대비"
길리어드사이언스(길리어드)의 예스카타(악시캅타진 실로류셀)를 필두로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이 한층 커진 CAR-T 세포치료제.
국내에서는 국산 1호 첨단바이오의약품으로 한국노바티스 CAR-T 치료제 '킴리아(티사젠렉류셀)'가 지난해부터 도입되며 늦게나마 국내 환자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의 6개 CAR-T 치료제가 미국 FDA 허가 받았지만 국내 임상현장의 활용은 늦은 편이다. 하지만 최근 국내기업인 큐로셀 '안발셀' 등의 임상에 나서면서 임상현장의 활용 기대감은 여전히 높다.
초대형병원 빅5에 이어 고려대 안암병원도 최근 'CAR-T 항암치료센터' 운영을 시작했다.
최근 센터를 이끌고 있는 고대안암병원 박용 교수(혈액종양내과)를 만나 센터 설립을 위한 그동안의 노력과 향후 과제를 들어봤다.
힘들었던 '인체세포 관리업' 허가
기본적으로 킴리아를 필두로 CAR-T 치료제를 국내에서 활용하기 위해선 환자의 세포를 추출해 보관 및 처리할 수 있는 우수의약품제조관리기준(GMP) 시설을 갖춰야 한다.
여기에 첨단재생바이오의약법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인체세포 관리업 허가를 받아야 한다.
따라서 병원 내 이 같은 시설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자체적인 예산 투입과 함께 인체세포 관리업 허가를 위한 인력 채용과 관련된 서류작업이 뒤따라야 한다. 동시에 국내에서 유일하게 활용 가능한 킴리아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노바티스가 요구하는 별도의 인증까지 필요하다.
박용 교수는 이 같은 일련의 과정은 CAR-T 치료제 도입을 위해서는 필요하다고 보면서도 인체세포 관리업 허가는 쉽지 않은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고대안암병원의 경우 조혈모세포이식센터와 함께 운영하는 형태로, 인체세포 관리업 허가 뒤 진단검사의학과의 유기적인 협조도 CAR-T 치료 센터 운영에 필수적이다.
그는 "GMP 시설을 마련하는 것은 시간과 병원의 예산 지원이면 충분히 가능하다. 병원 내 공간을 마련하고, 인체세포 관리업 허가를 받는 일련의 과정이 결코 쉽지 않다"며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GMP 시설을 마련한 뒤 인력채용 등을 거쳐야 하는데, 병원 내 공간을 확보하는 등의 과정을 1년 6개월의 준비 과정을 거쳐 최근 오픈했다"고 설명했다.
박용 교수는 "인체세포 관리업 허가 이외에 노바티스의 인증도 받아야 하지만 국내 식약처 기준이 높기 때문에 해당 기준만 부합하면 된다"며 "킴리아가 도입되기는 했지만 글로벌 시장과 비교하면 국내 치료제 도입은 늦은 편이다. 다만, 향후 CAR-T 치료제의 도입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미래를 내다보고 센터 설립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기대수익 적은 CAR-T 치료, 시대적 필요로 운영"
이 가운데 고대안암병원까지 CAR-T 치료센터를 운영하면서 국내에서 관련 치료제를 활용 가능한 의료기관은 총 7곳으로 늘어났다.
울산대병원을 제외하고 서울의 상급종합병원에 CAR-T 치료제를 활용할 수 있는 병원에 집중돼 있다.
이를 두고서 박용 교수는 초고가 치료제로 CAR-T 치료제가 평가된다고 해서 의료기관에 수익이 돌아가는 것은 적다고 설명했다. CAR-T 치료제 특성상 특정 질환에 한정된 데에 따른 확장성도 작은 데다 의료행위에 매겨진 수가 자체도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중증질환을 치료해야 하는 상급종합병원의 책임과 향후 추가 치료제 개발에 따른 활용을 위해 센터를 오픈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를 위해 박용 교수는 센터 설립을 계기로 전문 의료진 확충에도 힘쓰고 있다. 내년 추가 인재 영입이 확정된 동시에 전문 역량 강화를 통해 혈액암 치료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박용 교수는 "국내에서는 킴리아만 임상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CAR-T 치료제이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예스카타 등 더 많은 치료제들이 활용 중이다. 향후 국내 도입 시를 대비해야 한다"며 "동시에 사업적인 측면에서 CAR-T 치료제의 경우 좋은 플랫폼은 아니다. 치료제 적으로는 적응증 확대에 한계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하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CAR-T 치료제만 기대할 수밖에 없다"며 "결과적으로 수도권 대형병원이라면 가족을 치료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다른 병원으로 치료를 할 수 없어 전원시키기 보다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센터 오픈을 추진했다"고 그동안의 소회를 밝혔다.
아울러 박용 교수는 장기적으로 CAR-T 치료제 활용을 위한 의료행위 수가 등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참고로 복지부는 CAR-T세포 치료 전 과정이 조혈모세포 이식의 단계별 과정과 유사하다면서 의사 행위 수가 수준도 유사하게 설정했다.
조혈모세포 이식 시 인정하는 소아 가산(1세미만 50%, 1~6세 30%)과 치료재료(말초혈액 Collection Kit 등)도 동일하게 인정된다.
박용 교수는 "CAR-T 치료제 특성 상 고가일 수밖에 없는데 치료 과정 상의 책임은 모두 병원이 져야 하는 구조다. 의료진 입장에서는 부담"이라며 "의료행위에 대한 모든 책임을 병원이 져야 하는 상황에서 고가 치료제 청구 관련 전반전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