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임총서 51% 반대…새로운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무산
최대집·파업설문 문제로 지적됐지만…시간적 이유로 발목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특별위원회 구성이 무산됐다. 정부·정치권 의대 증원 드라이브에 대응할 시간적 여유가 부족한 것이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17일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임시대의원총회에 상정된 새로운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의 건이 51%의 반대로 아슬아슬하게 부결됐다.
이날 임시총회엔 161명의 대의원이 참석했으며, 82명의 대의원이 비대위 구성에 반대표를 던졌다. 찬성 대의원은 76명으로 불과 6표의 차이만 보였다. 기권은 6표를 받았다.
앞서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운영위원회는 지난 11일 임시대의원총회 개최를 공고하고 '의대정원 증원 및 지역과 필수의료 대응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안건'을 상정했다.
의협 집행부가 지난달 발족한 '대한민국 의료붕괴 저지를 위한 범의료계대책특별위원회(이하 범대위)' 투쟁위원장인 최대집 전 회장에 대한 적합성 논란이 불거지면서다.
임총을 주도한 것은 대한병원의사협의회 주신구 회장으로, 62명의 의협 대의원의 동의를 얻어 지난 8일 대의원회 운영위원회에 요구안을 제출했다.
주 회장은 제안설명을 통해 범대위는 대의원회와의 소통 없이 '전국의사대표자 및 확대임원 연석회의'에서 일방적으로 출범됐다고 비판했다. 게다가 적절성과 당위성에 논란이 이는 상황에서 회원 반발이 예상되는 최 전 회장을 투쟁위원장으로 내세우기까지 했다는 점을 짚었다.
이에 의협 대의원회 운영위원회는 투쟁위원장 인선을 재고하라고 권고했지만, 집행부는 이를 정면으로 거부했다는 지적이다.
총파업 찬반투표를 강행한 것도 집행부가 대의원회 권한에 도전하는 행태라고 꼬집었다. 총파업은 최후 투쟁 수단으로 대의원총회에서 결정할 정도로 중요한 사안이지만, 이를 회장 산하의 특별위원회가 결의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대의원회 운영위 역시 서면으로 투표 중단을 권고했지만, 집행부는 투표를 설문조사라고 말만 바꿔 여전히 진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주 회장은 "집행부는 처음부터 단추를 잘못 끼웠다. 임시총회 개최가 공지되고 나서야 투쟁위원장을 물러나게 했으며 총파업 설문조사와 집회를 계속 진행 중"이라며 "특히 파업 찬반 설문의 경우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국민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의협을 더욱 고립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투쟁과 협상에는 회원들의 적극적인 동참과 지지가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지역과 직역을 망라해 힘을 한곳으로 모을 수 있는 대의원회 산하에 비대위를 만들어야 한다"며 "정관상 명시된 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해 투쟁의 로드맵을 짜고 다듬어 투쟁이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방향을 설정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찬반 토론에서 비대위 구성에 찬성하는 측은 집행부 산하 범대위로는 충분한 투쟁 동력을 끌어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집행부에 반하는 것이 아닌, 상부상조하며 집행부와 함께 투쟁을 이끌어갈 비대위를 구성하는 것도 유효한 방법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새로 비대위를 구성해 투쟁하기엔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고, 투쟁 동력 결집을 위해 현 집행부를 지지할 필요가 있다는 반대 의견이 더 크게 작용한 모습이다.
투표 결과 비대위 구성이 무산되면서 의협 대의원회는 범대위를 중심으로 향후 의대 증원 투쟁에 나설 것으로 결의했다.
이와 관련 대의원들은 결의문을 통해 "임총 결과 정부의 일방적이고 조급한 시간 맞추기에 강력 항거하며 집행부 범대위에 모든 역량을 동원해 반드시 저지하도록 의결했다"며 "일방적이고 숙성되지 않은 의대 정원 확대 추진에 강력 반대한다. 정부는 새롭게 구성된 의료현안협의체에서 다시 한번 의료계와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