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사용량 폭증 "독감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일 뿐"
관심도 떨어진 의료계, 대면 진료보다 수익 낮아 관심 뚝
정부가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기준을 완화하면서 산업계에 기대감이 감돌고 있지만, 이는 독감 시즌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비대면 진료 자체에 의사들의 관심도도 떨어져 향후 플랫폼을 운영하기 위해선 제휴 의사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5일 산업계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확대 이후 치솟았던 비대면 진료 이용량이 지난 연말연시 연휴를 지나며 다시 한번 상승 그래프를 그렸다.
5일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공동회장사인 나만의닥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5일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확대 이후 비대면 진료 건수가 6700% 급증했다. 이 같은 상승세는 성탄절 연휴까지 이어졌는데, 신년 연휴에는 여기서 진료 건수가 30% 더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질환별로 보면 연말 연휴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감기 등 호흡기 질환으로 32%에 달했다. 성탄절 연휴 대비 가장 많이 증가한 질환 역시 감기·호흡기 질환으로 58%의 증가세를 보였다. 그 뒤는 코로나19(56%)와 일반 질환(33%)이 차지했다.
다만 이는 독감 시즌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는 게 의료계 판단이다. 현재 독감·감기 환자가 몰려 대면 진료에 로딩이 걸리고 있어 넘치는 수요가 비대면 진료에 유입되고 있다는 것. 더욱이 비대면 진료 자체에 대한 의사들의 관심도도 떨어져 하는 사람만 하는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비대면진료연구회 이의선 연구위원은 "비대면 진료에 대한 관심도 자체가 많이 떨어졌다. 본인 역시 비대면 진료를 하지 않는데 시범사업이 기준 완화됐다고 다시 시작할 마음은 없다"며 "환자를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고 혹시 모를 위험을 국가가 책임질 것이라는 믿음이 생기지 않는다. 의사 입장에선 혼자 뒤집어쓰기 딱 좋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수익성도 문제인데 대면 진료 매출이 10~20배 더 높다. 특히 비대면 진료 요청은 야간·휴일에 많아 환자가 많은 병원은 굳이 할 이유가 없다"며 "독감 시즌이고 휴일이 많았기 때문에 이용량이 몰린 것 같은데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본다. 이제 비대면 진료를 하겠다는 의사 자체가 부족해져 플랫폼이 얼마나 많은 제휴 의사를 보유하는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수혜를 보는 플랫폼도 한정된 상황이다. 지난해 9~11월 시범사업 계도기간이 끝났을 당시, 환자의 초·재진 여부를 구분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대다수 플랫폼이 비대면 진료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지금에 와선 나만의닥터·닥터나우 정도만 비대면 진료에 집중하는 상황이며, 닥터나우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 중이어서 유지 가능성에 물음표가 찍힌다.
비대면 진료를 하겠다는 의사 역시 줄어드는 상황이어서 고정적으로 참여할 제휴 의사를 구하는 것이 향후 서비스 운영의 관건이라는 것.
이 때문에 이미 비대면 진료를 접은 플랫폼이 이를 재개하거나, 후발주자들의 유입도 어려워 나만의닥터·닥터나우의 양강구도로 흘러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와 관련 비대면진료연구회 정환보 회장은 "시범사업 기준이 완화됐다고 하지만 이후 비대면 진료 이용량 증가가 크게 체감되지 않는다"며 "비대면 진료 요청이 조금 늘긴 했지만, 이전에 진료받았던 환자가 재요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이어 "호흡기 질환을 중심으로만 비대면 진료 이용량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며 "시범사업 기준이 완화된 이후 비대면 진료를 중단한 플랫폼이 재진입하는 상황도 관측되지 않는데 1·2위 플랫폼 정도만 지속하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나만의닥터에 들어오는 의사의 제휴 요청은 증가세다. 의료계 관심도가 떨어지는 것 이상으로 플랫폼이 줄어들면서, 비대면 진료 참여 의사들의 수요가 몰리는 전화위복이 된 모습이다.
지난해 12월 환자 초·재진 확인 서비스를 구축한 것도 긍정적이다. 플랫폼 차원에서 환자의 초·재진 여부와 비대면 진료 대상자 여부, 질환 내용 등을 확인한 뒤 병·의원·약국에 전달하는 식이다. 시범사업 완화 전 가장 큰 현장 불편을 개선하면서 어필 포인트가 됐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나만의닥터 선재원 대표는 "인당 진료 건수가 정해져 있으니 제휴 의사 확보의 중요성이 더 커질 것이라고 본다"며 "다만 시범사업 완화 이후 제휴 요청이 늘어나고 있는데 비대면 진료가 법의 테두리 안에 들어온 것의 파급 효과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신규 스타트업에서 후발주자가 나오진 않을 것이라고 본다. 제약사 플랫폼에서 비대면 진료를 추가할 수 있지만 경쟁에서 밀리진 않을 것"이라며 "최근 이용량 증가에 시기적인 영향이 있다는 것에 동의하지만, 이를 소아·만성질환 영역을 강화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본다. 내년 상반기엔 압도적인 업계 선두가 되도록 노력할 방침"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