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진기 칼럼]"니 일, 내 일 따지는 놈이 적이다?"(75편)

백진기 한독 대표
발행날짜: 2024-02-26 05:00:00

회사에서 처리해야 하는 일은 양과 질 모두 변화무쌍하다.

고객은 클릭 하나로 떠나고, 시장은 회사변화보다 휠씬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이다.

지금 해봤자 소용 없는 일도 많고 고객과 시장변화에 따른 새로운 일거리도 ‘밀물’같다.

늘 2가지 질문이 머리 속에 맴돈다.

하나는 "지금 우리회사는 고객과 시장이 요구하는 일 들을 모두 해내고 있나?"

나머지 하나는 "분명코 고객과 시장은 버스타고 떠났는데 쓸데없는 일을 하고 있다. 그것이 무엇일까?"

우선 첫째 질문부터 따져보자.

지금 우리는 고객과 시장에서 요구하는 일들을 다 하고 있나?

그렇지 않다.

우리 조직은 기능적 조직functional organization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회사는 직무역량이 뛰어난 사람들을 내외에서 모아 모아 그 자리에 앉힌다.

그들은 직무기술서에 나와있는 일은 잘 하지만

조금만 변화된 업무는 낯설어 한다.

회사일을 형상화 했을 때

빈틈없이 꽉찬 사각형(직육면체)들로 이루어진 것일까?

아니면 원(공)들로 이루어 진 것일까?

나는 원(공)이 사각형보다 회사 일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회사일 전체를 큰 공으로 생각하면

각 부서는 그 속에 들어있는 작은 공들이고,

직원들의 일은 부서공 속에 있는 더 작은 공들이다.

공들 사이에는 구멍이 숭숭 나있다.

직원 일들 간에도 부서간에도 빈 공간이 수도 없이 많다.

빈공간이 많을 수록 우리는 고객이나 시장이 요구하는 일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객과 시장이 요구하지도 않은 일들을 열심히 하고 있다면 더 큰일이다.

쓸데 없는 일하는 것을 월급주고 상여금까지 챙겨주는 꼴이다.

잘 나가는 회사는 ‘빈공간’을 메우기 위해 이렇게 저렇게 조직을 운영한다.

메트릭스조직, 프렌차이즈조직, Cross functional 프로젝트운영, 주니어보드 등이 대표적이다.

그래서 배달의 민족이 ”개발자가 개발만 하고, 디자이너가 디자인만 하면 회사가 망한다.”라고

회사 곳곳에 포스터를 붙여 둔 것이다.

기능적조직은 전문화되어 시장의 고급화와 전문화를 소화시키기에는 적합하다.

복잡하고 어려운일이라도 기존해 해왔던 일은 전문가로 구성된 기능조직에서 해결한다.

그러나 기능적 조직에만 의존하게 되면 조직이 사일로silo현상을 겪는다.

시장변화에 의해 새로운 일들을 해야 하고

기존의 부서에서 처리하기 힘든 애매한 일들이 폭주하는 데

사일로에 익숙한 부서들이 핑퐁을 하고 있다.

서로 "이 일은 내 일이 아니다"라고 하는 순간에

'기회'는 달아나고 시장에서 그 회사나 그 품목은 사라진다.

이런 조직이 수도 없다.

시장과 고객이 바람과 같이 사라졌는데

열심히 쓸데없는 뭔가를 시키고 뭔가를 하는 우리를 발견한다.

우리회사도 70년 역사나 되니 사실 이 부분에 몸살을 앓고 있다.

몇십년동안 회사가 가장 노력한 부분이 '빈공간채우기'이다.

그래서 그나마 지속성장하는 것이다.

과거 이런 임원을 봤다.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그레이존grey zone의 일을 떨어지면,

“ 야 이게 어디 우리 부서 일이야 저 부서 일이지”

빈틈없는 이유를 대서 저 부서로 일을 패스한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그 조직은 쪼그라들 대로 쪼그라졌다.

그 임원도 나갔다.

어떤 일이 생겼을 때 “니 일이냐? 내 일이냐?를

따지는 리더가 있다면 잘 못 포지셔닝한 것이다.

팀원이 ‘네 일 내 일 따지는 것’은 이해한다.

리더는 네 일 내 일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내 일로 품어야 한다.

회사는 리더만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리더라면 회사에서 새로운 일이 생겼을 때

“내가 책임지고 하겠소”란 대답을 서슴지 않고 해야 한다.

CEO를 비롯한 이해관계자들이 그 길목에서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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