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비대위, 브리핑 통해 의료계 의견 경청 촉구
"국민 생명 볼모로 잡은 것은 의사가 아닌 정부"
이날 의과대학 정원 증원,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 궐기대회가 예고된 가운데 의료계에서 정부가 국민을 볼모로 의사들을 탄압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22일 정례 브리핑 입장문을 통해 국민의 생명권을 볼모로 잡은 것은 의사가 아닌 정부라고 강조했다.
전날 보건복지부가 사직한 6112명의 전공의들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것을 겨낭한 지적이다. 이는 전공의들의 자발적인 사직을 집단행동으로 규정해 처벌하는 폭압적인 행태라는 주장이다.
정부는 포퓰리즘 정책을 강행하기 위해 국민을 볼모로 잡고, 희망을 잃고 의업을 포기하는 의사들을 불법 행위를 자행하는 악마로 묘사하고 있다는 것.
또 복지부 박민수 차관이 "국민의 생존권이 의사들의 사직의 자유보다 더 중요한 가치"라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 직업 선택의 자유 역시 국민의 기본권으로 존중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병무청이 사직서를 낸 전공의 중 군미필 전공의들의 해외 출국을 사실상 금지하는 공문을 발송한 것에도 비판 목소리를 냈다. 사직한 전공의는 병원 소속이 아님에도, 공문에선 병원장의 허락이 있어야 해외 출국이 가능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중범죄자들에게만 제한적으로 발령되는 출국금지명령과 다를 바 없다는 것.
또 전날 정부가 의료법 30조를 근거로 의협 비대위 성금 모금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낸 것과 관련해, '국민보건 향상에 관한 협조'와 무관하므로 응할 이유가 없다고 맞섰다,
의협 비대위는 정부가 정말 국민의 생명권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부당한 정책에 실망해 의업을 포기하는 의사들의 의견을 들으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 의협 비대위는 "정부는 일방적으로 발표한 내용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무조건 처벌하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의사 탄압을 위해 국민을 이용하는 정부 행태에 분노를 금하기 어렵다"며 "정부가 아무리 의사들이 자유의사에 기반한 행동을 불법으로 규정하며 탄압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 명의 의사가 탄압받으면 1000명의 의사가 더 포기할 것이고, 그 수가 늘어나면 결국 대한민국 모든 의사가 포기할 것"이라며 "희망이 없는 길에 미래를 투자할 사람은 없다. 의사들이 의업을 다시 할 수 있게 하려면 희망을 보여주면 된다. 탄압 일변도의 현재 정부 방침은 결국 모든 희망을 꺾어 놓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협 비대위 김택우 위원장이 회장으로 있는 강원도의사회 역시 이날 성명서를 내고 의대 증원 및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가 대한민국 의료계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의대 증원은 교육의 질 저하 및 의사 과잉 공급을 유발해, 의료 서비스의 질과 안전을 저하시킬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다.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역시 의료 서비스의 질을 희생시키는 대가로 의료비를 절감하는 방식이라는 것.
이와 관련 강원도의사회는 "의대 정원 증원 정책과 필수의료정책 패키지 등 의료 정책의 재검토 및 수정을 촉구한다. 의료 서비스의 질과 안전을 보장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며 "의료 서비스 제공자들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지원을 제공해야 하고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의사들의 근무 환경과 복지를 개선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의료 현장에서의 의사들과 환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정책을 마련하는 과정에 참여하고, 이를 통해 의료 정책이 현실적이고 효과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우리는 대한민국 의료계의 발전과 환자들의 안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임을 다짐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