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성큼…의대증원에 갈길 잃은 의사 표심 "다 기권할 것"

발행날짜: 2024-02-28 05:30:00 수정: 2024-02-28 14:15:40
  • 의사 출신 총선 후보 윤곽…의료계 "기대 안 된다"
    "의사 정치세력화 아닌 정치나약화…미리 준비해야"

오는 총선을 앞두고 의사들의 표심이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로 보수 정당 지지층인 의사들의 표가 돌아서는 모습이다.

의사 대다수가 기권표를 던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어서, 이들의 표를 기대했을 의사 출신 후보들은 다른 표밭으로 눈길을 돌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27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공천이 한창이다. 양당의 발표 현황을 보면 3명의 의사 출신 후보가 공천됐다.

총선을 앞두고 의사들의 표심이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로 의사들의 표가 돌아서는 모습이다.

우선 국민의힘 인재로 영입된 의사 출신 박은식 후보는 광주광역시 동구남구을 단수 공천이 결정됐다. 대권주자였던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도 경기도 분당갑에서 공천 대상자로 결정됐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인재로 영입된 강청희 전 한국공공조직은행 은행장은 서울 강남을로 공천됐다.

이 밖에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나선 고명권 피부과의원 원장이 보령시서천군에서, 김기남 크레오의원 원장은 광명시갑에서 경선을 벌인다.

하지만 일선 의사들은 이 같은 공천 결과에 큰 기대감을 걸지 않는 모습이다. 정부의 의대 증원, 필수의료 패키지 강행으로 더는 국민의힘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특히 의사들의 지지를 기대했을 국민의힘 의사 출신 후보는 그 수혜를 받을 수 없게 된 셈이다.

그렇다고 더불어민주당 의사 출신 후보들이 의사들의 표를 얻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이쪽 역시 간호법 강행 등으로 의료계와 갈등이 있었던 탓이다. 의사 출신 정치인들이 의대 증원, 필수의료 패키지에 강력한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도 감점 요인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 한 의사단체 회장은 "의사들이 꼭 보수 정당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검증돼야만 할 수 있는 의료의 특성상 그런 성향이 있기는 하다"며 "하지만 의사들은 이번에 정부가 우리의 사고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간다는 것을 느꼈다. 점진적인 개혁이라는 보수의 의미에 반하는 일이다. 이제 지지하고 싶어도 지지하지 못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사 출신 후보라고 해서 무조건 지지하지도 않을 것이다. 많은 의사가 사람보단 정책을 보고 투표하기 때문"이라며 "인재 영입이나 공천된 의사들이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책이 같다면 의사의 손을 들어주겠지만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무조건 지지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전했다.

다만 더불어민주당 서울 강남을 강청희 후보는 지난 8일 연합뉴스TV '나는 정치 신인'에 출연해 정부의 의대 증원을 비판한 바 있다. 정책이 면밀한 인력 추계 없이 진행돼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그는 "의사 수 증원 문제는 절대 수 부족과 편중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방안으로 정책이 결정돼야 한다"며 "지금 윤석열 정부가 이야기하듯 2,000명을 한 순간에 올리겠다는 것은 불가능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공의료에 쓸 것인지, 응급의료에 쓸 것인지 점진적으로 면밀한 추계를 한 다음에 교육실현 계획을 세우고 접근을 해야지 무조건 뽑고 보자는 것은 망할 정책"이라며 "사회적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정책 로드를 거는 이유는 포퓰리즘에 의한 정책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정당 차원에서 의사들의 돌아선 표심을 돌리기 위한 노력이 있을지도 미지수다. 보수 정당은 의사 표를 갈 곳 없는 표로, 진보 정당은 얻을 수 없는 표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여·야 모두 의사 표심을 얻기 위해 구태여 나서지 않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와 관련 국회 한 관계자는 "당장 정부에 배신당했다는 분노는 있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의사들의 보수 성향이 바뀔 것이라고 보진 않는다. 차라리 투표장을 안 갔으면 안 갔지 진보 정당을 찍지는 않을 것"이라며 "야당도 의사들의 표가 올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고 있으며 여당은 의사들을 잡아 놓은 물고기로 여기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꼭 찍으라고 한다면 보수 인사가 유입된 신생 정당으로 표가 가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에 있었던 경상남도의사회 마상혁 공공의료대책위원장 역시 의사들의 기권표가 줄을 이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민의힘은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해 정부와 정당을 분리해 가져가는 전략을 취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의료계가 이처럼 정치적으로 무력한 상황에 의사단체들의 패착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마 위원장은 "의사들도 정치적으로 길게 내다봤어야 했는데 지금까지 대한의사협회가 정무적인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본다. 정치적으로 의사 표를 규합할 인물이 없고 이런 인사를 키우기 위해 투자하는 구조도 아니었다"며 "냉정하게 판단해 힘이 실리는 곳에 함께 힘을 실어야 했는데 선거 시즌에만 정치세력화를 언급하는 게 고작"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한 정치집단은 망하게 돼 있다. 지금부터라도 시민단체를 구성하는 등 서서히 작업 해 오피니언 리더로서의 권위를 얻어야 한다"며 "정치적인 능력은 오랫동안 공부해 키워야 하고 평소 모습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의사단체들은 서로 정치적인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데 이 역시 정치세력화의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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