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불법의료기관 단속 공단 위탁 근거 마련
"지금도 공단 압박 심한데…진료권·기본권 침해"
보건복지부가 불법 개설 의료기관 단속 근거를 국민건강공단에 위탁하면서 대한의사협회가 반발하고 나섰다. 이는 특사경법을 우회해 적용하려는 시도라는 이유에서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복지부는 지난달 의료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는 지난달 불법 개설 의료기관 단속을 위한 실태조사·검사 업무 일부를 공단에 위탁하는 근거를 신설하는 내용이다.
이에 대한의사협회는 입장문을 내고 이 같은 시행령은 개정안은 공단 특사경법을 우회적으로 입법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하며,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공단 특사경은 과도한 공권력 남용과 기본권 침해 등의 심각한 우려가 있는 우려다.
입법예고안에서는 '보건복지부장관은 의료법 제86조 제2항에 따라 법 제61조 제1항에 따른 검사 및 확인에 관한 업무의 일부를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위탁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의료법 제61조 제2항은 행정조사·검사 업무 등에서 관계 공무원이 조사명령서를 지니고 이를 관계인에게 내보여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조사명령서엔 권한을 증명하는 증표 및 조사 기간, 조사범위, 조사담당자, 관계 법령 등이 기재돼 있다.
개정안과 같이 공무원이 아닌 공단 직원이 불법 개설 의료기관 단속 권한을 위탁받을 경우 공무원의 권한을 증명하는 증표 등을 제시할 수가 없다. 이는 법률의 근거 없이 행정권을 발동할 수 없는 법률유보의 원칙에 어긋나는 위헌적이고 위법적인 법령이라는 게 의협의 해석이다.
공단은 국민건강보호법에 따라 가입자 및 피부양자의 자격관리, 보험료의 부과 및 징수, 보험급여의 관리와 지급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이다. 이는 곧 공급자인 보건의료기관과 대등한 관계임을 의미하지만, 공단에 일방적으로 의료기관에 대한 행정조사·검사 업무 등을 부여하는 것은 이 관계를 왜곡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
더욱이 공단은 의료기관과 수가 계약으로 얽혀있으며, 공단의 강압적인 조사로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 단속 권한까지 부여한다면 폐해가 심각할 것이라는 우려다.
이와 관련 의협은 "불법의료기관 단속엔 압수수색 절차가 필연적으로 동반된다. 공무원에 대한 형사 절차상 인권 보호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단속 과정 중 보건의료인뿐만 아니라 의료기관의 직업 수행의 자유와 신체의 자유, 헌법상 영장주의가 침해되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결국 보건의료인의 정당한 진료권과 기본권을 심각하게 위축시키는 결과로 귀결될 것이다. 헌법 원칙을 위반하고 무리한 시행령 개정을 정부가 스스로 추진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며 "정부가 실질적인 공단의 특사경 도입을 추진하기 위한 우회적인 획책으로써 큰 실망감과 함께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