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명령 철회 등 전공의 유인책 효과 없었다…복귀 조짐 없어
정부 "유감스럽지만 예상한 부분…의료개혁 계획대로 진행"
정부가 제시한 전공의 사직서 수리 마감시한인 15일이 지났지만, 전국 수련병원의 전공의 복귀율은 참담했다.
이들 대다수는 복귀 여부를 묻는 병원 측 연락에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전공의 약 1만2000명의 사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국의 각 수련병원은 정부 요청에 따라 지난 15일까지 전공의들의 사직 도는 복귀 의사를 확인하고 결원 규모를 확정했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인원 규모를 결정할 방침이다.
우선 국내를 대표하는 대형병원인 빅5병원에서 복귀 의사를 밝힌 전공의는 극소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빅5병원 전공의 규모는 서울대병원 500명, 세브란스병원 620명, 서울아산병원 580명, 삼성서울병원 520명, 서울성모병원 290명 수준이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지금까지 복귀 의사를 밝힌 전공의는 10명 미만"이라며 "복귀율이 미미하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은 구체적 복귀 인원을 밝히는 것을 거부했지만 "많지 않은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서울대병원 한세원 교수는 15일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사직 전공의 95%가량은 의사에 변함없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다른 빅5병원 역시 사정은 비슷했다. 빅5병원 관계자는 "복귀 의사를 밝힌 전공의는 극소수"라며 "전공의에 대한 행정명령 철회와 사직서 수리 허용 등은 사실상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고 봐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수도권 병원 또한 전공의 복귀율은 지지부진했다. 인천지역을 대표하는 가천대길병원은 전공의 200명 중 10여명만 복귀 의사를 밝히거나 이와 관련해 문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의 수련병원들은 사정이 더욱 좋지 않았다.
우선 부산권을 살펴보면 부산대병원으로 복귀한 전공의는 아무도 없었다.
부산대병원 관계자는 "사직 전공의 188명 중 단 한 명도 복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며 "현재 병원에 근무 중인 전공의는 한두 명뿐"이라고 설명했다.
동아대병원 역시 미복귀 전공의 107명 중 복귀 의사를 밝힌 전공의는 아무도 없었다.
대전권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충남대병원과 건양대병원, 을지대병원 등에서 15일까지 추가로 복귀 의사를 밝힌 전공의는 전무했다.
다만 가톨릭성모병원에서는 전공의 1명이 복귀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나타났다.
■ 경영난 장기화 대비하는 수련병원 "전공의 복귀없으면 답도 없다"
전공의 대다수가 미복귀를 선택하며, 각 수련병원들은 당분간 전공의 없이 병원을 운영하는 비상경영체제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
수도권의 한 수련병원 관계자 A씨는 "전공의 대다수는 복귀 여부에 대한 답변조차 거부했는데 이들이 돌아올 가능성이 희박함을 암시하는 것 아니겠냐"며 "누적 손실이 계속해서 불어나는 상황 속 전공의 복귀가 늦어진다면 해결 방법이 없다"고 호소했다.
또한 이들의 사직 시점을 결정하는 것 또한 수련병원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주요 수련병원은 사직서 수리 시점은 아직 논의 중이라는 입장이지만, 내부에서는 사실상 정부 방침에 따라 '6월 4일 이후'로 결정되는 가닥이다.
A씨는 "사직서 수리와 관련해 다양한 방법을 고민 중"이라며 "정부가 지정한 6월 4일 이후 본인이 희망하는 퇴직일자로 정하고 인턴과 1년 차 등은 2월 29일자로 수리하는 방안이 유력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같은 전공의 복귀 상황에 대해 유감이라고 언급하면서, 의대증원 및 의료개혁은 이미 확정됐음을 강조하며 타협의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공의 복귀율이 높지 않은 점은 유감스럽지만 사실 어느정도 예상한 부분도 있다"며 "복귀 전공의가 소수라도 의대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은 계획대로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