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정현애 교수, 2차 치료 타그리소 비교연구 발표
"잠재적 생존율 혜택 시사…3세대 TKI 후반치료 연구 필요"
현재 국내에서 사용 가능한 3세대 EGFR 티로신키나아제억제제(TKI) 옵션은 타그리소(오시머티닙, 아스트라제네카)와 렉라자(레이저티닙, 유한양행) 두 가지다. 이들 모두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에 최선의 치료옵션으로, 올해부터 1차 치료에 함께 보험급여를 적용받고 있다.
또 다른 공통점은 두 약제 모두 국내 처음 허가될 때 2차 치료제로 허가돼 현재도 2차 치료 선상에서 가장 중요한 옵션으로 평가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2차 치료 선상에서 두 치료제 중 최적의 치료옵션을 선택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비교 연구는 아직까지는 없었다.
이 가운데 최근 국내 연구진이 실제 외부 대조군을 사용해 렉라자와 타그리소의 효능을 비교 분석한 연구를 진행해 주목을 받고 있다.
주인공은 삼성서울병원 정현애 교수(혈액종양내과)다. 20일 그를 만나 진료현장에서 커진 3세대 EGFR TKI의 역할과 연구 결과에 대한 의미를 들어봤다.
치료제 간 전환 가능성 열었다
정현애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한 해당 연구는 EGFR T790M 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대상으로 실제 외부대조군을 사용해 렉라자와 타그리소의 효능을 비교 분석한 연구다.
렉라자 데이터(75명)는 LASER201 임상에서 확보했고 외부대조군인 타그리소 데이터(110명)는 삼성서울병원 실제 등록데이터에서 추출됐다.
이후 연구진은 '이전에 EGFR TKI 치료 후 질병 진행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EGFR T790M 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분석군을 다시 60명의 환자로 추려 렉라자군과 타그리소군의 균형을 맞췄다.
그 결과, 렉라자군의 객관적 반응률(ORR)은 76.7%, 타그리소군은 86.7%였으며, 무진행 생존기간(PFS)은 렉라자는 12.3개월, 타그리소군은 14.4개월로 기록됐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전체생존기간(OS) 면에서 렉라자군이 타그리소군보다 더 나은 혜택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렉라자군의 mOS는 도달하지 못했으며, 타그리소군은 29.8개월이었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로 렉라자가 표준치료 옵션인 타그리소와 비교할 때 유사한 ORR과 PFS, 잠재적으로 개선된 OS를 제공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한편, 타그리소 치료로 이상반응을 겪거나 실패한 환자들이 렉라자로 옵션을 전환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정현애 교수는 "후향적 연구더라도 전향적 연구, 즉 애초부터 임상 설계를 하고 상황을 통제해서 진행하는 연구와 비슷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한다"며 "이번 연구에서는 타그리소와 환자 수를 동일하게 해 과학적인 신뢰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현애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2차 치료 선상에서 타그리소에서 이상반응을 겪는 환자가 렉라자로 전환할 수 있고, 렉라자에서 타그리소로도 전환이 가능하다는 결과를 도출했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며 "OS 결과가 이번 연구의 중요한 포인트이지만, 아직은 렉라자의 OS가 타그리소보다 절대적으로 우월하다고 단언하기는 어려운 단계다. 환자군에서 조금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정현애 교수는 렉라자가 국내에서 지난 2021년 2차 치료 조건부 허가를 받아 올해 1차 치료에 급여를 적용받기까지 험난했던 임상연구 과정을 떠올렸다.
정현애 교수는 "렉라자는 처음에 국내 조건부 허가를 받았는데, 표준 치료로 쓰이는 타그리소와 똑같은 디자인의 임상시험으로 효과를 증명하라는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세포독성, 즉 화학항암제와 표적치료제를 비교하라는 것"이라며 "하지만 렉라자가 개발될 시점에는 타그리소라는 표적치료제 선진옵션이 자리 잡고 있는 상황에서 환자에게 독성이 높은 화학항암제를 사용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부적절하다는 판단을 조건부 허가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렉라자가 FDA 승인 여부 발표를 최종 앞둔 상황에서 1상 연구나 초기 개발 단계에서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임상연구로 국내 의료진이 뒷받침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렉라자는 효능을 실험할 방법이 없어 '조건부'라는 꼬리표를 달수 밖에 없었다"며 "이번 연구를 포함해 다양한 근거를 쌓아 국내 허가, 글로벌 허가 등이 순서대로 이뤄져야 한다. 환자에게 직접 약을 쓰는 의사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단계별로 증거를 쌓아가는 과정이 필수적"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선택지 적은 '후반치료' 연구 의지
이 가운데 올해부터 국내 임상현장에서도 3세대 EGFR TKI인 렉라자와 타그리소가 1차 치료에 보험급여를 적용받으며 최선이자 최고의 옵션으로 자리 잡았다.
두 치료제 간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되면서 어떤 품목이 경쟁에서 앞설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
정현애 교수는 "반반 정도이지 아닐까 싶다. 후발주자인 약은 개척이 힘들 수밖에 없다"며 "아무래도 의사들 역시 경험이 있는 약을 선택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고집이나 관성이라기 보단, 결국 환자를 위해서다. 혹여 환자가 잘못되진 않을까 하는 걱정에, 이미 많이 사용해보고 처방례를 쌓은 약을 고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렉라자는 타그리소에 비해 후발주자이기 때문에 임상연구에 참여했던 의료진이 아니라면 책으로만 접했을 것"이라며 "개인적으로는 렉라자를 초기 임상부터 지속적으로 지켜봐 오는 동시에 타그리소도 개발 과정을 간접적으로 지켜봐 온 것은 맞다. 각 두 약제에 대한 특성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처방에 있어 주저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이제 다음 숙제는 렉라자와 타그리소로 대표되는 3세대 EGFR TKI 내성에 따른 '후반치료'연구.
렉라자 혹은 타그리소 치료 이후 내성이 생긴 환자 치료에서 있어 선택지가 적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연구는 후반치료 환자를 위한 연구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 정현애 교수의 의견이다.
정현애 교수는 "대부분의 EGFR 환자는 이제 3세대 치료제를 쓴다. 올해 1월 한 환자의 사례는 달랐는데, 첫 치료에 1세대, 2세대 약을 썼다"며 "그러나 세계적으로 가장 유력한 선택지는 3세대 치료제로 그래서 구태여 시퀀스가 적절한지 등을 더 따지지는 않는다"고 평가했다.
그는 "후반치료에 대한 고민은 남는다. 3세대 치료제를 쓰고 난 뒤에는 선택지가 적기 때문"이라며 "화학항암요법이나 항체-약물접합체(ADC) 정도가 선택지인데, 이후 암 전이에 있어 가장 마지막에 나빠지는 부분이 바로 뇌전이인데, 이때 TKI가 효과적이기 때문에 TKI 전환에 대한 얘기가 다시 나온다"고 언급하며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