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공백에 적자 증가…대형 학회일수록 영향 커져
"전공의 사직 장기화 땐 대회 장소·일정 조정 불가피"
의-정 갈등으로 인한 전공의 집단 사직이 장기화되면서 학술단체의 재정 상태가 휘청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형 학회의 경우 학술대회를 한번 개최할 때마다 억 단위의 적자를 보고 있어 올해 계학술대회를 기점으로 학회 유보금도 바닥 나 재정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것.
8일 춘계학술대회를 진행하고 있는 의학계 학회들로부터 내년부터 당장 재정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공의 집단 사직이 시작된 올해 2월만 해도 사태의 장기화를 예상치 못했지만 그간 두 번의 학술대회를 치르면서 전공의 없는 학술대회는 특수한 상황이 아닌 일상으로 고착화되고 있다.
매회 학술대회에서 평균 3000명 이상의 전공의를 등록하는 A 학회 역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A 학회 관계자는 "보통 학술대회 프로그램과 별도로 이틀간의 일정으로 전공의 핵심역량 연수강좌를 마련해 진행한다"며 "오프라인으로 진행하지만 올해는 온라인으로 방식을 바꿨다"고 말했다.
그는 "평균 전공의 등록인원이 3000명 선에 달하지만 현재 집계된 인원은 800명대로 1/5 토막이 났다"며 "학술대회의 행사 규모, 섭외, 프로그램 마련 등은 1년 전부터 준비하고 기획하기 때문에 변수가 생기면 타격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전공의 공백으로 인한 적자가 거의 2억원에 근접한다"며 "아직까지는 학회의 유보금으로 버틸 수 있지만 원래 유보금이 사무실 운영이나 기타 인건비 등으로 쓰여야 하기 때문에 걱정이 크다"고 덧붙였다.
전공의 없는 학술대회가 장기화된다면 이에 맞춰 내년도 학술대회의 대회 장소, 일정까지 대폭 변경시키겠다는 것이 학회의 입장.
전공의 무료 등록 정책을 펼친 B 학회도 속앓이를 하고 있다.
전공의들의 지원율 하락이 가시화되고 있어 전공의의 마음을 얻기 위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포기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누적되는 적자도 무시할 수준을 넘어섰다는 것.
B 학회 관계자는 "춘계 학술대회에서 전공의 무료 등록 정책을 펼친 학회들 중에 추계 때부터 등록비 할인 정책으로 선회한 곳도 있다"며 "이는 빠듯한 학회의 재정 상태를 나타내는 지표"라고 설명했다.
그는 "원래 학술대회 등록 인원의 30%가 전공의로 채워지는데 올해는 10%도 힘겨울 것 같다"며 "국제학술대회, 정규 학술대회와 같은 공식 행사는 1년 전부터 대관 예약을 진행하고, 전공의의 등록까지 계산해 행사 규모, 예산을 배정하는데 올해는 그 변수가 예상을 뛰어 넘었다"고 말했다.
그는 "춘계 학술대회에서 4천만원의 적자를 봤고, 추계도 비슷할 것으로 본다"며 "상황의 지속에 대비해 전공의 세션을 전면 온라인으로 개편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