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송주혜 교수 "신약 출시로 치료 환경 급변"
"JAK 억제제 신약 출시 단비…교차투여 허용해야 최적 치료법 모색 가능"
"치료제가 많아도 많지 않다는 느낌이다. 교차투여가 제한되는 까닭에 더 까다로운 선택이 요구된다."
궤양성 대장염을 치료하기 위한 다양한 신약들이 출시되고 있지만 '풍요 속 빈곤'에 그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최근 몇 년간 생물학적제제와 JAK 억제제, S1P 수용체 조절제 등 표적 치료제의 등장, 특히 JAK 억제제 계열 중 토파시티닙을 시작으로 유파다시티닙, 필고티닙 등이 승인됐지만 이같은 변화가 아직은 약제 선택의 폭 확대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
급여 정책 상 환자의 개별 상태, 약효·부작용 발현 상황이나 선호도에 따라 계열 약제 간 스위칭(교차투여)이 허용되지 않아 제한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삭감을 우려해 최후의 보루로 특정 약제를 남겨두거나 하는 식의 방법론이 통용되면서 약제들의 활발한 조합을 통해 최적의 치료법을 찾도록 교차투여를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송주혜 교수(염증성장질환클리닉)를 만나 다양한 신약 출시에 따른 궤양성 대장염 치료의 환경 변화 및 약제 선택의 기준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궤양성 대장염 치료는 최근 몇 년간 새로운 약제와 치료 접근 방식의 등장으로 많이 발전했다. 눈에 띄는 변화는 생물학적 제제와 JAK 억제제 같은 표적 치료제의 등장.
생물학적 제제는 인플릭시맙과 아달리무맙 같은 대표적인 TNF-α 억제제에 이어 최근에는 우스테키누맙 같은 IL-12와 IL-23을 표적하는 제제, α4β7 인테그린 억제제로 다양화됐다.
송 교수는 "주사제 방식의 생물학적 제제의 단점을 보완한 알약 형태의 JAK 억제제는 등장과 함께 빠른 치료 효과 및 광범위한 염증 조절, 다양한 염증성 사이토카인 차단 효과로 치료에 있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며 "특히 궤양성 대장염은 환자마다 반응과 증상의 정도가 다양해 모든 환자가 동일한 약제에 동일하게 반응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JAK 억제제는 생물학적 제제가 충분한 효과를 보이지 못하는 환자들에게 대안이 될 수 있다'며 "복용 편의성, 빠른 반응, 그리고 다양한 염증성 경로 조절의 장점으로 인해 궤양성 대장염 치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치료 과정에서 약제에 대한 반응이 소실되는 경우가 있어, 여러 약제를 단계별로 바꾸거나 다른 기전을 가진 약제로 전환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내성을 극복하고 더 지속적인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JAK 억제제 성분이 추가됐다는 점도 환자에 따른 개별적 치료를 가능케한 부분이다.
송주혜 교수는 "같은 JAK 억제제 계열에 속한다고 해도 성분마다 효과와 안전성 면에서 특징들이 다르다"며 "초기에 나온 토파시티닙은 TNF-α 억제제만큼 작용이 빨라 급성 중증 궤양성 대장염에 주로 사용했고 센 효과에 맞물려 부작용 이슈가 좀 있어서 용량을 조절해 사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필고티닙은 효과가 강력하지 않지만 상대적으로 안전해 부작용 발생이 우려되는 중등도 환자에서 주로 먼저 적용한다"며 "가장 최근 나온 것은 유파다시티닙으로 효과가 강력한데 부작용은 토파시티닙 대비 적어 각광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크론병은 치료제가 5개밖에 없지만 궤양성 대장염은 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라며 "최근엔 환자들이 먼저 약제에 대해 알아보고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환자들의 선호도를 반영하는 부분도 약제 선택의 주요 화두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높은 빈도는 아니지만 JAK 억제제에서 심혈관계 질환 부작용 이슈가 보고된 까닭에 의료진에 의한 고위험군 판단 및 안전성을 더 선호하는 환자의 취향 반영을 통해 약제 선택이 조정될 수 있다는 것.
송 교수는 "다만 A라는 약을 먼저 쓰고, B 약제를 쓰는 경우, B를 먼저 쓰고 A를 쓴 경우 효과가 달라질 수 있어서 무조건적으로 환자의 선호도를 반영하긴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임상의로서 특정 약제에서 효과를 보지 못했을 때 어떤 약을 시도할지에 대한 고민은 늘 따른다"고 지적했다.
그는 "TNF-α 억제제 계열에선 서로 교차투여가 가능하기 때문에 인플릭시맙을 쓰다가 효과가 없으면 아달리무맙을 시도해도 된다"며 "반면 JAK 억제제는 교차투여가 안 돼 특정 약제를 쓰다가 효과가 없으면 다음 카드가 없어 결국 최후의 보루로 효과가 센 유파다시티닙을 남겨두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다양한 JAK 억제제 성분이 출시됐지만 이런 제한점으로 인해 선택지가 넓다고 느끼진 못한다"며 "오히려 다양한 선택지에서 초기부터 환자들에게 적합한 약제를 모색해야 하기 때문에 약제 선택 기준이 깐깐해지고 있다"고 폭넓은 교차투여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