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혈증 환자 급성장염 진단해 사망…의사 '유죄→유죄→무죄'

발행날짜: 2024-11-08 05:30:00
  • 1심·2심 재판부 금고 10월 집행유예 2년 실형 선고했지만 대법원 '파기환송'
    대법원 "간초음파검사, 소변검사, 활력징후 등 정상범위…장염 진단 무리 아냐"

패혈증 환자를 급성장염으로 진단해 귀가시켰는데 사망에 이른 사건과 관련해, 1심과 2심 재판부는 의사에게 실형을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무죄로 판단했다.

8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대법원(재판장 노태악)은 검사가 의사 A씨를 상대로 제기한 업무상과실치사소송에서 웜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환송했다.

내과전문의 A씨는 2016년 10월 4일 내원한 환자 B씨를 진찰했다. 소변검사와 혈액검사, 일반화학검사 등을 순차적으로 진행했다.

검사 결과 B씨는 백혈구수가 16,900/㎣로 정상치인 4,000~10,000/㎣를 초과하고 있었고, 염증지수 CRP 수치 또한 24.93㎎/㎗로서 정상치인 0~0.30㎎/㎗를 현저히 높게 나타나 급성 감염증이 의심되는 상태였다.

하지만 A씨는 염증지수 CRP 수치와 간수치 등을 알 수 있는 일반화학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 B씨를 장염으로 진단하고 비콤프주(비타민B1제), 알기론주사액(진경제), 토라렌주사(해열, 진통, 소염제)를 주사했다.

또한 내복약인 베아비오캡슐(정장제), 모사피트정(소화기관용약), 휴텍스파모티딘정(소화성궤양용제) 등을 처방하며 소화기계 증상과 통증에 대한 대증적 처치만 진행 후 환자를 귀가시켰다.

B씨는 같은 날 늦은 밤 A씨가 근무하는 병원 응급실을 다시 찾았다. 하지만 응급실 의사 C씨 또한 염증의 원인을 발견하기 위한 균배양검사를 시행하지 않고 소화기계 증상과 통증에 대한 대증적 처치만 하고 귀가시켰다.

B씨는 10월 5일 심정지 상태로 인근 병원에 전원됐다. 혈액검사 결과에 의하면 혈증에 대한 적절한 치료가 적시에 시행되지 못해 다발적 장기 손상이 발생하고 사망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A씨가 B씨를 급성 장염으로 진단하고 그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시행한 대증적 조치나 C-반응성단백질 수치 결과가 확인된 이후 피해자에 대한 입원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의료상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A씨는 "환자를 최초 진단할 당시 주요 증상이 복통, 몸살이었고, 급성 감염증을 의심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판단요소인 맥박, 호흡, 혈압, 체온 등 신체활력지수는 모두 정상 범위였다"며 "백혈구 수치와 CRP 수치가 높게 나왔다는 것만으로 급성 감염증을 단정할 수 없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으며, 금고 10월에 집행유예 2년이라는 실형을 내렸다.

A씨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2심 재판부의 문을 두드렸지만, 이들 또한 항소를 기각했다.

이들은 "A씨는 내과전문로서 일반화학검사 결과를 통해 충분히 피해자가 급성 감염증임을 예측하고 일반적인 급성 감염증 치료를 시행할 수 있었다"고 판시했다.

이어 "환자의 연령과 상태에 따라 패혈증이나 패혈성 쇼크 등은 단기간 내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할 정도로 급격히 악화되기 때문에 B씨의 사망은 임상적으로 볼 때 매우 이례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법원은 "A씨의 진단 및 치료행위가 환자를 사망하게 한 직접적 원인은 아닐지라도, 이로부터 발생된 다른 간접적 원인이 결합돼 환자가 사망했다면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A씨는 장염 증상을 완화하기 위한 대증적인 조치 외에 급성 감염증 또는 패혈증의 원인을 찾기 위한 검사를 실시하지 않았다"며 "해당 사건의 환경과 경위,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봤을 때 양형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려워 항소를 기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환자 초기 증상에만 고려해 패혈증을 예상하기 어려웠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환자 B씨는 병원에 방문하기 전부터 고열과 몸살 등의 증상으로 인근 의원을 방문해 우상복부 통증에 대한 초음파검사를 권유받은 후 A씨 병원에 내원했다"며 "백혈구 수치는 정상보다 높았으나 간초음파검사, 소변검사, 활력징후 등은 정상 범위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에서 B씨의 소화기계 증상과 통증 등의 원인을 급성 감염증 중 급성 장염으로 진단한 것은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진단 수준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A씨가 B씨를 급성 장염으로 진단하고 그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시행한 대증적 조치나 C-반응성단백질 수치 결과가 확인된 이후 피해자에 대한 입원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의료상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B씨에게 패혈증, 패혈증 쇼크 등 증상이 나타나 하루 만에 사망할 정도로 악화될 것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기도 힘들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했다.

※ 해당 판결문은 이곳을 누르면 연결되는 사이트에서 신청 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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