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라운지] 대한신경과학회 김희진 학술위원(한양대병원 신경과)
"해외 선별 급여 정책 참고 필요…비급여 및 의료기관 제반 시설 비용 부담"
치매신약 레카네맙(상품명 레켐비)의 내달 국내 출시가 예상되면서 학술단체는 물론 임상 현장도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대한치매학회는 적절한 환자군에서 최대 효과를 나타낸다는 점에 착안, 환자 선별을 위한 사용 기준을 마련한 데 이어 최근 한국인 대상의 Clarity AD 3상 하위분석 결과 공개해 기대감을 키운 것.
임상 현장도 바쁘게 투약, 치료 환경 조성에 나서고 있다.
뇌혈관병변 및 ARIA 발견과 판단을 위한 영상의학과, 신경과 또는 기타 전문의 보유가 필요하고, 매 2주마다 레카네맙 정맥 주입이 가능한 시설과 약물 이상반응 모니터링 인력을 갖춰야 한다는 점에서 단순히 약제의 런칭만으로는 원활한 사용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
특히 연간 약제비가 3000만원 선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신약의 적절한 보급과 사용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수적이란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레카네맙의 장기 효과와 안전성을 살펴보는 후속 임상을 진행하고 있는 대한신경과학회 김희진 학술위원(한양대병원 신경과 교수)에게 최근 공개된 한국인 대상 임상의 의미 및 치매신약 활성화의 과제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인에서 유독 적은 부작용, 투약 용량 기인 가능성"
레카네맙은 아밀로이드 베타(amyloid-beta) 단백질을 표적으로 해 알츠하이머병 진행을 늦추는 신약으로, 같은 기전의 신약 아두카누맙(상품명 아두헬름)이 먼저 상용화된 바 있다.
김희진 교수는 아두카누맙에 이어 레카네맙의 임상도 진행하고 있다.
김 교수는 "희귀의약품센터에서 아두카누맙의 임상시험을 진행했고, 지금은 레카네맙의 장기 효과와 안전성을 살피는 후기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레카네맙은 18개월 기간 동안 진행된 Clarity AD 3상을 통해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해 허가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추가로 진행되고 있는 임상은 익스텐션 스터디로 앞서 레카네맙을 투약받은 환자들에게 오픈 라벨로 레카네맙을 지속 투여했을 때의 효과를 살펴보는 것으로 설계됐다"며 "18개월 이후 기간을 늘려 총 5년을 보기 때문에 실제적인 효과에 더 근접한 결과물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3년째인 익스텐션 스터디는 환자 투약 시점에 따라 종료일이 다르긴 하지만 빠르면 1~2년 안에 모두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며 "18개월 시점에서 일차 평가변수인 임상치매척도총점(CDR-SB)이 위약군 대비 27% 지연됐기 때문에 이후 임상의들의 관심은 이런 효과의 일관성, 지속성 여부에 집중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각종 학술대회에서 장기 효과를 살핀 연구부터 인종적 차이를 살핀 연구들이 속속 베일을 벗고 있다는 점도 기대감을 키우는 대목이다.
김 교수는 "최근 레카네맙 중간 결과 발표를 보기 위해 알츠하이머병 임상시험 컨퍼런스(CTAD)에 참가했다"며 "국제 학술대회를 비롯해 다양한 학회들이 레카네맙의 알츠하이머 스크리닝을 위한 혈장 바이오마커나 투약에 대한 경험담 등을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CTAD에서 발표된 중간 자료에 따르면 레카네맙의 효과는 위약군 대비 시간이 경과에 따라 격차(그래프상 기울기)가 더 벌어진다"며 "병을 일으키게 하는 원인 물질을 제거한 이후 모든 지표에서 위약군과 실제 투약군이 격차가 벌어진 것은 임상의로서 기대감을 키우게 하기에 충분했다"고 설명했다.
이달 초 대한치매학회 학술대회에서 공개된 한국인 대상 임상시험 결과도 마찬가지. 레카네맙의 인종적 특성을 살핀 결과 아밀로이드 항체 기반 신약의 주요 부작용으로 거론되던 뇌부종 발생 이슈가 50% 낮고 효과를 판단하는 지표 중 하나인 ADAS-Cog14가 더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희진 교수는 "한국인 대상 임상 결과처럼 실제 임상시험 과정에서 경험한 ARIA 부작용은 빈도나 중증도 측면에서 크게 우려할 만한 점은 없었다"며 "APOE ε4 대립 유전자 보유자에서 ARIA 부작용 위험이 특히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실제 APOE 보인자를 제외하고는 큰 문제를 경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ARIA가 발생한다고 해도 대부분은 무증상이고 경미한 정도에 그치기 때문에 오히려 위험군의 선별이나 적절한 모니터링이 더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기전 상 투약 용량에 비례해 위험도가 커진 것으로 해석된다"고 예측했다.
레카네맙의 투약은 2주에 한 번씩 10mg/kg 용량으로 진행된다. 70kg인 사람의 투약 용량은 700mg이지만 100kg인 사람은 용량이 300mg이 더 많은 1000mg을 투약해야 한다.
김 교수는 "국내 치매 환자들의 몸무게는 여성이 40~50kg, 남성은 50~60kg 중반대까지 있지만 서구권에선 100kg을 넘는 거구가 많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투약 용량이 많을 수밖에 없다"며 "따라서 한국인에서의 부작용 감소 효과는 이같은 기전으로 어느 정도 해석이 가능하다"고 제시했다.
그는 "다만 이같은 경험은 임상시험 대상군의 특성에 따라 다를 수 있어 일반화하긴 어렵다"며 "효과 부분을 보면 이중맹검 방식으로 진행됐던 임상에서 위약, 진약을 모른 채 PET을 찍어보면 뇌의 아밀로이드가 6개월만에 싹 사라지는 경험이 많아 효과 부분도 일관성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임상시험과 실제 투약 환경은 하늘과 땅 차이…정책 지원 절실"
레카네맙은 내달 비급여 출시가 예상된다. 문제는 연간 치료비가 2000~3000만원대의 고가로 전망되는 데다가 원활한 투약과 모니터링을 위해선 제반 인력과 시설이 필요하다는 점.
김 교수는 "임상 과정에서 투약을 하는 것과 실제 상용화돼 투약하는 것은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다"며 "임상시험에서는 비용을 제약사 측이 지불하지만 상용화 이후엔 환자가 자부담을 해야 하는데 이는 환자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는 연간 2000~3000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며 "의료기관의 경우 임상시험에서 연구 간호사를 채용해 환자의 모니터링과 상담을 전담케 했는데 이는 전적으로 의료진과 간호사간의 계약에 의한 채용이었다"고 귀띔했다.
그는 "제약사가 지원한 임상시험 비용에서 이런 인력 비용을 충당했는데 상용화 이후엔 병원이 이런 비용을 부담할지는 미지수"라며 "아무래도 비급여 특성상 비급여 금액 안에서 인건비와 시설비 등을 충당해야 하는데 병원의 규모나 수도권, 지방권 등 병의원 지역 등에 따라 상황이 크게 다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환자 안전을 위해 일정 수준까지는 맞출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이나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판단. 해외에서의 선별 급여 정책도 참고할만하다는 조언이 뒤따랐다.
김 교수는 "일본과 미국은 엄격한 기준을 충족한 환자를 대상으로 선별 급여를 적용한다"며 "100% 보험으로 보상하는 것은 아니지만 꼭 약물이 필요한 환자를 추려 센터에 등록해 관리한다는 측면은 고려할만 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비급여이기 때문에 좋은 신약이 나와도 그림에 떡에 불과할 수 있어 우려된다"며 "실제로 환자 중에 알츠하이머 치매를 진단 받은 62세 남성 환자의 경우 병세로 일을 못해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치매 신약의 상용화 이후에도 여력이 없다고 호소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감기와 같은 경증 질환은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차라리 이런 경증 질환에 들어가는 비용을 중증 질환자에게 전용하는 것이 더 건강보험 재정의 취지에 부합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젊은 치매 환자도 많아지고 있는데 초기 치료를 통해 경제 활동이 가능하다면 이것이 더 사회적인 비용을 절감하고 효용을 창출하는 방안이 아닐까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