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검진 전문위원회가 대한외과학회 및 대한가정의학회의 인증 자격을 내시경 시술 자격으로 인정하자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등 11개 학회가 공동으로 이에 반발하는 집단 성명을 발표했다.

소화기내시경 검사는 국가암검진 중 가장 침습적 의료행위로, 기본적으로 내과 전문의 수련 과정 등 엄격한 수련이 필요한데 이런 과정없이 타과에 시술을 허용하는 것은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것.

12일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대한내과학회, 대한소화기학회, 대한간학회, 대한상부위장관 헬리코박터학회 등 11개 단체는 성명을 내고 국가암검진 내시경인증의 정책 변화에 대한 철회를 촉구했다.

현재까지 국가암검진 내시경학 분야의 평가에서 소화기내시경 전문 학회인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와 대한위대장내시경학회의 교육만이 인정돼 왔다.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에서 인증받은 소화기내시경 세부 전문의는 9466명에 이르며, 매년 300명 이상의 양질의 내시경 전문의가 배출되고 있다.

이에 대한가정의학회와 대한외과학회는 이의를 제기,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를 '카르텔, 독점'이라 지칭하며 자신의 평점을 인정하라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고, 10월 15일 개최된 암검진 전문위원회는 대한외과학회 및 대한가정의학회의 내시경 시술 자격을 인정키로 했다.

이와 관련 학회는 "암검진 전문위원회는 안건 상정 후 일방적 투표로 대한외과학회 및 대한가정의학회의 인증 자격을 내시경 시술 자격으로 인정하기로 결정했다"며 "회의 과정에서 위원회에 참석한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의 임원의 의견은 타 학회와의 형평성을 근거로 반영하지 않았으며, 이러한 결정의 위험성을 피력하려는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임원의 의사진행발언도 제한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정책"이라며 "소화기내시경 검사는 국가암검진 검사 중에서 가장 침습적 의료행위로, 엄격한 수련과정이 필요한 시술이다"이라고 주장했다.

소화기내시경 전문의 양성에는 엄격한 자격을 갖춘 내시경지도전문의 지도와 감독 아래 수련 교육이 필수적이며, 내시경 술기를 숙달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학습곡선이 요구되기 때문에 엄격한 심사를 통해 지정된 수련기관 및 수련센터에서 지도 전문의의 지도 아래 규정된 과정을 수료한 자에게만 시술 자격이 부여됐다는 것.

학회는 "내시경 시술 중에는 수검자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중대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어 기본적으로 내과 전문의 수련 과정이 필요하다"며 "세부 전문의 교육 과정에는 출혈, 천공, 진정관련 심폐합병증 등의 응급상황 대응 경험이 포함되며, 충분한 대장폴립절제술 수기 및 위험 시술인 췌담도 내시경에 대한 수련과정도 포함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소화기내시경 세부전문의는 인증 수련기관에서 지도전문의 감독하에 내시경 교육을 1~2년간 하고 엄격한 서류심사, 필기시험, 구술 시험을 포함하는 자격시험을 실시해 통과한 경우 내과뿐만 아니라 외과와 소아과 의사도 그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며 "자격인정의 유효기간을 5년으로 한정해 일정 조건을 충족시킬 경우 자격을 갱신시킨다"고 말했다.

반면 대한외과학회와 대한가정의학회가 부여하는 내시경인증의 자격증은 체계적인 내시경 교육 없이 단순히 일정 건수의 내시경 검사를 수행하고 해당 학회의 일정 연수교육 평점을 받으면 서류 심사만으로 부여 받을 수 있으며 응급상황 대처 술기인 내시경적 지혈술, 대장내시경 폴립 절제술과 같은 수기 능력도 요구되지 않아 질적인 차이가 있다는 게 학회 측의 주장.

학회는 "해당 자격증의 인증과 갱신 과정도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어 안전하면서도 양질의 내시경 검사를 과연 담보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수련 과정 및 교육과정이 불명확한 특정 학회에 국가암검진 내시경 인증의 자격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려는 암검진 전문위원회의 결정은 결코 수용될 수 없다"고 우려했다.

학회는 "내시경을 수행하는 의사라면 모두가 소화기내시경 전문 의사라고 생각하지만 국가암검진 내시경 검사를 수행한 의사의 약 30%는 외과나 가정의학과에 의해 수행된다"며 "내시경 사업에 대한 성과 분석 결과에 따르면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에 인정하는 소화기내시경 세부전문의가 국가암검진에 중요한 질 지표로 삼고 있는 6개 분야에서 일반의사 보다 더 우수하게 내시경 질 관리를 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학회는 "따라서 이번 결정은 국가암검진 내시경 사업을 무너뜨리고 질적 수준을 떨어뜨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정책으로 철회돼야 한다"며 "많은 내과 전공의들이 현재 소화기내과 전임의를 지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타과에 내시경 시술 자격 지위를 부여하면 결국 이는 전공의 지원 동기 상실과 이로 인한 필수의료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