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영상 보여줘도 개인정보 침해일까?

동방봉용 변호사(법무법인 문장)
발행날짜: 2024-11-18 06:11:49 수정: 2024-11-18 06:14:44
  • 동방봉용 변호사(법무법인 문장)

주위를 둘러보면 CCTV가 설치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많은 CCTV들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 식당, 주차장, 버스, 택시, 지하철, 엘리베이터 등 매우 은밀한 공간이 아닌 공공영역이라면, 내가 있는 곳 어딘가에 설치되어 있는 CCTV들이 나를 주시하고 있다. CCTV설치가 의무화 되어 있는 어린이집, 노인요양기관 등을 포함하여 범죄예방, 화재예방, 정보수집 등 다양한 목적으로 곳곳에 설치된 CCTV는 어느덧 CCTV는 우리 일상 속 깊숙이 들어와 있다.

병·의원과 관련해서도 CCTV 설치 의무화를 규정한 개정 의료법(의료법 제38조의2)은 2021. 8. 31. 팽팽한 찬반 논란 속에 성범죄 등 불법행위, 의료과실이나 범죄행위의 유무를 규명하기 위한 객관적 증거확보 등 수술실 안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법행위를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의료분쟁 발생 시 적정한 해결을 도모를 목적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이 법은 2년 간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2023. 9. 25.부터 시행되었다.

CCTV를 설치하고 운영하는 병·의원에서도 주의해야 할 대법원 판결(대법원 2024. 8. 23. 선고 2020도18397)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사안의 개요는 아래와 같다. A는 B가 도박 신고를 하였는지 여부를 확인하고자 CCTV를 관리하는 관리실에서 근무하는 C에게 전일 촬영된 CCTV영상을 보여줄 것을 부탁하였다. C는 전일 CCTV영상을 재생하여 A가 볼 수 있도록 하였고, A는 이를 자신의 휴대전화기를 이용하여 촬영하였다. 위 사례에서 C는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로서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가 포함된 CCTV영상을 권한 없이 A가 이용하도록 제공하였고, A는 도박신고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부정한 목적으로 개인정보가 포함된 CCTV영상을 제공받았다는 이유로 기소되었다.

위 사례에서 원심은 C가 B의 모습이 담긴 CCTV영상을 재생하여 A에게 볼 수 있도록 해주었을 뿐이고 A가 C 몰래 자신의 휴대전화기로 녹화하여 무단으로 영상을 촬영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A가 C 모르게 무단으로 이 사건 영상을 촬영한 행위나 이 사건 영상을 시청한 행위를 C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행위로 볼 수 없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개인정보 보호법 제71조 제5호 후단의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위해서는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가 누설하거나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제공한 개인정보의 지배·관리권을 이전받을 것을 요한다고 하면서, 영상정보처리기기에 의하여 촬영된 개인의 초상, 신체의 모습과 위치정보 등과 관련한 영상의 형태로 존재하는 개인정보의 경우, 영상이 담긴 매체를 전달받는 등 영상 형태로 개인정보를 이전받는 것 외에도 이를 시청하는 등의 방식으로 영상에 포함된 특정하고 식별할 수 있는 살아있는 개인에 관한 정보를 지득함으로써 지배·관리권을 이전받은 경우에도 이에 해당할 수 있다고 하였다. 따라서, C가 이 사건 영상을 재생하여 A에게 볼 수 있도록 하여 A가 이를 시청한 것은 개인정보 보호법 제71조 제5호 후단의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CCTV영상을 관리·보관하는 자는 그 영상을 다른 사람에게 시청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개인정보 보호법에 저촉될 수 있다. 개인정보 보호법은 헌법상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기초한다.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인격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서 도출되는 헌법상 기본권으로 이해되며, 위와 같은 기본권은 이미 침해되면 사후적으로 이를 전보하거나 원상회복을 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특히, 수술실과 관련된 영상이라면, 환자에게 매우 민감한 정보로서 환자의 인격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을 침해할 염려가 크다. 이러한 관점에서 위 대법원 판결은 수긍할 만하다.

그러나,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로는 원심의 판단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제공(提供)의 사전적 의미는 '무엇을 내주거나 갖다 바침', '쓰라고 줌'이라는 의미이다. CCTV영상을 저장매체를 통해 직접 전달하는 것은 영상의 제공이라고 할 만하다.

그런데, CCTV영상을 시청하는 것은 시청함과 동시에 화면의 영상은 사라지고, 그 영상은 기억 속에 저장될 수는 있어도 개인에 관한 정보를 지득함으로써 지배·관리권을 이전받았다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또한, CCTV영상은 파일형태로 저장되어 매체를 통해 재생되는 것이므로 대법원 판결과 같이 시청하게 하는 것만으로 개인정보의 제공이라 보는 것은 법문의 가능한 의미의 범위를 벗어난 해석으로 실정법 이상으로 처벌 범위를 확대하여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될 소지가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CTV를 설치·관리하는 병·의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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