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계속되는 분만병원 "저수가·의료분쟁·CCTV 삼중고"

발행날짜: 2023-10-23 11:53:01 수정: 2023-10-23 17:26:05
  • 산부인과개원의사회, 간담회 열고 분만 현장 문제 조명
    "인력이탈로 업무 과중…저수가·의료분쟁 대책 내놔야"

산부인과 의사들이 계속되는 저출산·저수가로 인한 인프라 붕괴를 호소하고 있다. 인력 부족으로 현장 의사들의 워라밸이 급속도로 악화하는데다가, 의료분쟁 위험성과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로 삼중고를 겪는 모습이다.

22일 직선제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는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를 열고 분만병원들의 폐업이 계속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직선제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는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를 열고 분만병원들의 폐업이 계속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통계청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분만이 가능한 의료기관 수는 2020년 517곳에서 2022년 470곳으로 약 9% 감소했다. 이는 10년 전인 2012년(739곳)과 비교하면 36.4%(269곳) 줄어든 숫자다. 산부인과가 있지만, 분만실이 없는 시·군·구는 지난해 12월 기준 50곳이다.

특히 광주광역시에서 25년간 분만실을 운영해왔던 문화여성병원은 지난 8월 30일 경영 악화로 문을 닫았다.

분만 전문의를 구하는 것도 하늘의 별 따기다. 연도별 신규 산부인과 전문의 배출 현황을 보면 2004년 259명에서 2023년 102명으로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특히 남자 산부인과 전문의는 171명에서 7명으로 전체 6.7%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분만을 하는 산과보다는 암이나 내분비질환 등 부인과를 선택하는 이가 많다.

인력 부족으로 현장 의사들의 업무과 과중되는 것도 문제다. 당직 인원이 줄어들면서 대부분의 분만·대학병원에서 조차 50~60대 의사 3~4명이 돌아가며 당직을 하고 있다는 것.

산부인과개원의사회는 이 같은 문제의 해결책으로 원가 이하의 수가정상화를 통한 의료 인력 유입을 강조했다. 인구가 밀집되지 않는 지역에서 분만실을 운영하더라도 최소한 24시간 운영이 가능한 분만실을 유지하도록 비용을 지원해줘야 한다는 요구다.

이와 관련 산부인과개원의사회 김재유 회장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의료수가, 분만실 운영과 관련한 각종 규제, 분만 관련 상급병실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한다"며 "분만 의사의 경우 밤낮 병원에 묶여 있는 경우가 많고, 안전을 위해 구비해야 할 인력이나 시설이 막대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대한 정당한 수가가 반영되지 않으면 결국 분만인프라는 붕괴될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분만수가도 미국기준으로 설정하여 힘들더라도 보람과 보상을 느낄 수 있는 수준으로 책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우리나라 초산 제왕절개 분만비는 약 250만 원으로 2017년 기준 미국 1500여만 원, 영국 1200여만 원보다 5~6배 낮다. 분만수가로 봐도 우리나라와 유사한 건강보험 구조를 가진 일본과 비교해 5~10배 낮다는 설명이다.

또 산부인과개원의사회 자료에 따르면, 의원급 산과 원가보존율은 2017년 64.5%에서 2018~2019년 54.9%, 2020년 53.7%, 2021년 52.9%으로 낮아져 경영난이 심각하다.

분만은 의료사고 위험이 큰 분야라는 것도 문제다. 우리나라는 분만수가가 낮다보니, 같은 배상판결을 받아도 외국보다 더 타격이 크다는 것.

이에 대한 두려움은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율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실제 산부인과 4년 차 전공의 82명, 전임의 28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47%가 '전문의 취득 및 전임의 수련 이후 분만을 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로는 79%가 '분만 관련 의료사고 우려 및 발생에 대한 걱정'을 꼽았다.

형사처벌 비율도 높다. 지난 2010~2020년 우리나라에서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로 1심 형사재판을 받은 의료인은 354명이며 이중 67.5%가 유죄 판결을 받았다. 반면 일본은 15.8%가 유죄 판결을 받았다. 영국은 형사재판까지 넘어가는 사례 자체가 드물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과실 분만사고 보상금 10억 원으로 상향 ▲의료사고처리특례법 통과 ▲분만 의료사고 갈등제거 및 민형사상 재판 판결 표준화를 통한 사법리스크 완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수술실 CCTV 설치가 의무화되면서 산부인과 의사들의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여성의 중요 부위가 노출될 수밖에 없는 산부인과 특성상 환자들의 인권 침해가 우려되며 의사들 역시 수술 시 집중력 저하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수술실 CCTV 의무화는 외과의를 잠재적 의료사고 가해자로 취급하는 것이어서 의사의 자존감을 떨어뜨리고, 수술을 보조하는 의료진의 인권을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산부인과개원의사회 김동석 명예회장은 "지난 9월 25일부터 시행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이후 환자 및 보호자로부터 촬영 요청이 한 건도 없다"며 "산부인과 및 비뇨의학과 등은 환자들이 자신의 음밀한 부위를 노출하는 것을 싫어하는데 쓸모없는 곳에 돈을 쓰는 것. CCTV 설치 의무화에 대한 제도개선 및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당초 취지는 대리수술 등 불법 행위를 막기 위한 것"이라며 "지금은 그런 취지가 왜곡돼 의료현장, 특히 외과 및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 인프라 붕괴를 가속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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