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호 의약학술팀 기자
최근 글로벌 제약사 항암 신약들이 국내에도 속속 도입되면서 임상현장 전문가들의 정부를 향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이는 간단히 말해 정부의 건강보험 급여 정책을 둘러싼 불만이다.
어찌 보면 항암 신약 급여 적용을 추진하는 제약사들과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이지만 이들과는 궤를 달리한다.
급여 적용을 통해 환자 접근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제약사와 한 목소리겠지만, 임상현장은 이보다 현장 의견을 들어달라는 데 더 큰 무게가 실려 있다.
이 가운데 최근 임상현장 전문가인 의료진들이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향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어 주목해볼만 하다.
대한폐암학회는 추계학술대회 과정에서 심평원과 공동 심포지엄을 열고 항암 신약에 급여 논의 구조 개선에 대한 의견을 전달했다.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한 종양내과 교수진들은 암질환심의위원회로 대표되는 급여 논의기구 운영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현장 전문가의 암질심 참여를 더 확대하는 한편, 과학기술에 근거한 심사기준을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윤신교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특정 암종 신약에 대한 암질심 심의를 할 경우 전문가 자격으로 의견 진술을 해야 할 경우가 있다"며 "그런데 전문가 자격의 경우 관련된 연구에 참여한 적이 없어야 한다. 안타깝게도 글로벌 임상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항암 전문가는 없다"고 꼬집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대한혈액학회도 추계학술대회에서 복지부와 심평원 담당자를 불러놓고 심포지엄을 열고 고가 항암신약급여 접근 방식을 개편해달라고 요구했다.
고형, 혈액암 나눌 것 없이 종양내과 의료진 전체가 정부의 급여 논의 구조 개편을 요구하는 형국이다.
물론 심평원을 필두로 정부가 급여논의 구조 개선에 미온적인 것만은 아니다. 동시에 제한된 건강보험 재정 상 항암신약에 대해서만 급여를 논의하기도 어렵다.
실제로 올해 심평원은 암질심 위원 구성에 있어서 현장의견 청취를 위해 전문학회 중심으로 변경해 세부 학회별로 위원을 구성했으며, 회의 참석 인원을 18명에서 25명 이내로 확대해 전문성을 강화했다. 또한 점차 고가의 혈액암치료제가 증가하는 상황 등을 고려, 혈액암 전문가를 2명 증원한 9명으로 구성하기도 했다.
다만, 위원 수를 늘렸다고 과연 임상현장 전문가가 의견을 더 들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 정작 특정 질환 연구를 했던 전문가는 해당 치료제 급여 논의에는 배제되는 데도 말이다. 동시에 논의 결과만 공개한다고 이를 현장 전문가들이 과학기술에 근거한 결정이라고 납득 가능할까.
현장에서는 임상현장 전문가가 논의를 이끌고 정부가 밀어주는 방식을 원한다. 결과 공개와 참여 위원을 늘렸다고 능사가 아니다. 전면적인 개편이 있지 아니고선 급여를 둘러싼 갈등은 되풀이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