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 없는 김택우 후보" 중도층 이동 관측…온건파 이미지 관건
"검증된 난세 리더십" 주수호 지지층 확고…음주운전 사고가 약점
오는 1월 치러지는 대한의사협회 회장 보궐선거가 김택우 예비후보와 주수호 예비후보의 2파전으로 압축되고 있다. 리더십과 경험 등 서로 다른 색깔로 두각을 나타내는 상황이어서 어떤 후보에 표심이 쏠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20일 의료계에 따르면 내년 1월 2일 치러지는 대한의사협회 회장 보궐선거 예비후보의 윤곽이 드러났다. 그 결과 이전부터 쌍두마차로 거론됐던 김택우·주수호 예비후보가 2파전를 치를 전망이다.
그동안 서울시의사회 박명하 전 회장, 박인숙 전 국회의원, 대한마취통증의학회 연준흠 회장, 서울특별시 황규석 회장 등이 하마평에 올랐지만, 모두 불출마에 무게를 뒀다. 경기도의사회 이동욱 회장 역시 후보로 이름이 오갔지만, 아직 출마 결정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택우·주수호 강점은…전공의 지지 VS 난세 리더십
이에 주수호 후보의 약점 극복 여부가 보궐선거의 향방을 가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구체적으로 두 후보 모두 의협 회무 경험이 있고 2000년 의약분업 당시부터 투쟁해온 이력이 있다는 장점을 공유하는 상황이다.
김택우 후보의 경우 의약분업 투쟁 당시 강원도 의료개혁쟁취투쟁위원회 위원을 시작으로 여러 비대위 활동을 이어왔다. 최근엔 간호법 저지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의대 증원 저지 비대위원장을 연달아 맡았으며, 지난 2월 의대 증원 100분 토론에 참여해 얼굴도장을 찍은 바 있다.
회무 역량도 증명됐다. 현재 김택우 후보는 강원도의사회장을 연임했으며, 전국시도의사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이렇게 지난 25년간 의사단체 일을 계속해오면서 회무적 감각이 살아있다는 평가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비대위원장이 김택우 후보와 긴밀한 관계에 있는 것도 의료계 표심을 모으는 것에 강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전공의·의대생 의견이 중요한 의정 갈등 국면에서 이들의 지지를 받는 것은 소통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강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다.
주수호 후보 역시 2000년 의약분업 투쟁으로 이름을 알린 인사다. 특히 그는 당시 100분 토론에서 보인 언변으로 의료계 스타덤에 올랐다. 이는 의대 증원 저지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으로 이어져 의료계 입장을 대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이후 주 후보는 2007년 의협 회장 보궐선거에 당선돼 장동익 전 회장 논란으로 분열됐던 집행부를 단기간에 안정시킨 바 있다. 이후 임기 1년 6개월 동안 사무처개혁 및 수익사업개발, 공개입찰 등을 통한 회비 절약 등의 성과를 낸 것을 고려하면 지금 같은 난세에 강한 리더십이라는 평가다.
또 그는 지난 의협 회장 선거에 출마해 지지층을 증명한 상황이다. 주 후보는 당시 1차 투표에서 30%의 득표율로 결선투표에 올랐으며 이후에도 3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더욱이 당시 선거 캠프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강한 조직력으로 선거 운동 국면에서 우위가 예상된다.
■주수호 후보 약점 치명적…김택우는 온건파 우려
하지만 주수호 후보의 음주운전 사망사고 논란이 치명타로 작용하는 상황이다. 임현택 전 회장으로 의협이 대내외적인 신뢰도가 훼손된 상황에서 이미 논란이 있는 후보가 또다시 회장이 되는 것은 위험하다는 우려다.
이 때문에 선거가 시작되기 전부터 의료계 중도층 표심이 김택우 후보로 이동하는 것이 관측되는 상황이다. 특히 서울시의사회 박명하 전 회장과 박인숙 전 의원 지지층도 이 같은 움직임을 보이면서, 조직이 약하다는 김택우 후보의 단점이 상쇄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와 관련 김택우 후보 지지 의사를 밝힌 한 의협 회원은 "주 후보는 단점이 너무 치명적이다. 투쟁하던, 협의하던 음주운전이 꼬리표처럼 달릴 것인데 이렇게 되면 어느 쪽에서도 우위를 점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더욱이 강경파였던 임현택 전 회장이 역대급 논란으로 탄핵당했는데 또다시 강경파인 주 후보를 미는 게 맞는 방향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국민 여론이 중요한 시기라고 본다. 주수호 후보가 사고 이후 적절히 조치했고 유가족에게도 사죄했다고는 하지만 국민이 거기까지 알아주진 않을 것"이라며 "이미 의협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많이 악화한 상황에서 주수호 후보가 회장이 되는 것은 의협에 또 다른 꼬리표를 다는 일이 될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반면 주수호 후보 지지층은 김택우 후보가 지금의 난관을 헤쳐 나갈 수 있을지 의구심을 표하는 상황이다. 어떤 방향으로든 의정 갈등이 어떻게 해결되려면 의협 회장은 오물을 뒤집어쓸 각오를 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현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하면, 약점이 있더라도 그런 각오와 난국 상황에서의 문제 해결 능력이 검증된 리더를 뽑아야 한다는 것.
이와 관련 주수호 후보 지지 회원은 "경험과 리더십, 의료계 통합 능력과 소통 능력 등 주 후보의 역량이 더 앞선다고 본다. 특히 보궐선거를 한 달여 앞둬 시간이 촉박하고 당선 후 집행부 구성이 최대한 빠르게 이뤄져야 하는 긴박한 시점"이라며 "이런 면에서 주 후보 캠프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고 연령대도 다양해 지속성 면에서 차별화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같은 난국엔 빠른 의협 정상화와 동력 회복이 중요해 이미 검증된 리더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사태가 어느 쪽으로 해결되던 의협 집행부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고 이를 책임지려는 각오가 필요하다"며 "만약 투쟁한다면 최악의 경우 실형을 살 수 있는데 김택우 후보에게 이런 각오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택우 "이미 각오 증명"…주수호 캠프 "계획 다 있다"
이렇게 보궐선거가 극명한 2파전으로 갈림에 따라 각 후보 측도 각기 다른 전략으로 선거에 임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택우 후보 측의 경우 난국 상황에서도 합리성을 유지하는 외유내강 투쟁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각오가 부족하다는 우려와 관련해선 이미 이를 증명했다고 일축했다.
주수호 후보 캠프는 약점을 인정하는 모습으로 책임을 강조하는 한편, 사태 해결 능력을 강점으로 내세우는 상황이다. 이를 위한 계획 역시 이미 마련됐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김택우 후보는 "합리적으로 문제를 푸는 스타일이어서 각오가 부족하다고 보일 수 있겠다. 하지만 의대 증원 저지 비대위서 구속수감을 각오하고 전공의·의대생을 보호한 바 있다"며 "이로 인해 압수수색과 면허 정지까지 당하는 등 이미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결심을 행동으로 보여줬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중요한 것은 전공의와 의대생을 보호하고 이들의 뜻을 존중해 문제를 빨리 해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내부적으로 한 팀이 돼야 하고 의협이 다시 의사 대표단체로서 위상을 확립해야 한다"며 "이 사태를 초기부터 겪어왔던 한 사람으로서 정부든 정치권을 상대로든 한목소리 내고 문제를 빠르게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주수호 후보 캠프 관계자는 "음주운전 사망사고는 고통스러운 기억이다. 주 후보는 과오를 깊이 반성하며 피해자와 유족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렸고, 이후 스스로를 돌아보며 속죄의 길을 걸어왔다"며 "다만 남은 삶을 대한민국 의료를 위해 헌신하며 속죄하는 것이 책임이라 생각해 다시 나섰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계는 지금 위기의 상황이고 내년 의사 배출이 전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예견됐다. 이런 난국을 이끌고 의사를 단결시킬 리더가 필요하다"며 "주 후보는 의료계 전반을 통솔하는 리더십을 갖추고 있고 정부와의 강력한 협상으로 의료계 이익을 대변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이를 위해 회원과 대국민 소통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