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경제팀 이지현 기자
"치료가능 사망률 즉, 살릴 수 있는 환자가 사망하는 비율이 높아지고있다."
의료대란 사태가 촉발된 지 10개월 째. 의료현장의 의료진들이 한숨을 내쉬며 하는 말이다.
그들의 말인 즉, 중증 고령의 환자의 경우 과거에 비해 놓치는 환자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중증 고령의 생존율이 매우 낮은 환자까지 감당할 여력이 없다는 얘기다.
의료대란 이후 전공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는 의대교수들은 연구도 논문도 뒤로한 채 진료와 당직근무를 소화하느라 숨 돌릴 여유가 없는 실정이다.
잠시 숨을 돌리려고 하면 응급환자가 밀려오거나 병동 내 상태가 악화되는 환자가 발생하는 게 대학병원의 현실이다.
지방의료원 한 의료진은 "과거 80대 심근경색 환자인 경우에도 최선을 다해 살렸지만 의료대란 이후에는 포기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그는 인근 대형병원으로 전원이 어렵게 된 의료환경의 변화를 이유로 꼽았다.
최근들어 일선 대학병원 상당수 경영상태가 안정화를 되찾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지만 이는 일부 의료진들이 추가적인 업무를 통해서 버티고 있기에 가능할 뿐 과거와는 차이가 있다.
과거 의대교수들은 전공의들에게 1%의 가능성이 있는 환자라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 살려야 한다고 교육해왔지만 지금 현실에선 불가능해졌다는 게 그들의 씁쓸한 고백이다.
내년도 전공의 선발이 코앞이다. 앞서 사직한 전공의들 사이에서도 씁쓸한 진실이 있다.
인기과 전공의들은 복귀 시점을 엿보고 있는 반면 필수 진료과목 전공의는 이미 다른 진로를 찾아 떠났거나 다른 길을 모색 중이라는 사실이다. 필수의료 분야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겠다며 비급여 진료 시장에 뛰어든 전공의도 있다.
극단적으로 몇년 후 인기과 전문의만 배출되고 필수과목 전문의 배출에는 구멍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심장혈관흉부외과 전문의 시험에 응시한 전공의는 6명에 그치는 수준이다. 전원 합격한다고 해도 전국에 6명 배출되는 셈이다. 더 문제는 내년에도 지금의 상황과 달라질 게 없다는 현실이다.
벌써부터 내년도 전공의 선발에서 진료과목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에 우려가 팽배하다.
"일개 병원의 잘못이 아닌, 의료정책에 따른 변화라 병원의 노력으로 해결이 안된다. 이렇게까지 의료를 망쳐놓을 수 있는 것이냐." 지방의 한 대학병원 교수의 개탄이 씁쓸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