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 최준용 교수, 임상현장 치료전략 변화 설명
'보카브리아+레캄비스 병용요법' 급여 동시에 출시 초읽기
HIV는 에이즈를 원인 병원체로 치료제 개발로 인해 환자의 기대여명과 삶의 질이 올라갔지만 편견이라는 장벽과 싸우는 대표적인 질환 중 하나다.
과거에는 HIV 치료를 위해 한 번에 수십 개의 약물을 복용해야 했지만, 최근에는 2제, 3제 경구 요법 등 치료제가 개발되면서 임상현장에서의 HIV 치료전략이 크게 변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HIV 감염인은 사회적 편견 및 차별로 인한 심리적 부담 및, 정해진 복약 시간에 대한 부담과 여러 약제를 복용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의학적 문제 등 치료 미충족 수요를 여전히 안고 있다.
이 가운데 투여 횟수를 줄인 '장기 지속형 주사제' 치료제 도입이 초읽기로 들어가 HIV 감염인의 치료 미충족 수요 해소가 기대되고 있다.
15일 신촌 세브란스병원 최준용 교수(감염내과)를 만나 앞으로 변화될 임상현장에서의 HIV 치료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젊은 HIV 감염인 급증…변화 필요성 커진 치료전략
HIV(Human Immunodeficiency Virus,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는 에이즈(AIDS, 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 후천성면역결핍증)를 일으키는 원인 바이러스로, HIV가 몸 속에 침입하여 면역 기능을 떨어뜨리고 감염인의 면역세포(CD4 +T세포) 200 cells/mm3미만이 되면 에이즈로 진행된다.
임상현장에서의 치료는 그동안 여러 약물을 복합적으로 사용하는 '칵테일 요법'을 주로 활용해왔다. 과거에는 HIV 치료를 위해 한 번에 수십 개의 약물을 복용해야 했으나, 최근에는 2제, 3제 경구 요법 등 치료제가 개발되면서 HIV 감염인의 복약 편의성이 크게 향상됐다.
하지만 최준용 교수는 2제, 3제 경구 요법 등 치료제가 개발됐지만, 여전히 임상현장에 미충족 수요는 남아 있다고 판단했다.
최준용 교수는 "2제, 3제 경구제를 복용하는 것이 생각보다 번거롭기도 하지만, 복용할때마다자신의 질병에 대한 리마인드가 되는 것 같다"며 "HIV 감염인으로서 약을 (매일) 복용하는 것 자체를 조금 싫어하신다고 할까, 그런 측면(불편함 등)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최근 글로벌 뿐만 아니라 국내 임상현장에서도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 '보카브리아(카보데그라비르)+레캄비스(릴피비린) 병용요법'으로 대표되는 장기지속형 주사제다.
보카브리아+레캄비스 병용요법은 한국 GSK가 지난 2022년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바이러스학적으로 억제돼 있고 바이러스학적 실패 이력이 없으며 카보테그라비르 또는 릴피비린에 알려진 또는 의심되는 내성이 없는 성인 환자의 HIV-1 감염 치료를 위한 병용요법으로 승인 받은 바 있다.
여기서 보카브리아+레캄비스 병용요법의 가장 큰 강점은 편의성이다. 기존의 HIV 치료제는 경구제로 연간 365일 매일 복용해야 했지만, 보카브리아 병용요법은 월 1회 혹은 격월 1회 근육 내 주사제 투여로 최대 연 6회까지 투여 빈도를 줄일 수 있다.
실제 보카브리아+레캄비스 병용요법과 기존 3제 경구제(BIC/FTC/TAF)를 직접 비교(Head to Head)한 SOLAR 임상연구에서 3제 경구제 대비 비열등한 바이러스 억제 효과를 보이며, 치료 효과와 편의성을 동시에 입증했다.
특히 보카브리아+레캄비스 병용요법으로 전환한 환자들은 기존 경구제를 지속적으로 복용한 환자 대비 치료 11~12개월 시점에서 더 높은 치료 만족도를 보였다.
최준용 교수는 "개인적으로 관련 임상 연구에 참여해 감염인 5명을 연구에 등록했었다. 이들 모두 다시 경구제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았다. 장기지속형 주사제를 훨씬 선호한다"며 "물론 감염인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약을 복용하지 않고 생활 한다는 것, 또는 경구제 복용을 잊고 살 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허가를 받았지만 아직 국내 출시 전이다. 외국에서만 쓰이고 있고, 국내에서는 아직 임상 연구 참여자 외에 투여하고 있는 환자가 없다"며 "해외에서 이미 쓰이고 있다는 것을 알고 문의하는 감염인이 있다. 기사에도 가끔 언급되다 보니 언제 도입되는지 묻기도 하는데 최근에 특히 문의가 늘어났다"고 전했다.
장기지속형 주사제 '급여' 출시 초읽기
이 가운데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열고 '보카브리아+레캄비스 병용요법'의 급여 적정성을 인정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약가협상만 순탄하게 마무리된다면 올해 4월 급여 적용이 가능하다.
한국GSK는 급여 적용과 동시에 국내 임상현장에 ‘보카브리아+레캄비스 병용요법’을 출시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준용 교수는 '보카브리아+레캄비스 병용요법'이 급여로 적용된다면 기존 경구제를 복용하는 환자들이 빠르게 치료제를 교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2차 치료의 개념이라기 보다는 기존 치료제에서 교체하는 개념"이라며 "경구제로 바이러스가 잘 조절되던 감염인들이 ‘보카브리아+레캄비스 병용요법’으로 교체하는 것"이라고 치료전략을 소개했다.
특회 최준용 교수는 치료제 급여 적용에 따른 국내 도입 시 환자 복용순응도 면에서 큰 폭의 개선을 이뤄낼 것이라고 확신했다.
최준용 교수는 "약제마다 다르겠지만 복약 순응도가 높아야 치료에 성공한다고 말하는데, HIV 치료제가 특히 그렇다"며 "복약 순응도가 떨어지는 이유는 다양한데, 주사제의 등장으로 복약 순응도 측면에서 극복 가능한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두번째는 경구제 복용에 대한 낙인(stigma) 측면이다. 집에서도 약을 잘 복용하지 않는 감염인이 있다"며 "집에 약통을 두면 가족들이 볼 수도 있으니 사무실에만 약을 두고 먹는 것이다. 감염인마다 다르기는 하나 이러한 측면을 (보카브리아+레캄비스 병용요법이) 일정 부분 해결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최준용 교수는 보카브리아+레캄비스 병용요법이 급여 적용에 따라 출시될 경우 국내 가이드라인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장기지속형 주사제가 들어오면 국내 가이드라인에도 개정이 필요할 것 같다"며 "경구제는 2제 또는 3제 요법이 많이 쓰이고 있다"며 "경구제를 쓰고 2~3개월 정도 지난 후 혈액검사를 통해 바이러스 억제가 확인되면 경구 도입 요법(Oral lead-in)을 진행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준용 교수는 "감염인이 경구제 대신 장기지속형 주사제를 원할 경우 한 달 간격으로 주사를 시작해 2번 투여하고, 그 다음 두 달 간격으로 투여하는 것이 가능하니 스위칭을 하기 까지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 같다"고 향후 치료전략을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