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양도시 '경업'금지 확인 필수

정재훈 변호사(법무법인 문장)
발행날짜: 2025-03-31 05:00:00
  • 정재훈 변호사(법무법인 문장)

상법상의 상인에 해당하게 되면 일반적인 민법의 적용 전에 먼저 상법의 적용을 받게 되는데, 우리 대법원은 의사는 상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여 의사들 사이의 계약관계와 관련하여 상법의 적용을 부정하였다.

예를 들면, 최근 봉직의가 체불임금 지급을 청구한 소송에서, 의사는 상인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지연이자와 관련하여 상법상 이율인 연 6%가 적용되지 않고, 민법상 이율인 연 5%로 적용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그보다 이전에는 의사는 상인에 해당하지 않고, 그러므로 상호를 계속 사용하는 영업양수인의 책임과 관련된 상법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한 사례가 있다.

위와 같이 기존 대법원판결의 태도에 따르면 의사는 상인에 해당하지 않고, 따라서 상인에 대해서 적용되는 상법의 관련 규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상법상 영업양도인의 경업금지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최근 대전고등법원이 의사에게도 상법상 경업금지 규정이 적용이 인정된다고 판결한 사례가 있다.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A는 자신이 소유하는 건물에서 정형외과의원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건강이 악화되어 상당 기간 휴식이 필요한 상황이 되었다. 그래서 자신의 후배인 B에게 적극적으로 의원 양수를 권유하였고, B가 이를 받아들여 의원을 양도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후 A는 건강을 회복하게 되었고, B가 의원을 운영하는 자신의 건물의 다른 층에 새로이 정형외과의원을 개원하였다.

A와 B 사이의 양도양수계약에서는 별도로 경업금지에 관하여 규정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상법상 경업금지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면 A의 정형외과의원 개원은 그 자체로는 계약상 의무위반에 해당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상법상 경업금지 규정을 직접 적용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유추적용이 가능하다고 하였다. 대부분의 상행위는 영리를 추구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공익에 기여하기도 하는 점, 의사의 의료행위에 공공성과 윤리성이 요구되더라도 영리성도 병존하는 이상, 의사의 의료행위가 상행위와 본질적으로 다르거나 고차원적인 행위라고 할 수 없다는 점, 유상으로 제공되는 의사의 의료행위에 상업적인 측면이 내재되어 있음을 인정한다고 하여 의료행위의 가치나 품격이 저하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근거로 제시하였다.

그리고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설령 상법상 경업금지 규정이 유추적용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묵시적 경업금지 약정이 인정된다고 하였다. A는 건강 악화를 이유로 의원을 양도한 점, A와 B가 가까운 선후배 관계였다는 점, 상가임대차법상 임대차계약상의 3년을 넘어 최소 5년 동안 B는 임차할 권리가 있고, A가 B에게 건물로 인해 속 썩이는 일이 없게 하겠다고 여러 차례 확언하기도 하였으므로 B가 원하는 기간 동안 얼마든지 의원을 운영할 수 있다는 신뢰를 부여하였다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하였다.

경업금지에 관한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당사자 사이에서 합의한 내용을 계약서에 명시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분쟁 예방 방법이다. 대전고등법원의 판결에 따르면 상법상 경업금지 규정이 유추적용되어 10년간 동일 시·군 및 인접 시·군에서 경업이 금지된다. 그러므로 사전에 양도양수계약에서 이에 관하여 분명하게 정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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