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분양 앞세운 약국 분양 주의점

정재훈 변호사(법무법인 문장)
발행날짜: 2025-02-17 05:00:00
  • 정재훈 변호사(법무법인 문장)

이미 병원이 입점해 있는 건물에 약국을 개설하는 경우에는 약국의 독점적 지위 보장이, 그리고 신축건물의 분양에 있어서는 같은 건물에 병원이 개원한다는 보장이 중요한 계약조건 중 하나이다.

약국을 개설하는 입장에서 위와 같은 내용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계약서의 작성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신축건물 분양계약에서 병원 개원 보장 특약과 특약 미이행으로 인한 분양계약 해제와 관련된 구체적인 쟁점을 살펴볼 수 있는 사례를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약사인 원고는 분양회사인 피고와 신축건물의 1층 상가에 대해 분양계약을 하면서 독점적인 지위를 보장하고, 위층에 병원이 개원할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 보장하는 내용의 특약까지 작성하였다. 특약사항에는 '상가에 병원(내과, 피부과) 개원이 완료되지 않으면 원고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기재되어 있었다.

하지만 분양 후 해당 건물에는 내과의원이 세 차례 개원과 폐업을 반복했는데, 각 내과의원은 모두 약 2개월 정도만 운영 후 폐업하였다. 그리고 피부과의원은 개원한 바가 없었다. 이에 원고는 특약사항 미이행을 이유로 해제를 통지하고 분양대금의 반환을 청구한 사안이다.

분양회사인 피고는 특약사항의 '병원(내과, 피부과)'은 전문의 여부와 관계없이 내과와 피부과를 진료과목으로 하는 병원을 의미하고, 피부과를 진료과목으로 하는 내과가 개원하여 정상적으로 진료를 하였으므로 특약사항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먼저 의료법에 의하면, 의료기관 개설자가 해당 과목의 전문의인 경우에만 그 의료기관의 명칭에 인정받은 전문과목을 표시할 수 있는 반면에, 진료과목은 전문의 여부 및 의료기관의 명칭과 관계없이 다양한 과목을 표시할 수 있다. 그런데 일반인이 어떠한 의료기관을 지칭할 때는 전문과목을 들어 피부과 병원이라고 하지, 진료과목 중 하나를 들어 피부과 병원이라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해당 분과의 전문의가 상주하는 병원과 전문의 없이 진료하는 병원 사이에는 처방전의 발급 규모나 수준에 현저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분양계약서에는 '병원(내과, 피부과)'의 개원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명시하였고, 해당 점포는 같은 1층의 다른 점포에 비해서 2배 이상의 상당히 높은 금액으로 분양이 되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는 내과와 피부과 전문의가 병원을 운영할 것을 당연한 전제로 이 사건 분양계약을 체결하였던 것이고, 피고로서도 이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또한 상가의 분양광고문에는 '2층 내과 분양 완료, 3층 내과 임대 완료, 4층 피부과 임대 완료'라고 기재되어 있었고, 상가 외벽에는 '2~3층 내과, 4층 피부과 개원'이라고 기재된 현수막이 부착되어 있었는데, 이러한 분양광고가 단순히 진료과목을 기재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피고의 분양업무를 담당한 직원도 원고에게 상가에 피부과, 내과 및 건강검진센터가 입점할 예정이라고 설명하였다는 것이다.

위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여 재판부는 분양회사인 피고의 특약사항 위반을 인정하였고, 원고의 해제에 따라 피고는 분양대금과 법정이자 상당을 반환하여야 한다고 판결하였다.

이 사건의 경우 특약사항으로 병원에 대해서 비교적 구체적으로 내과, 피부과를 표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긴 소송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그러므로 계약서에서 특약사항은 최대한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기재하는 것이 이후에 있을지 모를 법적 분쟁에 조금이나마 대비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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