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경제팀 임수민 기자

2026년도 건강보험 수가협상이 막을 올렸다. 해마다 반복되는 풍경이지만, 그중에서도 의원급 의사단체와의 협상은 '결렬'을 예고하는 시한폭탄과 같다.
특히 올해는 그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짙은데 그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
겉으론 숫자 다툼 같지만, 이면에는 더 깊은 구조적 불균형과 정부 정책의 후폭풍이 자리 잡고 있다.
올해 수가협상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수는 의대 증원 정책의 여파다.
정부가 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을 2000명까지 대폭 늘리겠다고 발표한 뒤, 의료계는 거센 반발에 휩싸였다.
특히 전공의들은 집단적으로 수련병원을 이탈했고, 현재도 그 여파는 병원급 의료기관에 뚜렷하게 남아 있다.
중증환자 진료를 담당하던 병원급 의료기관이 갑작스러운 인력 공백에 허덕이고 있으며, 정부 역시 이로 인한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병원급 보상에 정책적 집중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의원급은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수가협상 역시 이러한 병원급 의료기관의 '피해 복구'가 우선순위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된다면 의원급은 한정된 재정 범위 내에서 또다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협상장은 무의미한 평행선을 그리게 될 공산이 크다.
더욱이 지난해부터 정부와 의료계가 입장차를 보이고 있는 '환산지수 차등적용'이 올해 또한 적용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들의 협상을 더더욱 난항이 예상된다.
수가협상 구조 자체가 공급자에 불리하게 설계되어 있다는 점 역시 이미 오래전부터 지적돼 왔다.
협상 당사자인 건강보험공단은 사실상 정부의 재정 틀 안에서 움직이기에 큰 폭의 수가 인상에는 한계가 있다.
반면, 의원급 단체들은 수가 인상이 실제 의료현장에 미치는 영향을 체감하며 요구를 관철하려 한다. 문제는 그 요구가 번번이 '무리한 주장'으로 취급받고 협상이 무산된다는 점이다.
협상이 결렬돼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정부는 일방적으로 결론지을 수 있기 때문에, 수가협상이 공급자 의견을 실질적으로 반영하기는 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수가협상은 단순한 숫자 싸움이 아니라, 의료의 지속 가능성과 국민 건강권을 위한 사회적 계약이다.
전공의 사태로 드러난 인력 불균형과 현장의 붕괴는 병원급만의 문제가 아니다. 1차 의료가 무너지면, 결국 병원급의 부담도 증폭되고 환자의 피해는 더욱 커질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의원급을 '후순위 보상' 대상으로 밀어두는 것은 단기적 위기관리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의료시스템 전체를 갉아먹는 처사가 될 수 있다.
이제는 수년동안 의원급 수가협상이 결렬되는 구조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형식적인 협상 틀을 고치지 않는 한, '협상'이라는 말조차 어울리지 않는 광경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수가협상은 협상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의료공급자의 목소리에 진지하게 귀 기울이고, 실질적인 조율과 타협의 장이 되도록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
국민 건강을 담보로 하는 협상이 '쇼'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