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도검사 제한에 정신건강의학과 발칵 "자해 타해 위험 노출"

발행날짜: 2025-07-11 05:30:00
  • 복지부, 이달부터 증상 및 행동 평가 척도 제한 강화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3개월 6회는 부족…두배여야"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증상 및 행동 평가 척도' 급여기준 개정 고시를 시행하면서 정신건강의학과 개원의들이 반발하고 있다.

검사 횟수를 획일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환자 진료에 심각한 차질을 줄 수 있다는 우려다.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이달부터 증상 및 행동 평가 척도 고시를 시행했다. 이 고시는 척도검사 급여 인정 조건을 명확화하는 것이 골자다. 기존엔 비교적 불명확했던 검사 시점, 검사 간 간격, 인정 가능 검사 수, 평가 유형 등을 세분화하는 내용이다.

정부 고시로 척도검사 횟수가 제한되면서 정신건강의학과 개원의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척도검사별 인정 횟수 및 청구 요건을 명문화했다. 중복 검사나 과다 청구 가능성을 차단하고, 검사의학적 타당성과 필요성에 기반한 요양급여 제공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일선 현장에선 이 고시로 척도검사가 과도하게 제한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초 진단일로부터 6개월까진 2주 간격으로 검사가 인정되며, 6개월이 경과한 이후에는 3개월 동안 최대 6종 이내 검사만 요양급여가 인정되기 때문이다.

이 기준대로면 환자에게 이상 징후가 있어도 추가 검사가 어려워져 정확한 진단과 경과 파악이 어려워진다는 것. 특히 자해·타해 위험이 있는 정신과 환자 특성상, 검사를 제때 못 하면 위기 상황을 놓칠 수 있어 위험하다는 우려다.

다만 고시에서는 사례별 심사 청구를 통해 예외적으로 추가 검사를 인정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 역시 행정 부담으로 개원가에선 청구하기 어려워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한 정신건강의학과 개원의는 "증상이 심해지거나 위험 신호가 보여도 검사 횟수가 차버리면 더는 검사하지 못한다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진단이 부정확해지고, 치료 방향도 흐릿해진다"며 "환자한테는 굉장히 위험할 수 있다. 자해나 타해 가능성이 있는 환자도 있는데 이를 제때 파악하지 못하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사례별 심사 청구를 하면 된다고는 하지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개원가 입장에서는 행정적 절차가 너무 까다롭고 번거로워서 사실상 못 쓰는 제도"라며 "이는 추가 검사를 현실적으로는 거의 막아놓은 거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역시 이 기준이 획일적이고 비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임상 현장의 현실을 반영하지 않고 보험 재정 지출 축소만을 목적으로 수립된 고시라는 비판이다.

검사가 남용되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 의료기관을 표적으로 하는 것이 옳지, 모든 환자와 의료기관에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

특히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자체적으로 회원 1000명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최소 3개월간 12회, 월 4회 수준의 척도검사 허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고 강조했다.

또 이를 반영하기 위해 복지부와 심평원에 공문을 보내 추가 협의를 요청한 상태다. 이후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대한개원의협의회, 대한의사협회 등 상급단체와의 공조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나영석 부회장은 "이는 재정 지출 축소에만 초점이 맞춰진 획일적인 규제다. 환자별 상태나 진료 경향, 진료 지침, 임상 연구 결과 등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모든 환자에게 동일한 제한을 적용한 것"이라며 "이렇게 최선의 진료가 어려워져 환자들의 위기 상황을 제때 포착하지 못하면,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회원 1000여 명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최소 3개월에 12회, 월 4회 수준의 검사 허용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며 "정기 진료가 한 달에 2~3회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진료당 1~2개 정도의 검사는 필요하다. 정부가 이러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실효성 있는 제도로 보완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다만 심평원은 이번 고시가 검사 횟수를 일괄적으로 제한하려는 목적이 아니라고 전했다. 임상 현장에서 질환의 특성 및 경과 관찰 목적에 맞춰, 적절한 검사 간격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또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질의를 내부 검토 중인 상황이며 필요하다면 추가 논의를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심평원 관계자는 "사회적 논의를 거쳐 마련된 기준인 만큼 의료계에서도 제도의 취지를 고려해달라"며 "필요하다면 간담회 등 추가 논의를 위한 자리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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