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국감서 합법화 압박 거세…"불법 유통 2641건"
의료계 "더 큰 부작용 우려…사회적 위험 야기" 지적
임신 중지 약물이 국정감사 안건에 오르면서 관련 법 개정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불법 유통을 막기 위해 관련 의약품을 합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지만, 의료윤리적으로 봤을 때 오히려 낙태 강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전진숙 의원은 최근 온라인에서 임신 중지 약물 불법 거래가 급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로 인한 여성 건강 피해가 늘고 있지만, 정부는 사회적 눈치 때문에 관련 의약품의 허가 심사를 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임신 중지 법·제도 개선과 약물 도입이 국정과제로 확정된 만큼, 정부 역시 속도를 내야 한다는 요구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 역시 임신 중지 약물이 정식 도입되지 않아 여성들이 불법 약물에 노출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지난해 불법 유통으로 적발된 임신 중지 의약품은 741건, 2021년부터 올해 9월까지는 총 2641건에 달한다는 것. 관련 의약품은 SNS에서 수십만 원에 거래되는 상황인데도 정품 여부조차 알 수 없다는 우려다.
특히 지난 2022년 중국산 가짜 제품 5만 7000정이 정품으로 둔갑해 판매된 사건도 있었다. 임신 중지 약물이 정식 의약품으로 허가돼 의료 기관에서 안전하게 처방됐다면 이런 불법 시장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는 비판이다.
이에 식약처 오유경 처장이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임신 중지 약물 합법화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하지만 의료계에선 심각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임신 중지 약물 합법화는 태아의 생명권 보호라는 근본적인 가치를 훼손하고, 사회적 위험을 야기할 수 있다는 반박이다.
특히 의료윤리연구회는 임신 중지 의약품의 안전성 데이터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국제적으로 안전하다고 알려진 약물의 경우에도, 병원 진료 기록과 부작용 발생률 데이터에 차이가 있어 FDA가 재조사를 명령한 사례가 있다는 설명이다.
불법 유통을 막기 위해 임신 중지 약물을 합법화하는 것은 오히려 더 큰 부작용을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약물이 유통될 경우 안전하게 관리되기보단 더욱 광범위하게 오남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
임신 중지 약물이 피임의 한 방법으로 오용되거나, 청소년 등을 포함한 여성이 원치 않는 임신 중지를 강요당할 위험을 대거 키운다는 관측이다. 처방받은 약물을 타인에게 재판매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실제 과거 펜타닐 패치 사례를 보면, 안전한 유통을 약속했음에도 불법 판매 및 마약으로 오용된 전례가 있다는 지적이다.
낙태죄 폐지 주장에 대해서도 명확한 사실관계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헌법재판소 결정은 '단순 폐지'가 아닌, 태아 생명권과 여성 자기 결정권의 조화를 위한 대체 입법의 부재를 지적한 '헌법 불합치' 결정이었다는 것. 이는 낙태가 합법이 된 것이 아니라 현행법상 대체 입법이 마련되지 않은 것이라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의료윤리연구회 문지호 회장은 임신을 '중지'라는 용어로 표현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생명을 임의로 중단시킬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인류의 건강을 유지하고 이롭게 한다는 의약품의 의의와 반대되게, 생명을 죽이는 약을 상업적인 목적으로 합법화하겠다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는 비판이다.
문 회장은 "생명은 임의로 중지시킬 수 없다. 기존 모자보건법에 나와 있는 최소한의 낙태 규정들도 더 강화돼야 한다"며 "오직 임신 유지가 모체를 심각하게 손상시켜 생명의 위협이 있을 때, 생명권 충돌이 있을 때만 허용해야 한다. 약물 합법화는 낙태의 기준을 광범위하게 열어 버리는 단초가 될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이어 "이 약품이 합법화하면 건강상의 문제는 물론, 사회적인 부작용이 광범위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일이지만 이를 외면하고 약물 유통의 과정만 얘기하는 것이 문제"라며 "정치권은 임신 중지 약물 합법화를 주류 분위기로 몰고 가려고 하지만, 의사들이 끝없이 반대하고 있고 예견된 위험성을 계속 지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