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시험 '조건부 합격' 결정에 전문과목 학회들 우려
"수련 못채웠는데 시험 난이도 어떻게 하나" 의학계 고민
대한의학회가 23일 전문과목 이사장, 수련이사 회의를 통해 2026년 전문의시험을 조건부합격으로 결론 내리면서 의학계 내부에서 심각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4일 의학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각 전문학회별로 의학회 내부에서도 입장 차이가 뚜렷하다. 전문과목학회들과 논의과정에서 2차 표결에 부쳐도 끝까지 12:12로 팽팽하게 찬반이 갈리면서 팽행선을 달렸다.
상당부 전문과목학회들은 반대 의견이 상당수 차지했지만 결국 의학회장은 선시험, 후수련으로 결론짓고 복지부에 제출키로 한 것에 대해 우려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앞서 수련병원협의회도 이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가장 큰 우려는 수련 기간 단축이 향후 지속적으로 적용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2026년 2월에 전문의 시험을 치르고, 이후 6개월간 추가 수련을 받아 9월에 전문의로 배출되는 방식이다.
전문과목학회 한 관계자는 "2026년 전문의 시험에서 조건부합격을 허용해주면 현재 2년차, 3년차들이 이후 동일한 조건을 요구가 나올 수 있다"면서 "안좋은 선례가 만들어진다"고 지적했다. 이번 결정의 여파가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다.
전문의 시험 난이도 조절에도 딜레마가 생긴다. 수련을 제대로 마치지 않고 시험을 치르게 되면 시험 난이도 조절도 고민이 깊어질수 밖에 었다.
전문과목학회 한 고시이사는 "전문과목에 따라 2년반 혹은 3년반 만에 전문의 시험을 치러야 한다. 다시 말해 교육이 제대로 안 됐는데 시험을 쉽게 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렇다고 떨어뜨리면 그 뒷감당은 누가 하느냐"고 반문했다.
또한 전문의 시험에 합격한 이후 추가 수련이 제대로 될 것인지도 의문이다.
2026년 2월 시험 합격 후 3월부터 9월까지 6개월간 추가 수련을 진행하겠다는 것인데 실효성에 물음표가 붙는다.
수도권 한 대학병원 수련이사는 "전문의 시험 결과를 알고 있는 상태에서 3월부터 6개월간 수련이 제대로 되겠느냐"며 "병원 입장에서도 수련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전문의 자격증을 안 주겠다는 말은 쉽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느냐"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대형 대학병원들의 펠로우(전임의) 공백 문제가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의 배출이 6개월 늦어지면 펠로우 시작도 그만큼 지연되기 때문이다.
대학병원 한 교수는 "이해관계를 떠나 전체 의료체계나 전공의 수련, 전문의 고시제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정상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뇨의학회 한 임원은 최근 행사에서 "지금 수련의 질을 떨어뜨리게 하는 것"이라며 "교육의 질을 높이겠다고 하고 있는데 이게 무슨 짓이냐"고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