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료정책학교 장재영 교육연구부장(서울대병원 전공의)

[메디칼타임즈=대한의료정책학교 장재영 교육연구부장] 작년 공인회계사 선발인원은 1200명으로 2018년에 904명과 비교하면 300여명의 차이가 난다. 그런데도 AI의 도입 및 미채용 합격생의 누적으로, 당해 합격자 대비 수습기관 등록률은 28.2%에 그쳤다고 한다.
정식 등록을 위해 회계법인 실무 수습이 필요한 직군 특성을 고려하면, 대형 회계법인들에서의 채용인원 감소는 뼈아프다. 비회계법인에서의 수요가 많아 선발인원을 늘렸다지만, AI라는 대체제가 등장하여 신입 회계사는 업무를 배울 공간이 없어진 것이다.
결론만 가리면 의료계와의 공통점이 보인다. 흔히 빅5라고 불리는 대형병원의 AI 도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고, 진료지원인력이 상당 부분 주니어 의사들의 일을 대체하게 되면서 병원 경영진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사회적으로 전문의는 꼭 필요하므로, 전공의 수를 줄일 순 없을 것이다? 부디 조직 내 낙관론의 또 다른 희생양이 되지 않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그래서 더더욱 전공의는 '교육생', 다소 자존심이 상할 수 있지만 '학생의 연장'이라는 정체성을 버려서는 안 된다. 병원은 대단히 노동집약적인 공간이고, 숙련된 의사가 되기 위해선 상당 부분 도제식 교육이 꼭 필요하다.
전문의는 임상의이면서 의과학자로서의 역량을 지니고 있어야 하기에, 규모 있는 병원에서의 수련도 필수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근로자로서의 정체성이 앞설 경우, 전공의 업무는 얼마든지 대체 가능한 항목으로 분해된다. 반대로 배우는 사람, 학생을 대체한다는 것은 매우 어색하다.
마침, 교육생으로서의 정체성을 내세울 수 있는 최소한의 바탕이 생겼다. 2월 21일부터 전공의법 개정안의 몇몇 조항이 실행된다. 주당 근무시간 감소가 빠진 것은 아쉬운 대목이나 - 시범사업으로 지속되고 있다는 위로를 뒤로하고 – 연속 근무시간 감소, 임산부 보호, 육아/질병/입영에 의한 휴직, 앞 3개 사항에 대한 평가 등 당장 전공의들의 복지와 관련된 조항들이다.
특히 '평균 주 근무시간에 휴가/휴직 기간을 산입하지 아니한다' '육아/질병/입영 등 사유로 휴직을 신청하는 경우 허용하여야 한다' 등의 조항은 그동안 전공의들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 놓였었는지 방증한다. 하지만 동시에 앞으로 그 디테일이 굉장히 중요해질 조항도 있다. 임신/출산 전공의의 추가 수련에 대한 내용, 지도전문의 세부 역할에 관한 규정, 전공의 수련 실태조사의 시행 및 환류 여부는 앞으로 전공의들이 더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내용이다.
갈 길이 멀지만, 근로하는 전공의로서 지켜져야 할 최소한의 것들은 법적으로 보장이 될 예정이다. 무엇보다 전공의 노조 설립 이후, 개인 전공의가 감당하기 어려웠던 문제들이 신고되고 공론화될 수 있는 환경이 열렸다. 앞으로 수련환경평가 등 보장된 권리를 적극적으로 주장하기에 좋은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다.
전공의 업무의 다수는 AI와 진료지원인력이 대체할 수 있다. 대체할 수 있지만, 대체되지 않기 위해서는 장차 사회 구성원들의 건강을 책임질 전문의 후보생, 즉 교육 대상이라는 정체성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과거와 달리 그렇게 해도 될 배경들이 하나둘 만들어지고 있다.
전공의법 개정안, 전공의노조의 출범 등 가용 가능한 자원을 잘 활용하여 근로자로서의 권리를 보장받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미래를 위한 포지셔닝이다. 잘 생각해 보면 우리 사회는 참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관대하다. 어렸을 적, 어른들의 간섭을 피해 '공부 중'이라는 세 글자를 요긴하게 썼던 것을 기억하자.






